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6일 (토)
(녹) 연중 제13주간 토요일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에 슬퍼할 수야 없지 않으냐?

자유게시판

★ 몸빼바지 그녀의 아름다운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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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정 [NATALIA99] 쪽지 캡슐

2001-03-24 ㅣ No.18783

 

    배경 음악: 어니언스 『 편지 』  

 

 

나 탈 리 아의 게시판입니다.

 

 

 안녕하세요?

 

 서울 노량진 성당 주일학교 교사 최미정 나탈리아입니다.

 

 사순 3주간 잘 보내셨나요?

 

 저는요 일상 생활 중에 어김없이 파고드시는

 

 예수님의 찾아드심을 행복하게 느끼며

 한 주간을 보냈습니다.      

 

 오랜만에 일기도 써 보았구요.

 

 그 중 한 편을 여러분들과 나눠보고 싶네요.

 

 

 

 

 2001년 3월 20일 (火) -

 

 오늘도 하루를 보냈습니다.

 

 매일 매일 다가서는 일상이 유독 특별함으로 다가오는

 어제와 오늘.       

 

 안개 낀 듯  흐린 듯

 

 조금은 축축한 거리를 거닐며

 

 문득 스치는 얇은 바람의 지나침이 정다웠고,

 

 우리 옆집 사람인 듯 낯익은 얼굴들이

 

 참도 유달리 두텁게 다가서는

 정겨움 도  느껴 보았습니다.

 

 한 꾸러미의 책을 사들고 부자가 된 듯

 

 쭐래쭐래 동네 어귀를 돌다 한 옆 골목 안

 

 만났던 칼 가는 아저씨의 웅크린 모습이,

 

 병 문안 간 병원 안.

 

 푸우~ 주사약의 냄새 속에서도 밝았던 사람들의 모습이,

 

 마구 마구 열심히 살고자 하는 내 삶에 대한 열정이,

 

 그냥 그냥 어제 오늘       

 

 이 모든 것들이 모두 다 마냥-  사랑스러웠습니다.

 

 

 

 살아가면서 만나는 사람들 중에 유난히 깊은 인상을

 

 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내가 만난 그녀도 그들 중에 한 명인데,

 

 여러분들께 소개드리고 싶어 여기 올립니다.

 

 

 

 

 

 그녀는 깡패라 불리웠다.

 

 적어도 노량진 역 근처에 사는 이들은 모두 그녀를

 

 이렇게 불렀고,

 

 그렇다고 해서 아래 다리 흔들고 침 툇- 뱉으며

 

 돈을 빼앗는 것도 아니고,  

 

 행색이 유달리 퇴폐적이거나 불량하지도 않았다.

 

 내가 처음 그녀를 만난 것은 재작년 겨울.

 

 출출한 차에 밤참 먹으러 떡볶이 집으로 가던 길이었다.

 

 짧은 커트 머리에 보통 차림새.

 

 " 딸네 가야 하는데 차비가 없어 돈 500원만 줘. "

 

 마치 맡겨놓은 듯 너무나 당당히 내게 말하는

 

 그녀에게 처음엔 황당한 생각이 들었으나

 

 추운 겨울이라 그녀의 빠른 귀가를 빌며

 지폐 한장을 손에 쥐어 드렸다.    

 

 천원짜리 한장 달랑 들고나와 그 날밤

 

 나는 주린 배를 채우지 못하고 비록 집에 돌아왔으나

 

 기분만은 무척이나 많은 포식을 한 듯 하였다.

 

 그리고, 나는 몇번 더 그녀를 그렇게 만났고,

 

 여전히 그녀는 내게서 차비를 갈취(?)해 갔다.

 

 그러던 어느 날 아는 동생과 길을 걷다

 

 그녀를 만났는데,

 

 " 저 할머니 또 차비 얻으러 다니시네 "란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함께 있던 이가

 

 " 누나, 저 할머니 꾼이야. "

 

 그랬었구나~        

 

 그 뒤로는 왜 그렇게 자주 소주 병을 들고 슈퍼에서

 

 나오시는 그 할머니의 모습을 뵙게 되었는지!

 

 그 후 나는 냉담해졌다.

 

 그 할머니의 모습을 보면 빙 돌아 마주치지 않으려 했었고.

