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7일 (일)
(녹) 연중 제14주일 예언자는 어디에서나 존경받지만 고향에서만은 존경받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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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망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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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rbk2236] 쪽지 캡슐

2005-12-29 ㅣ No.4105

건망증 -


*** 전화받다 마누라가 태워먹은 수많은 냄비들..

또 전화가 온다. 마누라는 실컷 수다를 떤다.

그 순간 아차차...!!!

"얘, 잠깐만 기다려, 가스불 끄고 올께!."

마누라는 자신의 영민함에 뿌듯해하며 가스불을 끈다.

그리고,

나서 아까 하던 김장 을 마저 한다.

*
*
*

마누라는 그렇게 또 통화하던 친구를 건망증 때문에

간단히 잊어버렸다!.





*** 은행에 간 마누라. 오늘은 거의 완벽하다.

통장과 도장도 가지고 왔고 공과금 고지서도 가지고 왔다.

이젠 송금만 하면

오래간만에 정말 아무 일 없이(?) 은행에서 볼 일을 마치게 된다.


"송금하시게요? 잘 쓰셨네요..

아! 전화번호를 안 쓰셨네요. 집 전화번호를 써야죠.."

*
*
*

마누라는 그날 집 전화번호가 생각 안나서

결국 송금을 못하고 말았다.



*** 나도 만만찮다.

출근하느라 정신 없는 나.

서류 가방 들랴, 차키 챙기랴, 머리 염색약 뿌리랴.

한바탕 전쟁을 치른 뒤 무사히 출근에 성공한다.

한참을 운전하던 나...

뭔가를 빠뜨린 것 같아 핸드폰을 꺼내 집으로 전화를 한다.

근데 이상하게 통화가 안 된다.

나는 욕을 해대며 다시 걸어 보지만 여전히 통화가 되질 않는다.
*
*
*

그날 마누라는

하루종일 없어진 TV 리모콘을 찾아 온집안을 헤매야 했다.


*** 간만에 동창회에 나가는 마누라!.

화려하게 차려 입느라 난리다.

저번에 동창생들의 휘황찬란한 옷차림에 기가 죽은 기억 때문에

마누라는 반지 하나에도 신경을 쓴다.

반지 하나 고르는 데 2시간 걸렸다.

마누라 반지는 딱 2개 뿐인데...

모든 걸 완벽하게 치장한 마누라!.

이번엔 정말 마누라가 스폿라이트를 받았단다.

모든 동창들의 시샘의 눈길에 뿌듯해하는 마누라!..

마누라는 우아하게 인사를 했단다.

"얘드아!(얘들아) 오데간마니다.(오래간만이다)"


다른 치장에 너무나 신경을 쓴 나머지..
*
*
*

마누라는 "틀니"를 깜빡 잊었다.


그후로 마누라는 동창들과 연락을 끊고 산다.



*** 마누라가 오래간만에 미장원에 갔다.

주인이 반긴다.

"정말 오래간만이네.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네, 덕분에..오늘 큰딸 결혼식이 있으니까 머리손질 좀 빨리 해주시겠어요?

시간이 없으니까, 30분 안에는 완성해 주세요"

"30분 안에요? 네, 알겠어요"

한참 손질하던 주인,

"이왕 오신 거.. 머리를 마는 게 어때요? 훨씬 보기 좋을 텐데..."

훨씬 보기 좋다는 소리에 솔깃한 마누라!.

"그럼 어디 간만에 파마나 해볼까."

그렇게 마누라는 머리를 말았다.

꼭 3시간 걸렸다.

머리를 만 채 뿌듯한 마음으로 집으로 온 마누라...!!!

집안의 공기가 썰렁하고 험악했다.!!!
*
*
*
며칠후 마누라는 큰딸의 결혼식을 비디오로 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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