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7일 (일)
(녹) 연중 제14주일 예언자는 어디에서나 존경받지만 고향에서만은 존경받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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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나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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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자 [socho] 쪽지 캡슐

2017-09-27 ㅣ No.213436

 

 

 

 

 

 

 

 

 

아내는 76이고

 

나는 80입니다

 

지금은 아침저녁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지만 속으로 다투기도 많이 다툰 사이입니다

 

요즘은 망각을 경쟁하듯 합니다

 

나는 창문을 열러 갔다가

 

창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고

 

아내는 냉장고 문을 열고서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누구 기억이 일찍 돌아오나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억은 서서히 우리 둘을 떠나고

 

마지막에는 내가 그의 남편인 줄 모르고

 

그가 내 아내인 줄 모르는 날도 올 것입니다

 

서로 모르는 사이가

 

서로 알아가며 살다가

 

다시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는 세월

 

그것을 무어라고 하겠습니까

 

인생?

 

철학?

 

종교?

 

우린 너무 먼 데서 살았습니다

 

 

이생진 시인의 '아내와 나 사이'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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