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8일 (월)
(녹) 연중 제14주간 월요일 제 딸이 방금 죽었습니다. 그러나 가셔서 손을 얹으시면 살아날 것입니다.

따뜻한이야기 신앙생활과 영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좋은 글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사제관 일기107/김강정 시몬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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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탁 [daegun011] 쪽지 캡슐

2001-08-24 ㅣ No.4455

        사제관 일기 107  

 

한글학교 통합문제로 안팎이 시끄럽습니다.

아이들의 한글교육을 위해 여섯 교회가 연합해서

하나의 학교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시작이 되었습니다.

그 때문에 목사님들과 몇 차례씩 만남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권과 교세라는 장벽을 넘지 못해 무산의 위기에 이르렀습니다.

........

안타깝고, 답답한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느님의 사업에 이권과 알력이 개입되고,

세를 과시하기 위한 자리싸움을 벌이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신자들의 머리통을 돈으로만 셈하고,

아이들을 담보로 교세확장에 열의를 올린다면,

교직자로서의 길을 잘못 가고 있는 것입니다.

......

사심을 버리고 산다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공익을 위한 명분으로 사심을 내세우고,

자기의 배를 채우기 위해 실리를 구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라면,  

적어도 교회는 그런 세상과는 달라야 한다 여겨집니다.

세상에서는 맡을 수 없는 냄새가 나야 하거늘,

외려 교회 안에서 세상냄새가 더 많이 나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럽습니다.

세상을 성화시켜야 할 교회가 세상보다 더 세상적이라면,

교회의 희망은 물론 세상의 희망마저 사라지고 말 것입니다.

정녕 교회가 세상을 성화시키지 못한다면,

세상이 교회를 세속화시켜버리고 말 것입니다.

......

언젠가 도심의 높은 빌딩에 올라 밤의 야경을 내려다보았습니다.

공해에 찌들려 가려진 밤하늘 사이로 드문드문 박혀 있는 별들 아래로는

그보다 더 많이 그 수효조차 셈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교회의 빨간 십자가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진정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못해내고,

그로 하여

하느님의 나라가 이땅에서 승리하고 있다는 확신을 드러내지 못한다면

나날이 늘어만 가는 저 교회의 빨간 십자가들은

구원의 표지로서가 아니라,

한낱 공동묘지에 세워지는 죽음의 십자가,

그 이상의 의미는 되지 못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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