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8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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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향기 그윽한 날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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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세자요한 신부 [john1004] 쪽지 캡슐

1998-10-13 ㅣ No.116

"사랑의 향기 그윽한 날들을 위하여"

  의인은 향나무처럼 자신을 찍는 도끼에도 향을 묻힌다고 했던가? 햇빛이 아주 작은 틈을 통해서도 보이듯이 사소한 일 하나, 태도 하나, 말씨 하나에서 그 사람의 '사람됨'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아무리 가면을 쓰고 향수를 뿌려서 감추려고 해도 썩은 것은 썩은 그대로 언젠가는 드러나고 만다.  인생은 결국 사필귀정이다.
  사필귀정은 한 개인의 삶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한국천주교회가 그리스도의 향기를 풍기는 아름다운 나무로 성장해왔는지?  뿌리는 든든하고, 가지는 병들어 있지 않은지?   자문해 본다.

   1784년 이승훈의 영세로 시작되는 한국 천주교회는 수많은 박해와 고난을 받아 왔었다. 기나긴 고난의 세월속에서도 신자들은 신앙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기꺼이 바쳤고, 모진 시련속에서도 복음의 꽃을 피우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서 지하에서나마 자생적인 발전을 거듭하던 한국교회는 마침내 1831년 9월9일 교황그레고리오 16세에 의해 독립된 대목구로써 조선대목구가 설립되는 감격을 맛보았다. 이러한 역사적인 날을 기념하여 1981년 10월 18일에  여의도 광장에서 '조선교구 설정 150주년 기념 신앙대회'를 대대적으로 거행하였다. 천주교인들이 그 때 느꼈던 감동은 대단한 것이었다.
  아마도 처음에 씨를 뿌렸던 사람은 몰랐을 것이다. 이토록 훌륭한 나무로 성장할 줄을...  정말로 몰랐을 것이다. 그러한 고난과 진통속에서 이렇게 훌륭한 꽃을 피우고, 아름다운 열매를 맺을줄을 말이다.
  그러한 감동의 신앙대회를 치룬지 16년이 지났다. 그동안 교황님이 두차례나 한국을 방문하셨고, 한국교회는 외국의 원조를 받는 교회에서 이제는 가난한 나라를 도와주는 교회로, 다시 말해서 받는 교회에서 주는 교회로 바뀌어가고 있다.

   한국천주교회는 이 땅의 양심적인 사람들과 함께 꾸준히 그리스도의 진리를 외쳤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꽃동네를 비롯한 수많은 사회복지사업도 하고 있다. 굶주리고 있는 북한동포돕기 운동을 비롯한 갈라진 민족의 화해와 일치운동도 하고 있다.
  그러나 만약 예수님이 우리를 보신다면 어떻게 이야기하실 것인가? 중산층 중심의 교회, 거대화되어가는 성당 건물, 그리고 초라해지는 사람들의 모습 등등....노력해야 할 것이 너무나 많다. 부족하기 때문에 저지른 실수도 있다.

   사랑은 욕심장이어서 만족을 할 줄 모른다. 최선을 다했다고 만족하는 사랑은 없는 법이다. 사랑은 언제나 부족하다고 이야기한다. 겸손한 마음으로 한 걸음 한걸음 그리스도의 발자국을 따라가는 한국천주교회의 모습을 기대한다. 그래서 자신을 찍는 도끼에도 그리스도의 향기를 묻힐 수 있기를 말이다.

                                            최 성우 세자요한 신부(서울대교구 사무처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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