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7일 (일)
(녹) 연중 제14주일 예언자는 어디에서나 존경받지만 고향에서만은 존경받지 못한다.

자유게시판

비영성적 평신도를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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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순 [bejoyful] 쪽지 캡슐

2001-05-04 ㅣ No.20078

사제가 어떠해야 하는가 말들이 많더니...

어느새 게시판이 천사들의 합창 소리에 뒤덮였습니다..^^

 

사랑과 평화 속에서 옳고 바르게 살려고 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

가능한한 긍정의 가치를 지키려고 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

 

정말 아름다운 일이고 기쁜 일입니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 일제히 터져나오기 시작한 이 합창속에서

불협화음을 내는 사람이 한 사람쯤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해서

쓴 소리 한 마디를 적어 봅니다.

 

우선 ’비방’과 ’비판’, ’비난’이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한 개인에 대한 ’비방’은 그가 어떤 방식으로 살든지 올바른 것은 아니고

정당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의 과오를 지적하기 위한 ’비판’과, 그가 실수에 대해 어떤 책임도 지려 하지 않을 때, 도덕적 책임을 묻는다는 의미로 가해지는 ’비난’은 결코 ’사랑의 법’에 위배하지 않는다고 믿습니다.   

 

예수께서는 누구 보다도 ’사랑’이 가득한 분이셨으나

사랑으로 ’죄’와 그 ’죄’를 정당화 하는 구조들을 덮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셨습니다.

 

왼뺨마저 돌려대라(마태 6.40)하신 분이 정작 자신의 뺨을 돌려 대야 하는 순간에

이렇게 물으셨다는 사실이 그것을 입증해 보여 줍니다. "내가 한 말에 잘못이 있다면

어디 대 보아라. 그러나 잘못이 없다면 어찌하여 나를 때리느냐?"(요한 18,36)

 

뿐만 아니라 이른바 ’성전 정화 사건’에서 예수님은 가난한 이들을 경제적으로

착취하던 상인들과 환전상에 대해서 채찍을 휘두르기도 하셨습니다.(요한 2,15)

물론 이 공간을 통해 터져 나온 분노의 목소리들이 모두 예수님의 그것처럼

정제된 것이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또한 예수님의 일부 행적들을 통해서 사랑의 계명이 절대적인 것임을

부인하고자 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사랑의 절대성’은 구체적인 현실 안에서 살아 숨쉬고 움직이는 역동적인

것일 때 의미가 있는 것이지, 맹목적으로 ’사랑’을 강요하면서 상처로

아파하고 절망하는 이들에게 ’기도나 더 하세요’’성서나 더 읽으세요’하는 것은

너무나 과중한 요구라는 사실을 말하고 싶을 뿐입니다.

 

우리는 간음한 여인을 돌로 쳐죽이던 유대인들을 비인간적이고 잔인하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유대인들에게 간음죄는 단지 윤리적인 죄만이 아니라

하느님과의 관계에서 절대적인 정결을 지킴으로써, 그분께 대한 충실과 사랑을

실증해야 할, 이스라엘 백성 전체의 의무를 더럽히는 일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피눈물을 흘리면서도’ 간음한 여인을 단죄하여 가정, 나가서는

민족의 거룩함을 지켜야 했던 것입니다. 그러했기 때문에 간음한 여인을 용서하신 예수,

행실이 깨끗하지 못하다고 지탄을 받던 이들을 받아 들인 예수님이 이해 받을 수

없었습니다.

 

이스라엘이 지켜야 했던 ’정결법’이 화석되었을 때,인간을 짓누르는 족쇄가 되었듯이

사랑의 이름으로 형제의 신음을 틀어막는 것 또한 그들에 대한 굴레가 되지나 않을까

저는 그것을 염려할 따름입니다.

 

그러하기에...

 

더 기도하고 사랑하라고 충고하시는 분들께 감히 묻고자 합니다.

 

그렇다면 형제, 혹은 자매님께서는 좀더 정의로운 교회를 만들기 위해서

무엇을 하고 계십니까? 어쩌면 기도하고 사랑하고 계신지도 모르겠군요.

 

그렇지만 하느님께서는 이집트에서 종살이 하던 백성을 구하기 위해

모세를 필요로 하셨듯이, 당신의 기도에 응답하기 위해 당신을

부르고 계신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여전히 물음은 남을 수 밖에 없습니다.

 

당신은 무엇을 하고 계십니까?

무엇을 하실 용의가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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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빌린 아이디로 쓴 글입니다...^^

개인 메일은 사절입니다...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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