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7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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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조용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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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선 [ysy-daniel] 쪽지 캡슐

2013-12-20 ㅣ No.202795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한 해를 보낼 무렵이면 흔히 듣게 되는 말이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사자성어(四字成語)지요. 지난 한 해동안 일(사건)도 많고 어려움도 많았다는 말입니다. 하기야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일과 어려움이 많을 수밖에 없는 것은 너무나 당연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지요.

 

 

  그런데 그 중에서도 아직도 마음에 꺼림칙하게 남아 잘 지워지지 않는 사건은 북한의 장성택이라는 사람의 죽음입니다. 그가 진짜 죽었는지 안 죽었는지는 보지 않아 확실히 알 수 없지만, 북한의 중심 매체가 그렇게 발표했으니 믿을 수밖에 없지요. 믿을 만한 정보에 따르면 90발의 기관총탄을 퍼붓고 그것도 모자라 화염방사기까지 사용했다니 입에 담기도 어려울 정도로 잔인한 처형이 아닌가 싶습니다.

 

 

  세계의 주요 정부기관과 심지어는 유엔의 반기문 사무총장까지 이를 문제 삼아 비난하고 있는데, 유독 한 군데 조용한 곳이 있습니다. 그곳은 다름 아닌 우리나라의 소위 민주 진영이라는 곳입니다. 현 정부를 독재의 잔재로 몰아 부치고, 정부의 주요 사업장마다 피켓 들고 몰려가 공사를 방해하며, 심지어는 연평도 포격과 천안함 폭침마저 두둔하고 변호하는 세력들 말입니다.

 

 

  저는 장성택이라는 사람을 잘 모릅니다. 알려고도 하지 않았고 알 필요도 없지요. 그러나 아무리 우리와 적대관계에 있는 집단의 두 번째 두목이라 하더라도 그토록 처참하게 죽임을 당했다는 사실에 대해 한 인간으로서 연민을 금할 수 없는 것입니다. 우리와 다른 이방인(異邦人)이라 하더라도 그는 고귀한 생명을 지닌 하느님의 피조물이며 우리의 동족입니다.

 

 

  사람들은 정의와 평화, 그리고 생명의 존엄과 경외심에 대해 곧잘 얘기합니다. 자유민주주의와 독재타도에 대해서도 즐겨 말합니다. 그러면서도 왜 세계에서 가장 잔인한 ‘독재 세습집단’에 대해서는 한마디 말이 없는 걸까요? 연평도 포격의 당위성을 옹호하던 그 입으로 북한의 독재와 인권에 대해 한마디만 언급해 준다면 일반인들의 우리 천주교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제대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요?

 

 

  왜 이렇게 조용한가요? 제발 북한의 인권에 대해 짧게라도 한마디만 해 주십시오. 그것이 일반인들로부터 이상한 사상을 지닌 정치집단의 일원으로 오해받고 있는 저 같은 평신도들을 구해주는 길입니다.

 

'그는 상한 갈대도 꺾지 않고

꺼져가는 심지도 끄지 않으리라.

드디어 그는 정의를 승리로 이끌어 가리니

이방인들이 그 이름에 희망을 걸리라'  (마태오 12,20~21)

 

                         서울 대교구 14지구 시흥5동성당     윤여선(다니엘)    (ysy-dani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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