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6일 (토)
(녹) 연중 제13주간 토요일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에 슬퍼할 수야 없지 않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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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18783]아버지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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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은 [canis] 쪽지 캡슐

2001-03-24 ㅣ No.18801

옛 고을 근사한 집에서

한 아들이 아버지에게

유산을 미리 달라고 떼를 씁니다.

아버지는 아무 말씀도 없이 내어 주셨습니다.

아들은 자신의 짐을 챙겨 집을 떠납니다.

그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고 계신 아버지.

그 아들은 동구 밖을 벗어나 고갯마루에 이르러

힐끗 떠나온 집을 돌아봅니다.

아버지께서 대청마루에 서 계십니다.

아마도 울고 계시는 듯 싶습니다.

’건강하게 살아서 돌아오기만 하라’고...

 

돈 때문에 모여든 사람은

돈이 떨어지면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법입니다.

그 많던 ’친구’라고 하던 사람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습니다.

아무도 그를 아는 척 해주지 않습니다.

곤경에 닥쳐야 정신이 드는 모양입니다.

너무 배가 고파

결국 아버지의 집으로 갈 것을 다짐합니다.

행색이 말이 아닙니다.

옷도 그렇고 몸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겨우겨우 동네 고갯마루에 다다랐습니다.

아버지의 집이 보입니다.

희미하게 대청마루에 서 있는 사람이 보입니다.

"아버지"였습니다.

집 떠날 때 계시던 그 모습 그렇게 서 계십니다.

잘 보이지도 않으시는 분이

행색도 분간할 수 없는 나를

동구 밖에서 이내 알아보셨습니다.

신발도 신지 않으시고 버선 발로 뛰어 오십니다.

새하얀 삼베옷을 곱게 입으시고 내게 달려오시더니

나를 덥썩 안아 주십니다.

더러운 몰골에 당신 옷이 더러워지는 것도 모르고

그렇게 꼬옥 안아 주십니다.

그리고는 떠날 때처럼 울고 계십니다.

내 등을 토닥여주시며 울고 계십니다.

무슨 말을 해야하는데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가슴 깊은 곳에서 뜨거운 덩어리가 올라왔습니다.

어느새 나도 울고 있었습니다.

 

이젠 더 이상 말이 필요없어졌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껴안고 우시는 아버지...

"됐다, 돌아와줘서 고맙다"라고만 하십니다.

 

아버지의 품이 이렇게 포근한 것인 줄

처음 알았습니다. 아멘..

 

아버지의 사랑 때문에 아들의 잘못은 보이지도 않습니다.

주님 주신 사랑 때문에

내 부끄러움 당신이 다 지고 가십니다.

주님 주신 사랑 때문에

내 부끄러움 보이지도 않습니다.

 

’감사하다’는 말로는 너무 작아

그냥 멍하니 십자가만을 바라보았습니다.

 

 

지난 겨울 30일 피정때

돌아온 탕자를 묵상하며 적어놓은 것입니다.

오늘 복음이 마침 이것이라

부족하고 부끄럽지만 함께 나누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이번 주는 일찍 글을 올리셨네요..

참, 답장을 쓰시기로 하셨다니 다행이네요..

그 사람들 정말 사랑에 굶주린,

아닌 진정 사랑다운 사랑 한번

제대로 받아보지 못한 사람들이거든요..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하여튼 저도 기쁩니다.

참, 그리고 저 그렇게 착한 녀석은 아닌데..^_^

 

혜화동에 오신다는 말을 들으니

왠지 반가웠답니다...

만나지는 못했는데

마치 같은 곳에서 만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지요...

 

따사로운 봄햇살이 무척이나 아름다운 요즘입니다.

그렇게 우리 주님의 죽음도 조금씩 다가오고 있구요..

따사로운 봄햇살되어

온갖 새 생명들 피어내실 주님 죽음 기다리며

우리도 함께 아파하고 죽어야하겠지요..

그래야,

주님의 그 따사로운 봄햇살 받아

우리도 새 생명으로 피어나지요..

 

그렇게 이번 한 주간도

아파하고, 죽을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주님 사랑은 함께 나누면

곱빼기에 곱빼기가 된다고 하지요..^_^

선생님과 함께 나누는 주님의 사랑이

참으로 풍성하게 느껴집니다..

저도 선생님의 주일학교 학생이 된 듯이 말이예요...^_^

 

그럼 이번 주간도

주님 사랑 안에서 행복하세요...

 

새싹들이 피어오르는 혜화동 낙산자락에서

베드로가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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