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8일 (월)
(녹) 연중 제14주간 월요일 제 딸이 방금 죽었습니다. 그러나 가셔서 손을 얹으시면 살아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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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첫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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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민정 [mj-agnes] 쪽지 캡슐

2001-02-24 ㅣ No.2892

어머니의 첫편지

 

"상호야 자알있냐 엄마는 건간하다. 그러니 너무 걱정 말아라. 너나 집 걱정하지 마알고 몸 건간해라. 엄마가 못배우서 이렇게 박에 못슨다.

1999년 4월 엄마가"

  포항 훈련단에서 받은 어머니의 편지는 이렇게 단 몇줄 너무나 짧고 맞춤법도 엉망인 편지였지만 나는 읽고 또 읽으며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아마도 이 편지는 어머니가 난생처음 보낸 것일 겁니다. 위로 두 형이 있지만 형들은 군에 가서도 어머니의 편지를 한번도 받지 못했으니까요.

  초등학교를 간신히 졸업한 어머니는 평생 농사만 알고 살아오셨습니다. 어머니는 가계부도 쓰지 않으셨습니다. 가만 생각해 보니 어머니가 펜을 손에 쥐는 모습을 한번도 보지 못한듯 합니다. 글을 쓰는 일은 언제나 아버지의 몫이었습니다. 아버지는 문장도 좋고 글씨도 매우 반듯했습니다. 형들이 군에 갔을 때도 물론 아버지가 편지를 서서 보내 주셨습니다.

  하지만 그런 아버지의 편지 대신 나는 어머니의편지를 받았습니다. 아버지는 내가 입대하기 얼마 전에 사고로 세상을 떠나셨기 때문입니다. 그 불의의사고로 단란하고 행복하기만 했던 우리집은 슬픔으로 가득 찼습니다. 특히 어머니가 받은 충격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 삼형제는 어머니에게 아버지지의 자리를 대신해 드리자고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의 편지를 받던날 어머니는 우리에게 아버지 몫까지 해주고 싶어하심을 알았습니다.

  오늘도 어머니는 홀로 논으로 밭으로 뛰어 다니느라 밥상을 차리지 않고 밥을 물어 말고 고추장을 찍어 드시고 계실 겁니다. 저 하늘에서 우리 삼형제와 어머니가 오순도순 잘사는 모습을 지켜봅며 흐뭇해하실 아버니, 어머니는 저희 삼형제가 지켜드릴께요.

 

월간(좋은생각)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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