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7일 (일)
(녹) 연중 제14주일 예언자는 어디에서나 존경받지만 고향에서만은 존경받지 못한다.

자유게시판

우리는 싸우러 오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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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란 [venedicta] 쪽지 캡슐

2009-08-12 ㅣ No.138755

하느님은 요란스러운 분이 아니십니다.
그래서 조용한 곳에서.... 은밀하게 사람을 찾아 오십니다.

이곳에서 많은 글들을 봅니다.
가톨릭 게시판이니.. 사실 상 모든 글들이 하느님과 관련이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대체적으로 하느님이 안계신 듯한 세상의 얘기입니다.

하느님은... 화염병이나 새총이나 벽돌 따위에 매달려 날아다니실 분이 아닙니다.
물론 최류가스나 진압봉, 방패나 경찰차 등에도 함께 하실 분이 아닙니다.

왜... 그런 일에 하느님을 자꾸 끌어들이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리석은 짓은 인간이 하는 것으로도 충분합니다.
서로 비난하고 물고 뜯고... 그것도 모자라서.... 서로 줘패고.... 패대기 치고....
싸움이 끝난 뒤에도.... 분이 안풀려서 저주하고 욕하는 것은 그냥 세상의 모습입니다.

천국에.... 그런 일이 있을리가 없지 않습니까.

용산이다 시국기도다... 노사분규 현장이다.....
사람들은 떼지어서 우루루 우루루 몰려 다닙니다.
한쪽은 청군처럼 뭉치고.. 다른 쪽은 백군처럼 또 뭉칩니다.
그냥 그렇게 성질 급한 사람들끼리 치고 받고....
뾰족한 아이디어도 없이 시작한 게임이니.....
평화적이랄까.. 슬기롭다고 할까.... 유익하다고 할까... 그런 건 애당초 기대도 못합니다.
피흘리고 다치고.. 심지어는 죽고나서...... 악을 쓰며 증오심을 키웁니다.
혼자 싸우기 심심한지..... 남들까지 끌어들이느라고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이곳의 많은 글들이.... 그 끌어들이기 경쟁입니다.
오죽하면... 정치 관련 글쓰기 금지를 다 했겠습니까.

신앙은.... 사랑입니다.

내 탓이라고 인정 않고... 네 탓이라고 비난하고..
내가 아닌 네가 바뀌어야 한다고... 소리 지르고..
교회 바꾸라고..... 비아냥대고....
정권 바꾸라고...... 핏대 세우고.....

신앙이라면.... 이럴 수가 없습니다.
그게 싸움이지 어찌 신앙입니까....

하느님은 우리처럼... 너저분하고 미련하고 싸나운 존재가 아닙니다.
그래서 하느님 하시는 일은..... 깨끗하고 스마트하고 평화롭습니다.
언제 그렇게 준비하셨는지도 모르게.. 소리도 없이 매끈하고... 눈에 띄지도 않게 이루십니다.

좌는 많습니다. 우도 많습니다.
사제들 중에도 많고.. 신자들 중에도 많습니다.
그래서 싸움이 그치지 않는 것입니다.

드물고 귀한 존재는 따로 있습니다.
진실로 하느님을 믿는..... 하느님의 사람들입니다.
평화를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폭력을 믿지 않고... 하느님의 사랑과 지성과 권능을 믿기에....
세상에서도 다치지 않고.. 평화와 번영 가운데 살다가.....
영원한 생명을 하느님과 함께 누리게 될 것입니다.

믿음이 부족하다지만.... 우리들 모두 초대 받은 사람들입니다.
싸움은 싸움대로 하되.... 싸움은 우리들 성정의 문제라는 것은 잊지 맙시다. 
보통 사람들은 사나워서 싸우지... 의로워서 싸우는 것이 아닙니다.
얻어맞고 터지며 아파하고 울면서.... 차츰 깨닫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싸우러 오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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