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7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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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왕산에서 만난 이쁜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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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욱 [pm707] 쪽지 캡슐

2005-08-27 ㅣ No.87047

(아래 지요하선생님의 백화산 쓰레기에 관한 글을 읽고 이 글을 씁니다)

 

총각 때엔 다니던 회사의 등산대장을 했던 적이 있고 한 때 명동성당에서 몇 차례 수백 교우들과 함께 정초에 소백산과 한 여름 성지순례 등을 하는데 앞장설 정도로 산과 자연에 심취했던 저는 어느 날 지리산에 틀어 앉아 도나 닦고 살아야겠다고 다니던 회사까지 그만 둔 적이 있었습니다.


그만큼 산에 대한 애착이 많았다 할 것입니다.


그러기에 산에 가면 도처에 목격되는 각종 오물에 늘 안타깝고 화나고 부끄러운 감정을 갖게 됩니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는 산에 가면 꼭 쓰레기를 주어 오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처음엔 주우면서 버린 자에 대한 괘씸한 마음이 더러 들었지만 어느 때부터인가 그저 산행중의 한 행위로 자연스런 버릇이 되었습니다.


요즘은 그래도 많이들 의식이 개선되어 그리 쓰레기 투기를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국가 또는 지방정부가 나름대로 산을 잘 관리하여 예전과는 사뭇 다를 정도로 자연의 본 모습을 되찿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 등산로에서 조금만 비껴 난 외진, 음습한 곳에는 오래 전부터 투기해 왔던 그리고 아직도 일부의 몰지각한 사람들이 투기한 쓰레기들이 썩지도 않고 그대로 방치되어 있습니다.


얼마 전에도 관악산을 갔다가 등산로를 조금 벗어 난 외진 곳에서 아내와 한 가마니나 되는 쓰레기를 주어 온 적이 있습니다.


대게 그런 곳에는 막걸리 통이나 소주병 또는 잘 묶여진 쓰레기봉투 등 멀리 던지기 쉬운 것들이 발견되는바 아마도 하산하면서 들고 내려오기가 귀찮아서 사람 눈에 띄지 않는 곳에 힘껏 던져버리는 것 같습니다.


등산로에서는 가장 많이 발견되는 것이 사탕 포장지입니다. 사탕을 까서 먹고는 껍데기는 그냥 버리는 것이지요. 겉포장인 작은 비닐과 속포장인 금, 은박지들이 주등산로에서 많이 발견되는데 크기가 작고 많이 버려지는 것이라 자주 허리를 굽혀야 되는 수고가 발생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쓰레기만 줍다가 산행을 종료하는 것은 아니고 나름대로 볼 건 다 보고 감상할 건 다 하는 수준에 올라섰습니다.^^

또 억지로 줍는 것이 아닌 자연스런 버릇이 되어 그리 힘들지도 않습니다.


지요하선생님의 쓰레기에 관한 글을 읽고는 얼마 전의 일이 떠오르는군요.


사실 그동안 잡사에 쫓기어 몇 년째 가족과 휴가다운 휴가를 보내지 못했습니다. 이번 여름도 그런 불상사가 날 상황이었지만 이런저런 궁리 끝에 어렵사리 짬을 내어 아내와 약식휴가를 다녀오긴 했습니다.


지난 광복절 뒷날인 8월 16일 부산출장을 가야했는데 이를 잘 이용하기로 하고는 머리를 짜내어 아내를 모시고(?) 차를 직접 몰고는 부산으로 향했습니다.

 

부산에서의 출장을 마치고는 저녁에 포항으로 가서 하루를 묵고 다음날 주왕산을 갔던 것입니다. 이제 체력도 예전만 못해 가려서 산행을 해야 하는데 늘 욕심이 앞서 뿌리를 뽑는 습관이 있어 이번에도 종주를 했습니다.


8시간 반의 산행을 했는데 막판에 식수가 떨어져 애를 먹었고 컨디션도 그리 좋은 편이 아니라서 좀 힘이 들어 이번엔 쓰레기 줍는데 괜한 꾀가 나더군요.


해서 예전과 달리 좀 먼 곳의 쓰레기엔 못본척 외면하고 끝내 눈길에 못을 박는 내 딛는 발 앞의 작은 쓰레기만 대충 주우면서 산행을 했는데 못내 마음이 껄끄러웠습니다. 그러다 7시간 넘어 이제 막바지 하산 길에 접어들었을 때 그만 아래 사진의 젊은이를 만나면서 본격적인 쓰레기 줍기 운동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동안 산엘 다니면서 부러 쓰레기 줍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는데 사진의 그 청년이 몇 봉지의 쓰레기를 들고 오르고 있지 않겠습니까?


너무도 반갑고 기쁘고 이뻐서 안아주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저는 내려가는 길이니 이미 몇 봉지나 되어 처치곤란인 그 청년이 주어 온 쓰레기 봉지를 제 배낭에 쑤셔 놓고 더 줍도록 하는 과정(^^)에서 아내가 살짝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부산 산다는 것 밖에 모르는 그 청년!

이런 젊은이가 있기에 우리나라의 미래는 밝다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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