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8일 (월)
(녹) 연중 제14주간 월요일 제 딸이 방금 죽었습니다. 그러나 가셔서 손을 얹으시면 살아날 것입니다.

따뜻한이야기 신앙생활과 영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좋은 글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한가지 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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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애령 [aeryeong] 쪽지 캡슐

2001-12-19 ㅣ No.5300

이야기방 식구들 안녕하신지요? ^^

매일 들르지만 글 올린지는 한참 됐네요~;^^;;

마음따뜻해지는 이야기가 있어서 퍼왔습니다.

기쁜 성탄 맞으시고

새해에도 주님안에서 복된 나날 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한가지 소원

 

 

나는 고향에서 작은 사업을 하고 있다.

 

그리고 가끔 일상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해소하고

 

의미있는 일도 할 겸 달동네 주민을 위한 무료 식당 일도 자원해서 돕고 있다.

 

일을 끝내고 식당앞을 청소하고 있을 때 식당 구석을 돌아나오는 한 할머니가 있었다.

 

할머니는 꽃무늬 찍힌 낡은 치마와 빛 바랜 노란 스웨터를 입고 있었고 다 떨어진 구두를 신고 있었다.

 

밤 공기가 매우 차가왔는데도 양말은 신고 있지 않았다.

 

내가 양말을 왜 안 신었느냐고 물었더니 없어서 못 신었다,고 했다.

 

난 이 쇠약한 할머니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많은 도움이 필요할 것 같은 초라한 모습이었다.

 

그렇지만 그 자리에서 내가 해 드릴 수 있는 일이란 내 양말을 벗어드리는 것밖에 없었다.

 

그래서 난 운동화를 벗어 신고 있던 흰 양말을 벗었다.

 

신고 있던 것이긴 하지만 산 지 얼마 되지 않은 새 양말이었다.

 

나 자신은 그것이 정말 작은 친절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때 보여준 할머니의 반응을 나는 결코 잊을 수가 없다.

 

할머니는 마치 자신의 손자를 바라보듯 애정이 담긴 따뜻한 눈길로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그동안 한가지 소원이 있다면 발 시리지 않고 잠 자는거였는데,

 

양말을 신어본 지가 언제였던지 기억이 까마득해요."

 

그날 밤 난 뿌듯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 왔다.

 

다음날 저녁때도 나는 무료 식당일을 돕고 있었다.

 

그때 경찰 두 명이 들어왔다.

 

그들은 식당 근처에서 발견된 시체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중이었다.

 

경찰은 내게 시체의 얼굴 사진을 보여주었다.

 

어젯밤의 그 할머니였다.

 

난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어떻게 된 일이죠?"

 

가족은 물론 친구도 없던 그 할머니는 식당에서 두 불록 떨어진 오두막에서 살았는데,

 

방에는 난방 장치가 없어 온기라곤 전혀 없었다고 한다.

 

이따금씩 들르는 이웃 사람이 할머니가 죽은 것을 발견하곤 경찰에 신고했노라고 경찰관은 말했다.

 

경찰관에게 커피를 따라주면서 나는 말했다.

 

"참 안됐네요"

 

경찰관은 커피잔에서 입을 떼며 말했다.

 

"장의사가 시체를 수습하기 전에 나도 그 자리에 있었어요.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지요.

 

할머니는 아주 만족한 표정을 짓고 있었어요.

 

아주 평화롭고 편안한 모습으로 잠을 자는 듯 했어요.

 

나도 저 세상에 갈 때 그런 모습으로 갔으면 좋겠어요."

 

집으로 돌아오면서 나는 한평생 고난에 찼을 할머니의 삶을 그려보았다.

 

참 힘겹고 외로운 인생살이었을 것이다.

 

문득 내가 양말을 건넸을 때 하던 할머니의 얘기가 떠올랐다.

 

"그동안 한가지 소원이 있다면 발 시리지 않고 잠자는 거였는데."

 

내가 할머니께 도움을 드린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렇지만 할머니의 지상에서의 마지막 밤을

 

조금이나마 편안하게 보낼 수 있게 해드렸다는 생각은 떨쳐버릴 수가 없다.

 

 

- 트레버 B. 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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