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8일 (월)
(녹) 연중 제14주간 월요일 제 딸이 방금 죽었습니다. 그러나 가셔서 손을 얹으시면 살아날 것입니다.

따뜻한이야기 신앙생활과 영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좋은 글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아기예수님, 이웃에 오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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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선 [lgsell] 쪽지 캡슐

2001-12-25 ㅣ No.5328

기쁜 성탄입니다.

 

지난밤 성탄전야미사를 마치면서,

아기예수님을 구역반내의 이웃에서 찾아보라시는 신부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저는 우리반에서 가장 어려운 마리아 할머니를 떠올렸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니 큰아이가,

"엄마 0 0 만났어요"

"으응?, 어디서?"

"조금전에 들어오다가 집 앞에서 만났는데요, 며칠전에 바로 우리 앞집으로 이사왔대요"

"정말 ?"

 

앞 집에는 세 가구가 살고 있는데,

그중에 방하나를 얻어서 아이 혼자 이사왔다는 것이었습니다.

반가움과 기쁨이,

늘 마음 한쪽에 숙제처럼 남겨져 있던 일이

이제는 구체적으로 풀어나갈 기회가 주어진것입니다.

나와 우리가족에게 그 아이는 아기예수님으로 오신것이 아닐까?

 

지금 살고있는 집으로 이사 오기전에,

우리가 살던곳은  한개동만 있는 5층 아파트였습니다.

너무도 시골스러운 분위기에서                                          아이들은 몰려다니며 공부도하고 뛰어놀기도 했습니다.

특히나 우리집은 5층이었고 위로는 옥상이 있었으며,

제가 성당일로 집을 비우는 시간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어버렸습니다.

0 0는 위로 형이 하나있었고 제법 공부도 잘했습니다.

우리 집에서 함께 공부도하고 간식도 먹고 우리아이와 잘 지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0 0는 형과 엄마와 함께 외갓집으로 옮긴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부모사이에 문제가 생겨서 잠시 별거상태에 들어가는것 이었습니다.

그후, 저는 늘 놀이터에서 놀고있는 아이들속에서 그 아이의 모습을 찾았지만 돌아온것은 몇개월이 지난후였습니다.

 

돌아온 아이들의 모습은 앙상한 광대뼈와 함께 눈빛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저는 꼬옥 안아주며 마음안에서 아픔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이들의 모습은 날이 갈수록 나빠져 갔고 얼굴에는 어둠이 더욱 짙어지는 것을 바라보면서 안타까움을 어찌하지 못하고 부모들만이 원망스러웠습니다.

 

그후 저희는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하게되었습니다.

어느날 시장을 다녀 오는길에 빠른길을 택하여 골목길로 막 들어섰는데,

한떼의 아이들이 앉아서 담배를 피워대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 방송에서는 10대들의 범행을 보도하면서 ’무서운 아이들’로 규정 지어놓고 있을 때였습니다.

저는 순간 오싹한 마음이 들어 앞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뒤돌아 나갈수도 없는 상태에서 주춤거리고 서 있었습니다.

그때 한아이가 일어서더니 저를 향하여 고개를 숙이고는 아이들을 재촉하는 것이었습니다.

영문도 모르고 뒤따라 일어서는 아이들의 불만이 들려왔습니다.

0 0였습니다.

오래간만에 잠깐 본 아이의 얼굴은 세상에 대한 온갖 불만을 다품고 있음이 보였습니다.

큰아이에게 들으니 부모가 이혼을 하면서 몸이 불편한 형은 엄마와,

0 0는 아빠와 함께 살기로 했다는것이었습니다.

 

그뒤로 다시 0 0를 만난것은 주유소에서 였습니다.

학교를 그만두고 일자리를 찾았던 것입니다.

학업보다도 돈이 더 급했던가 봅니다.

주유가 끝나면 자신이 할수 있는 최대한의 호의를 베풀어 주었습니다.

티슈를 한움큼 건네 주기도 하고, 세차권을 잔뜩 주기도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의 모습은 안정을 찾아가는듯이 보였습니다.

저는 0 0의 미래에 대해서 염려하기 시작했습니다.

저상태로 머물게 해서는 안된다.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되는데......

 

저는 머리로만 신앙을 받아들인것 같습니다. 그것도 어설프게.....

제가 쌓고 살아왔던 이기주의와 개인주의의 벽을 헐어내고 이웃을 받아들일수 있는 기회를 주님께서 마련해 주신것 같습니다.

 

올 한해는 유난히 ’가난한 이들에 대한 복음선포’가 마음안에 울려왔습니다.

 

지난 4월에 있었던 반장월례연수 때 ’반장 체험사례’를 들으며,

가난한 이웃에게 다가가서 그들에게 진정한 이웃이 되어주는 어느 구역장님의 삶이 부러움과 함께 갈등으로 다가왔습니다.

 

또 지난 11월에는 ’성 빈첸시오 아바오로 사랑의 딸회’ 강 레지나 수녀님의 강의를 들으며 존경과 함께 마음안에서 작은 갈망이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주님께서는 저에게도 기회를 주신것 같아요.

이웃안에서 그리스도를 발견하고 그들에게도 내안에 있는 그리스도를 전하는 기쁨을........

 

기도해주세요.

제가 게을러지거나 둔감해져서 주님께서 원하시는 일을 알아듣지 못하고 지나치는일이 없도록.

 

글을 올려놓고 나서는 부끄러움이 여지없이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제마음안에 끊임없이 이야기가 솟아 나오는것을 자제할 수가 없어요.

그냥 성령께 맡겨 드리기고 했습니다.

혹시 이야기안에서 묻어나오는 저의 내적인 부족함을 보시게 되면,

기도해 주시리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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