 

 .......,   그리고,

 

 작년 겨울.        

 

 분명 그녀였는데, 그녀가 아니었다.

 

 종이 박스를 발로 꾹꾹 눌러 밟아 쌓고,

 

 흰색 노끈으로 쫑쫑 매 작은 니어커에 실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는 이는 분명 그녀였다.

 

 난 그런 그녀를 멍- 하니 쳐다 보았다.

 

 일 년동안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녀는 변할 수 있었을까?      

 

 혹, 성령 의  따스한 바람을 받아서

 

 오늘도 그런 그녀를 보았다.

 

 예전에 젊은 이들에게 손 벌려 돈 받아갔다고 해서,

 

 몸빼 바지에 아랫 니 듬성듬성

 

 보기 흉하게 나 있다고 해서,  

 

 누런 종이 박스 노끈에 길게 묶어 질질 끌며

 

 거리를 활보한다고 해서,

 

 그녀의 모습이 어찌 아름답지 않을 수 있을까?

 

 " 할머니, 지금 열심히 사시는 그 모습을 사랑합니다.

 

   노량진 역 깡패 할머니 화이팅

 

   돈 많이 버세요. "

 

 몸빼 바지 입은 그녀의 아름다운 날 들을 위해

 

 두 손 모아 봅니다.   - 아멘 -      .

 

 

 

 

 사순 4주일.

 

 고통의 아픔을 순화시켜 장미로 피워내신 내 예수님 !

 

 난 아직도 내 안에 나를 가둬놓고,

 

 한 가지 고민에 쌓여 있었습니다.

 

 지난 성탄 때쯤 우리 성당으로 검인 도장이 꾹 찍힌

 

 교도소 발신 의 두 통의 편지를 받았는데,

 

 그 두 분 다 경향 잡지에 실린 내 글을 보고

 

 편지한다 했었고,

 

 놀랍도록 필체가 뛰어났습니다.

 

 그 분들의 마음 또한 진심인 듯 마음 안에

 

 콕콕 파고 들었는데,       

 

 ’ 무슨 罪를 지었길래 그 곳에 갔을까? ’

 

 ’ 혹, 답장 드려 편지가 오고가다 혹, 혹

 

   해고치 하지는 않을까? ’

 

 여지껏 그 분들의 편지는 내 책상 서랍 안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내내-  마음은 불편하였어요,

 

 그 분들을 책상 안에 한번 더 가둬두고 있는 것 같아.

 

 그런데,       

 

 지난 게시판에 올린 글에 받은 회신에서

 

 사형수와 편지 교환을 한다는 참 착한 사람의 글을 보고

 

 난 그 날로 예쁜 편지지를 샀습니다.

 

 그리고 그 동안 연락 못드린 것을 미안해 하며

 

 난 그 분들께 편지 드리려고 해요.

 

 그 마음이 드는 순간 예수님께서는

 

 이미 광야에서 나오셔 제 안에서 부활하셨을테지요.           

 

        

 

 나에게 이른 부활을 볼 수 있도록 용기주신

 

 그 분께 감사드리며 사람들의 삶을 이토록 아름답게

 

 꾸며 주시는 예수님께도 나탈리아 다시금

 

 깊은 찬미를 드리고 싶습니다.       

 

 

 

 

 

      사순 4주일 복음 말씀 』

 

 

          간장   종지

 

       아버지 사랑      

 

       일곱 번씩 일흔 번도 용서하시는

 

       한없이 너그럽고 온유하고 자애로우신

 

       햇빛같은 사랑으로 저희가 삽니다

 

       그러나 때로 사나운 폭풍우 내려치는 채찍

 

       가혹한 시련으로 시험도 하시는

 

       참 알 수 없는 당신 사랑의 두 얼굴

 

       네 동생은 죽었다가 다시 살아 왔다

 

 

루가 복음 15장 1절 - 3절 . 11절 - 32절』

 

 그 때에 세리들과 죄인들이

 

 모두 예수의 말씀을 들으려고 모여들었다.

 

 이것을 본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율법 학자들은

 

 "저 사람은 죄인들을 환영하고 그들과 함께

 

  음식까지 나누고 있구나!" 하며 못마땅해하였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비유로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이 두 아들을 두었는데 작은아들이

 

 아버지에게 제 몫으로 돌아올 재산을 달라고 청하였다.

