2024년 7월 6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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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대 노모 모시고 사는 50대 노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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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숙 [hysook] 쪽지 캡슐

2003-05-23 ㅣ No.52523

+ 찬미 예수님

 

"류마티스 관절염만 낫는다면 얼마든지 일할 수 있을텐데..."

“고생을 해서 늙어보일 뿐이지 아직 총각이에요.”

51세 ‘대머리 노총각’ 이기학(스테파노, 강릉시 교1동 1049번지)씨는 수염마저 텁수룩해서 그런 지 얼추 60대 중반은 돼 보인다.

워낙 가난한 탓에 남의 딸을 데려다 고생시키면 몹쓸 짓을 시키는 것 같아 결혼을 미루다 훌쩍 쉰 을 넘어 버렸다.

 

그는 시 변두리의 가파른 산비탈에서 노모 윤씨(96)와 함께 산다. 노모는 20년 전 시장에 내다팔 나물을 뜯으러 가다 철로에서 사고를 당해 오른쪽 다리를 잃었다. 전에는 목발을 짚고 부엌 출입 이라도 했지만 요즘은 팔에 힘이 빠져 그마저도 못하고 꼼짝없이 방에 갇혀 지낸다.

 

 

 

그래도 이씨가 건강했을 때는 목재를 베어 나르는 산판 일을 하고, 공사장에서 품을 팔아 큰 걱정 없이 살았다.

 

하지만 2년 전부터 류마티스 관절염 때문에 일을 나가지 못해 끼니 걱정을 해야 할 형편이다. 초기에는 진통제를 사먹고 일을 다녔으나 이제는 진통제도 소용이 없다.

 

노동으로 잔뼈가 굵어 일이라면 거칠 것이 없는 그가 요즘은 방구들을 뜯어고칠 힘도 없어 군불을 때면 연기가 자욱하게 끼는 방에서 그대로 살고 있다. 무릎과 팔꿈치, 손목 등 관절 구석구석에 통증이 와서 잠을 설칠 때도 많다.

 

그런 몸으로 노모의 밥상을 차려내다 보니 먹고 사는 게 궁색하다. 어두컴컴한 부엌을 들여다보면 사람 사는 집 같지가 않다. 방에서 휴대용 가스렌지에 밥을 끓여 양철 밥상에 밥그릇과 간장종지, 숟가락 두개 올려놓는 형편이다. 살림살이라고 해봐야 14인치 텔레비전과 이불 보따리가 전부다.

 

“제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동사무소에서 가서 밀가루를 얻어다 준 적은 있지만 그 밀가루를 얻어먹는 당사자가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돈도 필요 없고 이 병만 낫게 해주세요. 몸만 건 강하면 얼마든지 일해서 먹고 살 수 있습니다. 그건 그렇고 요즘 어머니가 허리가 아프시다면서 통 드시지를 못해 걱정이에요.”

 

그는 보건소와 동네의원에 다니고 있을 뿐 아직까지 큰 병원에 가서 정밀진단 한번 받아보지 못했다. 그 동안 조금 모아놓은 돈은 약값과 병원비로 다 썼다. 노모의 아들 걱정은 애원에 가깝다.

 

“아들이 그렇게 약을 써도 병이 낫지 않아 속상해요. 아들 병 좀 고쳐주세요. 아들 병만 나으면 마음 편히 눈을 감을 수 있겠는데….”

 

이 모자를 위해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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