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성직주의단상(14)살인하지 말라 |
---|
성직주의단상(14)살인하지 말라
내가 처음 교편을 잡을 때 얘기다. 내가 발령을 받고 제일 처음 찾아뵌 분이 중학교 때 은사였다. 그 분은 교사로서 첫 출발을 하는 나에게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살인하지 말라. 살인이 가장 큰 죄이다."
내가 이 말씀을 정확히 이해하는 데는 십여 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그만큼 나는 둔재였는지도 모른다. 그 십여 년 동안 나는 몇 명이나 죽였을까? 생각하면 가슴이 섬뜩해진다.
흔히 가르치다 보면 열나는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럴 때 대개 매를 들게 마련이지만 그보다 선행하는 것이 말이다. 바로 이 말이 문제다.
매는 아무리 때려도 지나고 보면 사랑의 매로 변한다. 졸업 후 어른이 되어 마음에 여유가 생겼을 때 스승을 찾아오는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다. 이 때 찾아오는 제자들은 바로 그 문제의 학생들이지 공부 잘 해서 일류대학에 간 제자들이 아니다.
그러나 말은 그렇지 않다. 말은 한 번 잘못하면 영원한 상처를 남게 한다. "너는 인간 되기는 틀렸어, 너는 아무리 해도 안돼, 싹이 노랗다" 이런 말들이 바로 살인 행위의 말들이다. 아무리 잘못했어도 좌절감을 주는 말을 해서는 안 되는데 화가 나다보면 나오는 수가 있다. 무심코 한 말 한마디가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대접을 받은 학생들은 대개 그 선생님이 싫게된다. 그러면 그 선생님의 과목까지도 싫어진다. 그렇게 되면 진학할 때 문제가 생긴다. 그 과목을 소홀히 했기 때문에 가고 싶은 대학을 못 가게 되거나 아예 못 가는 수가 있다. 나는 이런 것까지 살인의 범주에 집어넣는다. 물론 이런 언어의 폭력을 당한 학생들이 다 좌절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기 승화의 발판으로 삼는 학생들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극히 드물다.
성당 주변에서도 이런 일들은 종종 일어난다. 내가 아는 사람중에는 영성체할 때 ’아멘’하지 않았다고 신부님에게 무안을 당하고 나서 성당에 안 나오는 친구가 있다. 또 어떤 친구는 매번 미사에 늦게 참석하여 신부님이 ’그렇게 다니려면 그만 둬’ 했다고 해서 안 나오는 친구가 있다. 이런 친구들은 자기 잘못은 생각지 않고 조상 탓으로 돌린다. 그래서 사제 노릇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신부님 말 한마디가 고까워 냉담하는 사람들! 이는 어찌해야 좋은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