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6일 (토)
(녹) 연중 제13주간 토요일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에 슬퍼할 수야 없지 않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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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얼마나 잔인할 수 있을까?-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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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순 [likemindlle] 쪽지 캡슐

2002-09-15 ㅣ No.38750

가끔 이 게시판은 저에게 짜증의 원인이었습니다.

그런데 요 몇일 이 곳에 올라오는 글들을 읽으며 짜증스러움이나

피로함 보다는 공포..그렇습니다. 문자 그대로 공포를 느껴야 했습니다.

그것이 아무 짝에도 쓸모없을 이 글을 적게 합니다.

 

1. 이용당한 성전...?

 

노조가 성전을 이용했다고 합니다.

평소에는 성당에 드나드는 신자들을 사시로 쳐다보고

심지어 성전 앞에 자기들 물건을 쌓아 놓으며 그 거룩한 성전을

우습게 알던 것들이 궁지에 몰리자 성당으로 도망쳐 쑈(!)를 한다는

글들을 읽었습니다.

 

물론 사실일 겁니다.

아마 위세 당당한 노조의 힘을 믿고 있었을 때,

그들에게 성당쯤은 아무것도 아니었을 겁니다.

 

그런데.....

혹시 그런 글을 올리신 분들은 완전히 고립된 건물 속에서

경찰들 손에 짐짝처럼 끌려나갈 위험에 처해 보신 적이 있습니까?

긴장과 공포를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보신 적이 있습니까?

 

노조와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새벽 5시 30분에 최초 진입을 시작했고

퇴로는 완전히 봉쇄된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자, 이런 상황에서 어제까지 성당 알기를 뭣처럼 알던

노동귀족 몇 명이 그 두려움을 면해 보고자 성당으로 도망쳐 들어 왔습니다.

 

어제는 거만한 죄인이었던 자들이

오늘은 쫓기는 도망자의 신세로 성당에 들어섰습니다.

 

그러면,

이제 복수할 때가 온 것입니까?

죄인들에게 합당한 응징을 해야 마땅하겠습니까?

그것이 7번씩 70번이라도 용서하라 하신 복음에 대한 충성입니까?

차라리 성당 문을 24시간쯤 봉쇄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부천서 성고문 사건이 벌어졌을 때,

저는 아직 신자가 아니었습니다.

 

신문을 읽으며 아, 그럴 수도 있겠다. 지독한 빨갱이들이니

성을 혁명의 도구로 이용할 수도 있겠구나...

 

부끄럽께도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동아일보의 한 구석에 1단짜리 기사가 실렸습니다.

김수환추기경께서 그 권모양에게 편지를 보내 격려 했다는 내용이었지요..

 

오늘,

이데올로기 이전에 한 젊은 여성의 고통과 상처를 헤아렸던 추기경님과

그 1단 기사를 싣기 위해 자신의 장래를 걸었을지도 모를 이름 모를 기자 분을

생각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그토록 자랑스러워했던 가톨릭 교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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