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6일 (토)
(녹) 연중 제13주간 토요일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에 슬퍼할 수야 없지 않으냐?

자유게시판

저도 고백할께요~

스크랩 인쇄

고도남 [koserapina] 쪽지 캡슐

2005-08-15 ㅣ No.86538

 

정읍군 산내면 묘독이라는 제 이름만큼이나 묘한 이름을 가진 산골마을이 있습니다.

다름아닌 제 고향이랍니다.
이 더운 여름 특별히 초대할께요.

함께 가보시지 않으시겠어요?

 

저어기 터덜거리며 기어오는 버스를 절대로 놓치면 안되니까 어서 서둘러 탈 준비를 하셔야합니다.

고향가는  버스는 하루에 두서너대 다니는 게 고작이니까요.

 

 자아~ 지금부터는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사고가 많이 난다는 그 악명높은 구십구재 구들재를 지나고 있으니까요. 
아름다운 주변풍광에 열광하는 것도 시들해지고 지쳐 졸다가 깨다가  점차 시간개념이 없어질 때쯤이면 우리가 내려할 곳이 다가오니 긴장을 하셔야합니다.


비포장 도로를 내달리며 마구 튀어오르는 통에 감각을 잃어버린 엉덩이를 쓸어내리며
버스에서 내려 뿌연 흙먼지속에서 잠시 정신을 가다듬다 보면 아스라이 저 멀리 숲이 올려다보입니다.

그 곳이 바로 수바래라는 곳인데, 고향 산골마을 입구이지요.

그 수바래를 올려다보는 순간 우린 안도의 한숨을 쉽니다.
''아, 이제야 우리 동네 다 왔구나 !''

 

그건 그 산골 마을에 사는 우리들 생각입니다..

거기서 또 새 맘먹고 얼마쯤인가 숨가쁘게 오르막 길을 오른 끝에야 비로소 마을에 안착할 수가 있거든요.
산내초등학교 묘독분교 짝꿍하고 손잡고 나란히 걷기도 힘들만큼 좁은 산길,
길 옆에 지천으로 깔린 산딸기 따먹고(빨갛게 익은 것은 산딸기이고 까막게 익은 것은 복분자라고 함) 입주변이 온통 뻘거니 푸르니 천연물감으로  삐에로 분장을 하고서는 학교에 지각했던, 그 꼬부랑산길을 또 얼마쯤 걷다보면 비로소 마을입구 수바래라는 숲길이 나온답니다. 

 

힘드시죠?

하지만 걷던 차에 저하고 조금만 더 걸어야겠네요..^^
마을입구 수바래에 들어섰다고 바로 마을이 보이는 게 아니라 숲길을 또 한 5분쯤 걸어들어가야 비로서 깊은 산속 옹달샘같은 열댓가구의 초가지붕이 빼꼼히 고개를 내밀며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거든요.

 

이제 다 왔습니다 !
꿈에도 그리던 제 고향 산골마을이에요.


많이 더우시죠?

바로 앞, 발 아래 흐르고 있는 맑은 개울물에 세수도 하시고 등목도 하시며 땀 좀 식히세요..

수바래 끝무렵 그러니까 우리마을 초입에는 맑은 개울물이 흐르고 있죠.
우린 그 물로 밥도 해먹고 빨래도 하고 목욕도 하고 물이 필요한 용도엔 다 사용했답니다.


수바래 숲에는 큰 아름드리 나무가 많았는데 팽나무가 너른 그늘을 만들고
어렸을 때 그 보다 더 큰 바위가 세상천지에 없을거라고 생각한 무지 큰 바위가 우리 동네사람들의 쉼터였었거든요...
야심한 여름 밤이면 그 바위아래로 흐르는 개울은 처녀들의 공중 목욕탕이 되곤 했었답니다.
그 큰 바위가 사위는 아니어도 삼위정도는 가려주고, 바닥은 평평한 바위가 타일을 깔아 놓은 듯 매끄럽고 더군다나 큰바위 바로 밑에는 움푹파인 욕조같은 장소에 물이 고여서 흘러넘치고... 그야말로 자연그대로의 천연탕이었지요.

 

야외 목욕탕이다보니 물론 사건도 꽤 있었나 봐요.
몇명 안 되는 마을 처녀들이 목욕을 나온다는 정보를 운좋게 미리 입수한 날이면
동네 남자 애들 작당을 해서 밤새는 건 일도 아니었고 몰래 훔쳐보다 발각될라치면 처녀들 비명소리가 벼락같았다는 둥 다음 날 수군수군 말들이 많았었지요...

 

그 때 전 어렸어도 언니들 손 잡고 여러 번 목간을 간 적이 있었지만 별일 없었는디...
저 빠지는 날만 무슨 사건이 터졌기에 저도 정황이 어땠는지 참 궁금했었답니다.
뭐 어쨌든 그 큰바위아래목욕탕 때문에 작은 동네에 소문도 참 많았답니다.


나중에 나뭇꾼과 선녀이야기를 교과서에서 처음 접했을 땐, 우리 동네 큰 바위 아래 천연탕 얘기 아닌가 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니깐요.^^

 

(이 글을 쓰는 동안 수바래의 숲향기와 갖가지 빛깔을 가진 새들의 지저귐과 이끼낀 크고 작은 바위들과 졸졸거리는 개울물의 속살거림으로 제 오감은 그야말로 행복한 꿀벌처럼 분주하기만 합니다.

여러분도 느껴 보세요..

지금 저와 함께 수바래 숲속까지 따라 들어오셨으니까요!)

 

다음 편은 여러분 반응 봐서 올릴까 말까...

재미도 없는데 혼자서 촐랑댄다굽쇼?..^^

 

전 무지 재미있는데......

 

몇십년간 가보지못한 그곳에 마음이 먼저 가 있는듯 해서..그것도 여러분과 함께... 

 

추억은 아름다워서... 천상낙원같은 그곳이 너무 많이 그리워서......ㅜㅜ

 



756 40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