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7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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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들과 함께한 2박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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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선 [peterpan65] 쪽지 캡슐

2001-08-05 ㅣ No.23299

 저는 경기도 용인에 있는 한터 캠프 수련원이라는 곳에서 2박3일간 천사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나누고 돌아 왔습니다.

 

아이들의 순수함에 흠뻑 빠져 하루하루가 힘들었지만 아주 보람있고 기쁜 마음을 충전해서 돌아왔지요.

 

교사회에서 봉사해주는 여러성당 주일학교 선생님들이 이렇게 고생하는구나. 함을 새삼 느끼며 이 자리를 빌어 그 노고에 격려와 감사를 잊지 않겠습니다.

 

저역시도 주일학교시절이 있었고, 또 당시에 선생님들도 계셨더랬지요.

 

이번 캠프를 다녀와서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저의 어린시절 그때가 자꾸 생각이났고 당시에 선생님들이 나때문에 많이도 힘드셨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답니다.

 

아무튼 캠프 첫날, 성당에 도착을 하여 제가 맡기로한 녀석을 기다렸는데 초등부 교감이 오더니 안좋은 소식을 전해주더군요.

 

제가 맡기로했던 그 아이가 그만 수술을 급하게 하게 되어서 이번 캠프에 동행을 못하게 됐다는 다소 실망스런 소식을 주더군요.

 

대신에 자폐아를 맡게 되었지요.

 

이 아이는 신체야 아주 건강한 6학년, 정상아이지만 자폐라는 증상땜에 지능은 5,6세 정도밖에 되지는 않는...그리고 무엇보다 말을 안합니다.

 

한글도 자기 이름 석자 쓰는것조차도 힘들어 합니다.

 

바로 이 아이 담당으로 급선회 되었답니다.

 

이 아이땜에 저는 우리 성당의 한 6학년 아이를 내내 잊지 못하는 감동을 받게 되었고 이 화제는 어저께 캠프를 다녀와서 교사들과 뒤풀이 시간에도 얘깃거리가 됨은 물론 어떤 녀석의 표현을 빌리자면 한편의 인간 다큐멘타리를 보는것 같았다! 라고 하더군요.

 

체구는 같은 6학년아이보다는 다소 작지만 아주 잘생긴것이 어렸을때 저를 보는듯한 녀석이(>.<) 그렇게 감동적으로 그 자폐아 친구를 챙기고 도와주니 사실 전 할일이 별로 없더군요.

 

그 아이는 정말 자기를 희생하여서 그 친구를 도와주는데 이건 어린애 같지가 않더라구요.

 

그 자폐아인 아이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라 감시를 잠시라도 소홀히 했다하면 개념파악을 못하고 어디론가 정처없이 나가 돌아다닌다는데 그 캠프기간동안 그 아이를 잃어버린다면 나머지 백번 잘함 뭐합니까? 그래서 그 아이를 항상 감시하다시피 옆에 따라 다니며 말을 걸곤했지요. 그런데 저보다도 더 그 친구를 챙긴 아이입니다.

 

항상 손붙잡고 다님은 물론 잘때도, 등반을 할때도, 속옷을 갈아입을때도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며 친구를 도와주는 모습이 어쩜 저리 믿음직스럽고 대견해 보이는지 선생님들이 마지막날 그 친구에게 급하게 마련하여 상을 안줄수가 없었습니다.

 

수녀님이 말씀하심을 인용하면 "저 아이의 부모님도 성당에서 아주 열심히 활동하시는분들이시다. 대개 부모님이 그러하면 그 아이들도 저렇게 착한 아이들이 나오더라." 라고 말씀하시니 수녀님도 감동을 받은 모양입니다.

 

그래서 전 캠프기간 내내 녀석이 너무 이뻐서 어쩔줄을 몰랐고 그 아이에게 사랑의 실천이라는 부분에선 참 많이도 배웠습니다.

 

솔직히 내자신이 부끄럽기까지 했지요.

 

야간에 공포체험 시간에도 아이들의 순수함때문에 얼마나 웃었는지...

 

공포체험은 중간중간에 교사들이 귀신분장을 하고 등장하게 되는 산길인데 아이들만 가고 절대 교사들은 따라 가지 않는 프로그램입니다.

 

한조씩 달랑 랜턴 2개만 갖고 가는데 떠나기전 겁을 엄청 주었더니 아이들의 반응때문에 한참 웃어야만 했습니다.

