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6일 (토)
(녹) 연중 제13주간 토요일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에 슬퍼할 수야 없지 않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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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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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04-03-31 ㅣ No.64432

 요즘은 총선을 앞두고 정치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 발의가 국회에서 통과가 되었고 대통령의 권한과 직무가 정지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탄핵을 반대하는 많은 사람들이 촛불 시위에 참여하기도 하였고,  탄핵을 찬성하는 사람들도 집회를 열었습니다. 이제 며칠 있으면 국민들의 마음이 총선 투표를 통해서 밝혀질 것입니다. 이번 선거에 참여하셔서 국민의 권리인 참정권을 행사하셨으면 합니다.

 

 어떤 분이 이런 이야길 하였습니다. 이번 선거는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선거라고 하더군요.

첫째는 일인 보스에 의해서 주도되는 선거가 아니라고 합니다.

둘째는 금권과 관권의 개입이  최소화 되는 선거라고 합니다. 대통령도 선거법을 위반했다고 해서 직무가 정지되는 상황에 누가 선거법을 위반할 엄두를 내겠습니까!

셋째는 어느 해 보다도 국민들의 선거에 대한 참여의사가 높은 선거라고 합니다.

마음에 둔 정당과 후보를 잘 생각하시고 투표 당일 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시기 바랍니다.

 

 우리 교회는 이제 곧 주님의 수난 성지주일을 맞이합니다.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한 주님은 백성들로부터 환영을 받습니다. 그러나 그 환영도 잠시 뿐이고 뒤에 벌어지는 일은 우리가 잘 아는 대로 바로 수난의 여정입니다. 유다의 배반으로 예수님은 잡혀갑니다. 베드로는 예수님을 세 번이나 모른다고 합니다. 예수님은 가야파, 헤로데, 빌라도의 심문을 받습니다. 죄목은 신성 모독죄입니다. 추가된 죄목은 내란 선동죄입니다.

 

 2000년의 역사가 흐른 지금 예수님의 죄목을 그대로 인정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당시 권력과 힘을 가졌던 기득권 세력에 의해 고발을 당하였고 로마의 총독인 빌라도에 의해 십자가형이라는 형벌을 받고 골고타 언덕에서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우리는 수난 복음을 읽으면서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라고 했던 군중의 말을 함께 읽습니다. 왜  함께 읽고 싶지 않은 그 말을 함께 읽고 아니 외치는 것일까요!

 

 해마다 봄이 오면 반갑지 않은 불청객이 중국에서 찾아옵니다. 무엇입니까! 바로 황사입니다.  이 황사 때문에 몇 해 전에는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못한 적도 있습니다. 그만큼 황사가 심하게 불었고, 그 황사가 어린아이들에게는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눈에 보이는 황사는 어느 정도 피할 수 있습니다. 어린아이들은 학교에 오지 않도록 하고, 어른들도 누런 먼지를 피하기 위해서 마스크를 쓰거나 집에서 머물면 될 것입니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황사’가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황사는 우리를 하느님과 멀어지게 하고, 우리의 이웃과 멀어지게 하고 우리를 죄와 어둠에 빠지게 합니다.

 

 그 눈에 보이지 않는 황사는 어떤 것이 있을까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마음에 시기가 가득하면 질투가 가득하면 미움과 분노 욕심과 이기심이 가득하면 편견과 오만이 가득하면 우리의 마음은 아주 심한 황사가 불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하느님께서 주시는 사랑을 보지 못하고, 하느님께서 주시는 은총을 보지 못하고 우리 자신은 죄와 어둠에 갇히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당신의 죽음을 아시면서도 예루살렘으로 입성하십니다.  그런데 예수님을 맞이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빨마가지를 손에 들고 옷을 길에 깔면서 예수님을 환영하였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다윗의 후손이라고 소리치면서 예수님을 환영했습니다. 그들은 정말 예수님을 사랑했습니다. 예수님을 환영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다음날 예수를 죽이라고  소리칩니다. 바로 똑같은 사람들이 하루는 환영하고 또 하루는 죽이라고 소리치는 것입니다.

 

 어째서 그렇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들은 시기와 질투 때문에 예수님께서 보여 주시는 사랑의 힘을 보지 못하였습니다. 편견과 교만 때문에 예수님께서 보여 주셨던 기적의 힘을 보지 못하였습니다. 욕심과 이기심 때문에  주님이신 그리스도를 보지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주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소리를 치고 말았습니다.

 

 우리도 하루하루를 통해서 내 자신의 뜻과 일치하지 않는 사람들을 속으로 얼마나 많이 죽이고 있습니까?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다고, 내가 원하는 방법대로 따라주지 않는다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미워하고 분노하고 증오하고 있습니까?

 

 자식이 소유물인 양 시키는 대로 따라주지 않는다고, 부부간에 서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주지 않는다고, 이 사회가 내가 가는 대로 자리를 마련해 주지 않는다고, 우리 자신이  만들어 놓은 잣대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평가하고 단죄하고 있습니까? 이것이 바로 십자가에 주님을 못 박는 행위입니다.

 

 분노한 군중들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닙니다.  참 신앙을 고백한다고 믿고 있는 내  안에 또 다른 모습으로 예수님을 향해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소리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십자가에 못 박아야 할 것은 예수님이 아니라 바로 내 죄악입니다.  내 이기심입니다.  나의 그릇된 편견입니다. 이제는 못 박아야 합니다. 우리가 주님의 부활에 동참하여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서 우리가 우선해야 할 일이기 때문입니다.

 

 중국에서 불어오는 황사는 계절이 바뀌면 사라집니다. 비가 내리면 사라집니다. 그래서 우리는 푸른 산과 들을 다시 볼 수 있고, 거리를 마음 놓고 다닐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마음 안에 있는 황사는 어떻게 해야 없앨 수 있습니까!

 

 회개의 바람이 불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마음을 정화 시켜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을 볼 수 있고, 우리 주위에서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 그리스도를 볼 수 있고, 우리의 사랑을 필요로 하는 이웃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임하신 예수님, 내 안에 입성하신 예수님을 목숨을 다해 받아들일 것을 결심하고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부활의 은총이 우리의 결심을 통해서 열매 맺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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