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6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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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러시아에서의 한국연수생 피살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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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긍선 [jerome0000] 쪽지 캡슐

2001-08-02 ㅣ No.23239

지난 6월에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그(구 레닌그라드)에서 러시아어 연수생 이희연 양이 괴한에 의해 피살되었습니다. 강도, 강간 사건으로 처참하게 사망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영국의 한 학생의 사망사건과 거의 동일하게 모스크바 주재 한국 대사관의 무관심과 무사안일주의에 의하여 적당히 덮어버리려 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그 곳의 각 학교 한국 학생회 대표들은 결코 묵과할 수 없다고 외치고 있으나 이 역시 대사관의 무성의한 태도에 의하여 사장될 위기에 있습니다.
그 학생의 부모는 일산 백석동 본당 신자로서 두 딸을 두었는데 그 중 맏이로서 영세를 받고자 하였으나 여러가지 사정으로 뒤로 미루다가 이번에 갑자기 참사를 당했습니다.
그 학생이 그곳에 간 지는 넉달밖에 되지않아 그 학생과 친분있는 사람들도 적었고 그리고 경비원이 일일이 현관에서 신분증을 검사하는 안전하다고 하는 대학 기숙사 방에서 그런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리고 그 학생의 몸에서는 정액이 발견되었다고 하는데 현대 기술로 충분히 범인의 윤곽을 잡을 수 있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그녀의 부검은 대사관의 무관심 하에 아무런 입회인 없이 이루어 졌고 엉뚱하게 폐에서 니코틴 성분과 혈액에서 마약성분이 나왔다고 하여 불량소녀로 몰아 적당히 덮어버리려 하여 부모의 마음을 더욱 찢어 놓았습니다.
그 뿐 아니라 그 곳의 교민들과 학생들의 안전과 신상파악을 담당한다는 총영사는 모든것을 급히 서둘러 덮어버리려 하고 있습니다.
부모님을 불러 이틀만에 화장해 버렸고 급히 귀국시켜 버렸습니다.
이에 그 곳 학생들은 더욱 분개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내 나라 사람도 아닌 러시아 사람들이 성의있게 조사해준다는 것은 아예 기대할 수 도 없을 뿐더러 한국을 대표하는 대사관 측에서 강력히 요구해도 어려운 상황에서 대사관 측이 오히려 빨리 덮어버리려 하니 모두가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그 곳에는 천주교 성당이 5군데가 있고 30분이 넘는 사제들이 있으며, 4년이나 그곳에서 공부한 제가 있는데도 그 곳에는 성당도 신부도 없다고 하여 목사를 불러 조용히 넘기려 하였습니다.
그러나 천주교 신자 학생들은 (약 50명) 나중에야 그 부모가 신자임을 알았고 희생자역시 영세받기를 원했음을 알고 저에게 자정이 넘은 시간에 알려와 장례일정을 재조정하였습니다.
그러나 여러가지 제약에 걸려 화장을 막거나 연기하지 못하고 화장장에서 그 곳의 많은 학생들의 참석하에 천주교 식으로 추도예절을 하였습니다.
시신은 그 곳 풍습대로 관을 열고 진행되었는데 그 곳에 참석했던 사람들은 고인의 시신의 처참한 모습에 모두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머리는 군데군데 뜯겨나갔고, 얼굴은 두꺼운 화장으로 떡칠을 했는데 그 아래로 시커먼 멍자국이 수없이 보였습니다. 도저히 사람으로 보기 어려운 형상이었고, 영정과 같은 사람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앞서 말한대로 그녀가 그 곳에 체류한 기간도 짧았고, 또 그녀가 피살당한 기숙사도 현관에서 부터 경비원이 통제하고 있어, 출입하는 사람도 뻔 합니다. 그리고 그녀의 몸에서 채취된 정액 등이 있다고 했으므로 수사는 무척 빠르게 진척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으나 최초 발견자 조차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녀의 사체는 한 줌의 재가 되어버렸으므로 재부검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모스크바에는 한국인 의사가 있었으므로 대사관에서 조금만 성의를 보였더라면 그 분 등의 입회가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이제 그 학생의 장례를 치룬지 한달이 넘었습니다.
그러나 그 부모들의 피끓는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모스크바에서는 조사 중이니 기다리라는 말 뿐입니다.
그러나 정말로 대사관에서 진실을 밝히고자 노력하고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작년에 모스크바의 길거리에서 경찰에 맞아죽은 우리 한국인을 심장등의 지병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덮어버린 경력이 있기에 도저히 믿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 한국언론 어느곳에도 게재되지 않아 그 곳에서 무슨일이 벌어졌는지 아는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도대체 대사관은 무엇때문에 외국에 설치되어 있으며 무슨일을 하는 사람들입니까? 외국에서 이와같이 불의사고를 당해도 하소연 할 곳도, 의지할 곳도 없습니다. 제가 공부한 상트 페터스부르그에는 우리보다 적은 수의 교민이 있는 나라들도 영사관이 있는데, 우리는 무려 300여명이나 되는 학생들과 교민들이 있음에도 영사관은 커녕 아무것도 개설되지 않다가 작년에서야 그 곳 고려인 교포 한사람을 명예 영사로 임명한 것이 고작입니다.

며칠전에도 그 부모님들은 저를 찾아오셨습니다.
총영사는 그저 조사 중이라고만 할뿐 수사 진척상황을 전혀 이야기 해주지 않아 , 그 분들은 무척 분개하고 계셨습니다. 다른사람들에게야 비밀로 할 것이 있을 수 있겠으나, 피해자 부모에게 그리고 러시아도 아닌 이곳에 계신 부모가 수사상황을 아는 것이 무슨 큰 문제가 되겠느냐고 답답해 하셨습니다. 그동안 러시아에서 제가 보아온 바에 의하면 , 그리고 다른 나라에서도 벌어졌던 유사한 사건을 보아도 늘 이러다가 시간만 끌고 흐지부지 덮어버리는 것이 대사관의 작태였습니다. 저도 한달이 넘게 벌어지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에 더이상 그냥 있을 수 없어 이렇게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언제쯤 우리나라 대사관은 교민들의 생명과 권익옹호를 위해 진심으로 헌신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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