 

한 에피소드만 소개해드리지요.

 

어떤 조는 여자아이들만 많고 남자는 달랑 두명뿐인데 이 남자아이들이 이제 3학년 어린 녀석들이었지요.

 

그러니 공포체험 하러 떠나기전 얼마나 겁이 났겠습니까?

 

드디어 떠나기위해 줄을 세우는데 6학년 여자아이들이 앞줄로 서더니 그 남자 아이들에게 "야! 너희는 맨뒤로 서!"

 

"왜? 우리가 맨뒤로 가요? 싫어요!!" (맨뒤가 겁이 나잖습니까?)

 

"야! 너희는 남자잖아? 남자가 여자를 보호해주어야지!"

 

그러자 이녀석들이 할수 없이 뒤로 섰는데 앞에 5,6학년 누나들이 주욱 서있고 맨뒤에 두녀석이 서있는데 키도 거의 누나들 허리에 닿을려는 녀석들이 남자들이 여자를 보호해주어야한다는 말에 싫다고 할수도 없고 그 겁에 질린 표정으로 죽기보다 싫은 걸음을 타박타박 옮기는데 그 모습보고 얼마나 웃었는지 보호는 커녕 누나들이 업고 가도 모자를판이더군요...아무튼 남자들이란 어렸을때나 다 자랐을때나 그 남자이기 때문에! 라는 문장 하나로 참으로 하기 싫은 일도 억지로 많이 하게 됩니다.

 

그래서 수명이 더 짧나보죠?

 

아무튼 아이들의 그 순수함에 저희들은 감동도 곧 잘 받았습니다.

 

그외에 여러 프로그램도 있었고 하루하루 그렇게 아이들과 친해지고 급기야는 마지막날 아이들은 저를 "피터팬 선생님!"이라고 불러주니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이번 캠프기간동안 피터팬 댄스라는 아주 즐거운 댄스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댄스를 못배워서 못하는 사람은 나와 보좌 신부님 단, 두명 이었지요.

 

저요, 이게 왠 나의 댄스냐 해서 딱 두번보고 배웠습니다. 보좌신부님이요? 아마 마지막날까지 못 배웠을걸요?

 

마지막날 캠프 화이어때는 전 그 자폐아와 손을 붙잡고 있을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이가 불꽃을 무서워해서 소리를 지르고 도망다닐수 있어서이지요.

 

아까 칭찬했던 녀석과 제가 양쪽에서 그 아이손을 잡고 끝까지 함께 했습니다.

 

얼마나 땀을 흘려가며 아이들과 재미있게 놀았는지...저희 보좌신부님, 완전히 광란의 밤을 보내시더군요.

 

저역시 지지 않기 위해서 아이들속에서 뛰어다니며 같이 미쳤지요.

 

그전까지는 아이들이 저를 보고는 평소에 선생님도 아닌데 누구지? 하는 표정들이었지만 그렇게 함께 동심으로 돌아가 놀아주니 아주 금새 친해지더군요.

 

특히나 작년 크리스마스때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 나눠준거 기억하니? 그게 바로 나였단다. 라고 신분을 밝히자 더 아이들에게 다가갈수 있었구요.

 

처음엔 아저씨! 라고 부르더니 마지막날은 피터팬 선생님!으로 불러주니 얼마나 고맙고 감동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쉬운것은 제가 담당했던 녀석의 입에서는 그 소리를 못들었던 것인대요.

 

하지만 녀석은 이제 저를 기억할것이라 믿습니다.

 

녀석의 인사는 고개를 꾸벅거림이 아니라 살짝 웃는것인데 저를 여러차례 보고 웃어줬거든요.

 

아이들이 너무 사랑스럽습니다.

 

천성적으로 애사랑이 많은것도 있겠지만 전 아이들과 그렇게 어우러져 놀때면 정말 나이값을 못합니다.

 

끝으로 교사회 녀석이 어제 제게 한말을 적어보면서 그동안 다시한번 이번 캠프 기간동안 제게 격려와 사랑, 그리고 기도를 주신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형! 형이 수영장에서 아이들 손잡고 다니는 모습을 보고 난 감동 받았다우. 어쩌면 저리 가식없이 행복한 표정인지, 꼭 아빠 같던데요? 형! 내년부터는 그러지 말고 꼭 장가가서 형 자식들이랑 같이와! 아무튼 형! 정말 고마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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