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7일 (일)
(녹) 연중 제14주일 예언자는 어디에서나 존경받지만 고향에서만은 존경받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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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정신부님의 사제관일기(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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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젤 [chldudwn] 쪽지 캡슐

2001-06-19 ㅣ No.21323

사제관 일기 72

  

방금, 인터넷 홈페이지 몇 군데를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입니다.

몇몇 사이트에 들러면서는, 마음이 너무 착잡해졌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사제를 향한 노골적인 비난의 글들을 읽어야 했습니다

사제의 욕을 대놓고 하고,  

그 글을 권한답시고 추천까지 올리는 어이없는 세태를 보면서,

신자 안에서 마저도 점점 설 자리를 잃어 가는 사제의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

언젠가, 은퇴하신 한 신부님께 들었던 말씀이 생각납니다.

"쯧쯧...사제 알기를 개떡으로 아는 게 요즘 세태야.....

젊은 신부들, 정신차리고 살게나....."

사제의 품위를 개떡으로 비유하신 그분의 말씀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는데,

살면 살수록 그 말씀을 실감하고 있으니,

웃지 못할 진실의 면면이라 여겨, 오늘의 묵상 거리로 삼아 봅니다.

.........

세상 사제들이 얼마나 잘못 살고 계신지 저는 잘 모릅니다.

사제들을 평하기에는 저 자신마저도 미덥지 못한 구석이 많아

답을 내리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저 저 하나만 보고 말씀드린다면, 잘 살고 있다고는 말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잘 살려고 한다." 이 정도 고백이 오히려 정직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잘 사는 점보다는 잘못 사는 점이 훨씬 더 많은 것은 분명합니다.

실상도 그로 인해 욕을 많이 얻어 먹고 있으니,

저 같은 사제가 있어 뭇 사제들을 욕되게 하는가 봅니다.

......

참 이상합니다......

뭐든 털어놓고 나면, 가슴이 후련한 법인데,

오늘의 이 고백은 가슴을 더 허하게 만들고 있으니, 그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사제의 마음 속을 후벼낸 데서 오는 허허로움이기에 그런가 봅니다.

아니면, 설 자리를 잃어버린 데서 오는 마음의 심란함 때문일 수도......

.......

누가 만일 저에게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이름을 대라" 하신다면,

저는 한결같이 ’사제’라 답해드릴 것입니다.

사제이면서 사제를 존경한다는 이 답변을

편이나 옹호라는 유치한 단어로 폄하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제가 사제이기 때문에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그분이 사제이시기에 존경을 드리는 것입니다.

그분이 아무리 잘못 살고있는 사제이시라 할지라도,

아마 저의 존경심에는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그가 비록 인간의 성품에서 오는 여럿 결함을 지녔다 하더라도,

그분은 사제라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존경을 받으셔야 합니다.

 

사제, 그 이름은 세상에서 가장 거룩한 이름이십니다.

김강정은 차마 볼품없는 이름일지라도,

그 뒤를 이루는 이름은 대단한 이름이십니다.

그래서 저는 인간으로서의 저는 미천한 존재로 보고 있지만,

사제로서의 저 자신만은 존경하고 있습니다.

사제로서의 저는

저가 아닌, 또 한분의 그리스도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씨시의 프란치스코 성인도 이렇게 말씀하셨던 것입니다.

제가 만일, 사제와 천사를 한 자리에서 만난다면,

먼저 사제께로 나아가 절을 한 후, 다음으로 천사께 머리를 숙이겠습니다라고..

그렇습니다.

비록 인간은 천사의 다음 자리로 만들어졌으나,

사제는 천사보다도 더 앞선 자리에 서 계십니다.

이는 하느님께서 매기신 순번이시고,이 순번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사제를 폄하하는 말씀일랑 삼가하십시오.

천사를 욕되게 않듯이, 사제는 더욱 욕되지 않으셔야 합니다.

차마 인간의 더러운 입으로 올리기에 사제는 너무나 거룩한 이름이십니다.

그 이름을 더럽히는 것은 곧 그리스도를 더럽히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

사제를 더럽히기에 앞서 먼저 기도로 그분의 직분을 도우십시오.

인간적인 약점으로 빛을 잃어갈 때,

여러분의 기도는 사제의 빛을 되살리는 놀라운 힘을 발휘하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숨은 기도가 한 사제를 만들었듯이,

여러분의 기도가 또한 그 사제를 키우게 될 것입니다.

오로지 기도만이 그 사제를 주님의 제단 앞에 거룩한 모습으로 세울 수 있다는

사실만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

아직도 존경과 예우를 다해 우리의 사제를 받들 줄 아는 이.

그가 바로 당신이시라면,

당신은 진정 그리스도를 나날이 만나시는 아씨시의 그 성인이십니다.....

그러나, 사제의 뒤를 캐고 사제를 욕되게 하는 이.

그가 바로 당신이시라면,

당신은 바로 그리스도를 욕되게 하는,

그 개떡의 주인공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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