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8일 (월)
(녹) 연중 제14주간 월요일 제 딸이 방금 죽었습니다. 그러나 가셔서 손을 얹으시면 살아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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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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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kimhh1478] 쪽지 캡슐

2016-01-27 ㅣ No.86832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신부님의 눈물 [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319)


냉담 중에 우연히 성당을 찾아가 감실 앞에 앉았더니

자신도 모르게 하염없는 눈물이 흐르고! 그런데 순간 고해소에 빨간 불이 켜지기에

고해소에 들어가 펑펑 울면서 세상에 대한 분노, 사람에 대한 미움과 증오,

가족들에 대한 원망, 삶에 대한 두려움 등 자신 안에 있는 죄책감을 쏟아낸 자매님.

그렇게 울면서 고해성사를 보는데, 고해소에 계신 신부님이 고백을 듣고

함께 울어 주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자매님도 화들짝 놀랐던 것입니다.

 

저 역시 자매님의 사연을 듣는데 나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고해소 안에서 신자의 가슴 아픈 고백을 들으며 그 마음을 위로하고

함께 울어주는 신부님이 있었다는 자매님 말에 온몸에 전율이 왔습니다.

“그런데 신부님, 고해소 안에 계신 신부님의 우는 소리를 듣는데

그 소리가 신부님이 아닌 하느님이 함께 울어 주시는 것으로 들렸어요.

 

하느님이 지금까지 내 고백을 다 듣고, 내 삶의 아픔을 다 아시는 듯

나를 위로해 주시며, 나와 함께 울어주고 계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튼 그 날 어떻게 고해소를 나왔는지 모를 정도로 놀라운 경험이었답니다.

내 삶을 온전히 다 아시는 사랑과 위로의 하느님. 내 상처와 절망과 고통을 다 아시는

하느님! 한동안 냉담하다가 고해소를 찾아온 나를 보시고,

온통 분노와 증오투성이의 나를, 미움과 불안, 두려움만 가득 찬 나를 보시고

하느님은 나보다 더 아파하시며, 나를 위해 당신 먼저 이렇게 울어주셨구나

하는 생각에 집으로 돌아가면서도 계속 눈물이 났어요.”

 

자매님의 이야기에 나도 눈물이 찔끔 났습니다.

자매님도 촉촉이 젖은 눈가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습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서는 나도 모르게 이렇게 기도하게 되더라고요.

‘하느님 감사합니다. 그런데 하느님 울지 마세요. 하느님 저 이제 잘살게요.

하느님도 이제 울지 마세요!’ 그렇게 하루 꼬박을 울었더니,

마음속으로 무어라 말할 수 없는 따스함이 느껴지는 거예요.”

 

나는 먹먹한 가슴으로 가만히 천장만 바라보았습니다. 잠시의 침묵이 흐른 후,

자매님은, “그래요, 신부님. 그 사건 이후로 내 삶이 조금씩 바뀌어가더군요.

그 후로 시간만 있으면 성체 앞에 가서 가만히 있기만 해요. 뭐 그다지 기도할 줄도 모르고,

성체 조배하는 방법도 잘 모르지만 나를 위해 울어주시는 하느님을 만난 이상,

그냥 그분 앞에 가만히 있어요. 그저 하느님, 그분이 내 마음을 다 아실 거라는 생각으로

가만히 있으면, 마음이 따스해져요. 그 힘으로, 하루를 일주일을 한 달을 살았어요.

아파하는 나를 위해 울어주시고, 위로해 주시는 하느님을 만났는데

이제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살자고. 울보 하느님이 이토록 사랑 가득하고,

자비로운 분이신데 그분의 사랑을 믿고 다시 살아가자고.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다 보니, 이렇게 10년이 흘렀네요.

그런데 그 신부님, 저 지금도 궁금해요. 그 신부님이 누군지. 정말 알고 싶어요.”

 

그렇습니다. 살면서 진심을 다해 하느님을 만나고자 한다면,

그 언젠가, 진심이 통하는 그 어느 순간에 하느님은 내가 예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우리 마음 안으로 손수 들어오십니다. 그리고 그렇게 오신 하느님은

우리 마음 안에 이렇게 속삭이십니다. ‘나는 너를 언제나 사랑하고 있단다.’

이것은 진리 같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믿는 하느님은 분명

자비하신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자매님이 지금까지 찾는 ‘누군지 모르는 어느 신부님’은

아마 진짜로 예수님이었을 겁니다. 고해소에 소리 없이 찾아오셔서

인간의 아픔을 함께하고 싶어 하는 예수님 말입니다. 그

래서 그 예수님을 저는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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