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4일 (목)
(녹) 연중 제13주간 목요일 군중은 사람들에게 그러한 권한을 주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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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신부님, 조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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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58.79.1.*]

2007-02-27 ㅣ No.5063

깨끗하지 못해요.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 볼 때,

수 만 가지 죄들이 똬리를 틀고 앉은 뱀이 머리를 들고 혀를 날름거리듯이 나를 비웃곤 합니다.

예전에 남에게 잘못했던 일들이,

스스로에게 잘못했던 일들 하나하나가 망각 틈새를 비집고 나와 마음이 아파지곤 합니다.

깨끗하지 못해요. 하느님께 죄스러울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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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교리학습 끝나고 ‘영세’를 받았지요.

그리고 본당에서 영세자들 환영 모임인가, 대표로 기도문을 읽으라고 하더군요. 읽었지요.(마이크)

--> 주임 수녀님께서 놀라시고, 다른 사람들도 칭찬이 자자했지요. ‘목소리가 너무 좋다.’는... 그리고 많은 분들께서 ‘독서자’로 추천을 하셨어요.

 

2. 일 때문에 차일피일 하다가 결국 못했는데, 본당이 아닌 다른 성당에 ‘독서자’ 신청을 하였어요. 사무실과 가깝고- 사람이 적은 곳이라 봉사자가 필요할 것이다..라는 인간적인 생각으로 말이지요.

 

3. 그리고 ‘독서’하는 당일이 되었어요. ‘강론대?’에 올라갔어요.

덜덜덜덜.... 사도 바울로의 로마서 말씀입니다.... 덜덜.. “형제 여러분....

이게 웬일입니까. 덜덜덜덜- 떨면서 목소리를 낼 수 없고, 억지로 힘을 내어야 한 구절씩 읽을 수 있고.. 당장에 어디론가 푹- 꺼져 들어갈 구멍이 있으면, 차라리 지옥이라도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4. 억지로, 억지로 독서를 다 하고 정신없는 상태로 내려왔습니다.

모든 사람이 나를 비웃을 것만 같았습니다. 부끄럽기 그지없었습니다.

 

아니, 사람들 보다 하느님이 저를 거부하신 것만 같았습니다.

깨끗하지 않은 죄인이 어디 내 제단에 서 있느냐- 꾸짖는 것만 같았습니다.

 

5. 이제 두 번 다시는 못하겠습니다.

저는 그만큼 떨고,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서 갖은 힘을 다 써서 소리를 내었는데, 당장 주저앉고 싶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제가 떨고 있는 걸 전혀 못 느꼈다고 하더군요.

아내 역시도 전혀 느낄 수 없었다고 합니다.

참으로 황당했습니다.

 

 

6. 사실 굉장히 자만했었습니다.

말씀 전례에서 ‘독서’하시는 분들의 목소리를 들을 때, ‘왜 저렇게 할까? 너무 못하잖아?’라는

생각이 많았습니다. 내가 하면, 하느님께서 주신 이 멋진 목소리로 미사를 더욱 아름답게 꾸밀 수 있을 텐데.. 그래, 내가 독서자로 나가자.

 

7. 세상에서 가장 못했던 독서자

결국 자만으로 가득 찼고, 더불어 깨끗하지 못한 제가 해서는 안 될 일을 한 것 같습니다.

 

거짓말하지 않고, 이 상황을 끝낼 수 있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다음에 예정된 독서를 하지 않을 수 있는.. 그리고 계속하지 않을..

 

솔직함이 올바르지 않나 싶습니다만.

조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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