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7일 (일)
(녹) 연중 제14주일 예언자는 어디에서나 존경받지만 고향에서만은 존경받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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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와 손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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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자 [annajeonga] 쪽지 캡슐

2012-10-17 ㅣ No.10930

할아버지와 손녀 얘기다. 지난 주일이었다. 금요일 저녁부터 시작된 본당 자선바자회가 제법 북적였다. 우리 본당에서 분당되어 나간 둘째네가 왔길래 순대 등 주전부릿감과 육개장이랑 다른 먹거리도 골라서 맛있게들 먹었다.

들기름이 눈에 띄어 큰애네랑 나눠 먹고자 두 병을 사 들고 나오려는데 여섯 살바기 손녀 글라라가 어느 기증품인가에 꽂혀서 손을 잡아 끌었다.

그건 아름답게 채색된 조그만 조각 앵무새와 실물로 여길만큼 앙증맞게 빚은 아기 거북이상이랑 금방이라도 살아서 기어갈 듯 섬세한 솜씨가 돋보이는 게 소품 조형물이었다. 이번 바자회를 위해 해외에서 선물 받으신 우리 최기산 보니파시오 주교님이 기증하신 의미 있는 물품 중 일부였다.

그걸 사 든 해인 공주는 좋아서 큰 눈망울을 반짝이며 깡총깡총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리도 좋은지... "할아버지! 이거 좀 봐! 엄청 예쁘지? 떨어뜨리지 말고 조심, 조~심!" 하며 자랑하기 바빴다.

손녀 바보 요한 할아버지가 키를 맞춰 쭈그리고 앉아서 "야, 이건 너무 너무, 왕대땅 예쁘다. 우리 공주님 눈썰미가 대단한데!" 하며 맞장구를 쳐주더니 아이 왼쪽 눈 언저리 볼에 붉게 돋은 작은 물사마귀 같은 게 두어 개 눈에 띄자 가리키며 걱정스레 물었다. "어쩌다 여긴 다쳤어? 꽤 아프겠는 걸!" 하였다.

"음, 이건 다친 게 아니고 어제 잘 때 모기가 물어서 그래!" 모처럼 시작 된 손녀와의 대활 그냥 놓을 할아버지가 아니었다. "고~뤠? 모기가  윙 하고 덤빌 때 얼른 이불을 둘러써 버리지 그랬어?"

죽이 잘 맞는 공주도 맞장구를 쳤다. "아~하! 바위처럼 보이게 말이지? 모기가 '아, 이건 바위로구나!' 하도록 말이지?"  신이 난 요한이 더 다가가자 공주가 얘길 비틀었다. "근데 할아버지, 소용이 없어! 걔네들은 예쁜 사람은 어떻게든 꼭 찾아서 물고 말거든!"

요한이 입을 삐죽이며 시큰둥 마무리를 했다. "그래서 할아버진 통 모기가 안 무는 거였네! 이거 기분 되게 나빠지려고 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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