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7일 (일)
(녹) 연중 제14주일 예언자는 어디에서나 존경받지만 고향에서만은 존경받지 못한다.

자유게시판

죽음을 기억하라 ( memento mor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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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칠등 [kcd159] 쪽지 캡슐

2017-07-03 ㅣ No.213002



오래 전에 보았던 영화 쿼바디스에서 화려하게 개선하는 로버트 테일러와 백마가 끄는 전차를 같이 탄 한 사람이 월계관을 받쳐 들고 계속 이렇게 쫑알대는 장면이 나온다.
memento mori.. memento mori...

시제 아이들 말로, 넌 뭐 별 건줄 아니? 오늘 쬐끔 잘 나간다고 까불지 마라라.. 하는 말인데,
듣기에 따라서는 하늘 끝까지 올라간 개선장군의 김을 팍 새게 하기에 딱 좋은 말이다.
더구나 이것을 계속 쫑알대는 사람은 당시에 제일 천대 받던 노예 녀석이었다.

살아있는 神으로 추앙받는 개선장군.. 게다가 미남에다 장가까지 안 갔다.
이런 개선장군에게 로마 제국의 온갖 귀부인들이나 처녀들이 행렬에 꽃을 뿌리고 열광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데, 뒷전에 있는 천한 노예 놈이 이런 불경스러운 소리를 하는 것은 도대체 무슨 이유일까?

이런 장면은 삼국지에도 여러 곳에서 나온다.
전승의 기분에 도취되어있는 장군의 앞에서 한 賢者가 나타나서 諫한다.
- 당신이 잘나서 이긴 것이 아니고 어쩌다 잠깐 운이 좋아서 이긴 것이니, 지금처럼 겸손한 마음을 갖지 않고 자만하다가는 다음 전투에서는 꼭 망할 것이오..
이럴 때,
말에서 당장 뛰어내려서 그에게 절을 하고, 사죄를 하는 장군은 앞으로 크게 될 사람이요, 네깟 놈이 무얼 안다고 내 흥을 깨느냐.. 一喝하고 장검을 빼어 그의 목을 치는 장군은 그날 밤에 적군에게 야습을 당하여 폭망하는 사람이다.

臥薪의 각오를 잊은 채로, 서시의 치마폭에 싸여 천하의 패권만을 노리던 부차는 오자서의 말을 듣지 않다가, 會稽의 恥를 갚기 위하여 7년간 쓸개를 핥고 있던 구천에게 사로잡혔다.
초전의 승리에 도취되어 범증의 간언을 듣지 않고 力拔山의 자기 힘만 자랑하던 항우는 회하전투에서 패하고 오강의 쓸쓸한 魂으로 변하고 말았다.
管鮑 같은 신하의 말을 듣지 않고, 易 開 竪 같은 侵臣을 최측근으로 두었던 제나라 桓公은 죽은 후에도 67일 간이나 자기의 시신을 땅에 묻지 못하고 건천에서 썩히고 말았다.

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너무 우쭐대지 말라. 오늘은 개선장군이지만, 너도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니 겸손하게 행동하라.. 이런 말이다.

사마천의 史記에는 시대에 따라서 여러 영웅들이 浮沈한다.
그 영웅들의 한 가지 공통점은
흥할 때에는 분명히 그를 도와주는 현명한 충신들이 있었지만,
망할 때에는 분명히 그의 주위에 아첨하는 간신들이 있었다.
그러나 정작 이런 것들 보다 더욱 확실하게 그를 몰락시킨 사람은
어려웠던 때를 잊고 교만해져서, 쾌락만을 쫓으며 백성들과 소통하지 않고 백성들의 고통을 외면하였던 자기 자신이었다.

荀子는 臣道編에서 이렇게 말했다.
명령을 따르고 군주를 이롭게 하는 것을 順이라 하고.
명령은 따르는데 군주를 이롭지 못하게 하면 諂이라 한다.
명령을 거스르고 군주를 이롭게 하면 忠이라 하고.
명령을 거스르고 군주를 이롭지 못하게 하면 纂이라 한다.
군주의 명예나 치욕, 그리고 나라의 흥망을 돌보지 않고 구차하게 영합해서 녹봉만 받으며 사교에만 힘쓰는 것을 國賊이라 한다.

어제와 오늘 광화문과 여의도에서 하루 종일 개선장군처럼 의기양양한 사람이 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가 오래도록 승리자로 남기 위한 反面敎師를 그리 멀리에서 찾지 않아도 된다.
순자가 말한 國賊의 諂纂者를 最側近으로 두지 말아야 한다.
스스로 자기자신을 법에 묶어두고 국민들의 고통을 보살피며, 그들에게 겸손할 일이다.
그리고 항상..
memento mori...라고 쫑알거리는 順忠者를 끌어 모을 일이다.
 

 
           ※ 꾸민 아래 이미지만 빼고 Daum 어느카페에서 슬쩍 가져옴 (49년생 동기동창 카페지기를 하다보니 ...)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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