 

 그래서 아버지는 재산을 갈라 두 아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며칠 뒤에 작은아들은 자기 재산을 다 거두어 가지고

 

 먼 고장으로 떠나갔다.

 

 거기서 재산을 마구 뿌리며 방탕한 생활을 하였다.

 

 그러다가 돈이 떨어졌는데 마침 그 고장에

 심한 흉년까지 들어서 그는 알거지가 되고 말았다.  

 

 하는 수 없이 그는 그 고장에 사는 어떤 사람의 집에

 

 가서 더부살이를 하게 되었는데 주인은 그를 농장으로

 

 보내어 돼지를 치게 하였다.

 

 그는 하도 배가 고파서 돼지가 먹는

 

 쥐엄나무 열매로라도 배를 채워 보려고 했으나

 

 그에게 먹을 것을 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제야 제정신이 든 그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아버지 집에는 양식이 많아서 그 많은 일꾼들이 먹고도

 

  남는데 나는 여기서 굶어 죽게 되었구나!

 

  어서 아버지께 돌아가, 아버지,

 

  제가 하늘과 아버지께 죄를 지었습니다.

 

  이제 저는 감히 아버지의 아들이라고 할 자격이 없으니

 

  저를 품꾼으로라도 써 주십시오 하고 사정해 보리라.’

 

  마침내 그는 거기를 떠나 자기 아버지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집으로 돌아오는 아들을 멀리서 본 아버지는

 

 측은한 생각이 들어 달려가 아들의 목을 끌어안고 입을 맞추었다.

 

 그러자 아들은     

 

 ’아버지, 저는 하늘과 아버지께 죄를 지었습니다.

 

  이제 저는 감히 아버지의 아들이라고 할 자격이 없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렇지만 아버지는 하인들을 불러

 

 ’어서 제일 좋은 옷을 꺼내어 입히고 가락지를 끼우고

 

  신을 신겨 주어라.

 

  그리고 살진 송아지를 끌어 내다 잡아라.

 

  먹고 즐기자! 죽었던 내 아들이 다시 살아 왔다.

 

  잃었던 아들을 다시 찾았다.’하고 말했다.

 

  그래서 성대한 잔치가 벌어졌다.  

 

 밭에 나가 있던 큰아들이 돌아오다가 집 가까이에서

 

 음악소리와 춤추며 떠드는 소리를 듣고 하인 하나를 불러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다.

 

 하인이 ’아우님이 돌아왔습니다.

 

 그분이 무사히 돌아오셨다고 주인께서 살진 송아지를 잡게

 

 하셨습니다.’하고 대답하였다.    

 

 큰 아들은 화가 나서 집에 들어가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와서 달랬으나

 

 그는 아버지에게 ’아버지, 저는 이렇게 여러 해 동안

 

 아버지를 위해서 종이나 다름없이 일을 하며

 

 아버지의 명령을 어긴 일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저에게는 친구들과 즐기라고

 

 염소 새끼 한 마리 주지 않으시더니

 

 창녀들한테 빠져서 아버지의 재산을 다 날려 버린

 

 동생이 돌아오니까 그 아이를 위해서는 살진 송아지까지 잡아

 

 주시다니요!’ 하고 투덜거렸다.

 

 이 말을 듣고 아버지는 ’얘야, 너는 늘 나와 함께 있고

 

 내 것이 모두 네 것이 아니냐? 그런데 네 동생은 죽었다가

 

 다시 살아 왔으니

 잃었던 사람을 되찾은 셈이다.

 

 그러니 이 기쁜 날을 어떻게 즐기지 않겠느냐?’ 하고 말하였다.

 

 

 

 

  저 조금있다 오후에 혜화동 갑니다.

 

  월례 교육 받으러.

 

  그 아름다운 고장 그 땅에서는

 

  어떤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까요.

 

  예수님과 닮은 어떤 아름다운 이들을요  .

 

           - 2001년 3월 24일 토요일 -

 

    +^.^+ 깡패 할머니의 팬이 되어버린 나탈리아.

 

 

 P.S : " 코 끝을 유혹하는 봄 바람이 꽤 달콤하네요. "

 

         마치 주님의 손길처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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