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6일 (토)
(녹) 연중 제13주간 토요일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에 슬퍼할 수야 없지 않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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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 장수와의 별난 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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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미숙 [shwang] 쪽지 캡슐

2001-11-12 ㅣ No.26269

 

 

 

마지막 잎새 하나 지고 있는 루미의 뜨락이예요.

어서오세요!

 

이 글은 어제 저녁에 등록했다 지우고

 

web을 다시 바꾸어 보았어요.

 

벌써 한계절이 지나가버린 루미의 뜨락엔

 

군고구마, 군밤, 붕어빵, 오뎅국물이 그리워지는

 

초겨울이 저만큼씩 성큼이고 있네요.

어머, 벌써 겨울이 오고 있어요.

 

달력도 덩그마니 한장밖에 남지 않았구요....

.

.

.

 

여느때 처럼

 

오늘도 저는 어스름 초겨울 저녁을 안고 돌아오면서

 

우리 동네 길모퉁이에 자리한

 

백열전등 깜빡이는 내 친구 붕어빵집 아줌마네의

[붕어빵 제과점]을 또 잠시 들려

 

붕어빵 아줌마와의 정겨운 데이트(?)를 했답니다.

 

그 데이트란,

 

늘 이시간 쯤 이 곳을 지나오며

 

초겨울 조금은 스산한 거리에서

 

내 친구 붕어빵집 아줌마네 [붕어빵 제과점]을

 

잠시 들려 붕어빵 하나와 꼬치 오뎅하나를 먹는

좀 싱겁고 별난 나만의 데이트랍니다.

 

저는 우리 동네입구에 들어서

 

촘촘히 깜빡이는 [붕어빵 제과점]의 백열전등을 보고서야

 

하루의 긴장이 터억 내려앉는 안도감과 휴식을 느낀답니다.

 

’휴, 오늘 하루도 이리 저무는구나.’

 

’아, 그래 오늘도 붕어빵집 아줌마네 [붕어 빵집]은

 

또 여전히 노릇 노릇한 붕어빵을 구워내고 있겠지.’

역시나 내 친구 붕어빵 장사 아줌마는

 

여전히 따끈한 오뎅국물 모락이는 연기옆에서

 

노릇 노릇한 붕어빵들을 열심히 구워내시고 계셨어요.

 

"안녕하세요!"

 

저의 생긋한 인사에

 

내 친구 붕어빵장사 아줌마는 그제서야 머리를 드시며

저를 보시고 "오~"하시며 반갑게 웃으시네요.

 

저는 정말이지 이 붕어빵 아줌마의 그 반가워하는 미소때문에

 

아줌마네 붕어빵집을 하루에 한번씩 꼭 들리곤 한답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동네 길모퉁이 붕어빵 장사 아줌마네의

 

일일 단골 붕어빵 고객이자

붕어빵 장사 아줌마의 친구(?)가 되어버렸어요.

 

네? 붕어빵 장사 아줌마가 친구냐구요?

 

저녁무렵 한번씩 꼭 붕어빵 제과점을 들려

 

아줌마와 짧은 인사를 주고받으며 내 친구 아줌마네

붕어빵 하나를 "호..호" 거리며

 

또 꼬치 오뎅 하나를 "훌..훌" 먹다보니

 

어느새 붕어빵 장사 아줌마와 저는 붕어빵을 사이에 두고

 

붕어빵 친구가 되어버렸어요.

 

사실 제가 단골고객이라고 하지만

 

큰 고객은 아니고 겨우...

붕어빵 하나와 오뎅하나.. 고객이예요.

 

붕어빵 하나에 200냥

 

오뎅 하나에 200냥

 

저는 단돈 500냥에 팥이 듬뿍든

 

노릇 노릇 각 구워낸 붕어빵 하나와

 

따끈한 꼬치 오뎅하나 그리고 오뎅국물을 먹을 수 있답니다.

 

정말이지 그 오뎅하나와 오뎅국물엔

 

금새 초겨울의 차운 기운과 하루의 긴장감이 금새 훅~~하고

풀려버리는 정겨움이 가득 담겨 있어요.

 

집에선 거의 오뎅국도 먹지 않고

 

붕어빵도 먹지 않을텐데 내 친구 붕어빵 아줌마네의

 

꼬치오뎅과 오뎅국물 그리고 붕어빵은

왜 그리도 맛있고 색다른 정겨움이 담겨있을까요?

 

제가 깍쟁이라서 붕어빵 하나와 오뎅 하나를 먹는 건 아니구요,

 

곧 집에 가서 저녁을 들어야하고

 

하나 이상의 붕어빵과 오뎅은 제겐 좀 무리이거든요.

 

"날씨가 점 점 추워지고 있네."

 

"이젠 옷도 좀 따뜻하게 입고 다녀야겠어."

제 친구 붕어빵 장사 아줌마의 애정어린 옷단속.

 

우리 동네 이 맘때 늦가을 무렵엔

 

여기저기 빈 장소나 공터에 조그마한 붕어빵 장사 제과점들이

 

하나 둘씩 생겨나기 시작하는데

 

경제가 어려워진 이후엔 부쩍 더 많이 생겨난거 같아요.

 

어느날 갑자기 직장을 잃어버리신 듯한

평범한 가장들도 있으신 거 같고...

 

붕어빵 장사가 좀 쑥스러우신 듯 수줍음 많고 좀 멋적어 하시는

 

붕어빵 장사 아저씨들도 있으시고요..

 

우리 서민들의 애환과 추억, 정이

 

그 달디단 단팥속에 담뿍 배인 붕어빵과

또 그 붕어빵 장사 아줌마와 아저씨들..

 

밤늦도록 우리 동네 등을 밝히는 붕어빵 제과점의

 

희미한 백열전구등이 깜빡이고 있음을 보면

 

벌써 겨울이 성큼이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네요.

 

겨울은 또 하얀눈과 옷깃 추스리는 추위를 안고 오겠지만

 

군고구마와 따끈한 오뎅국물과 붕어빵이 있는한

그리 춥진 않을거예요.

 

저 역시 햄버거와 라면, 피자 세대이지만

 

저희 어머니께서 "풀빵"이라고 부르시는

이 붕어빵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답니다.

 

그렇다고 붕어빵을 즐겨 많이 먹진 않지만

 

단돈 200냥짜리 붕어빵 하나에 담긴

 

소박한 서민적이고도...왠지 정말 풀빵 냄새나는 듯한,

 

따뜻한 인간미 느낄 수 있는

이 붕어빵을 저는 참 좋아해요.

 

시장에서 콩나물을 살려고 해도 최하 1000원어치는 사야되는데

 

짤랑이는 단돈 200냥을 부끄럽게 내밀지 않고도

 

이 겨울날 갓 구워낸 붕어빵 하나를 먹을 수 있다니...

 

또 거기에 겻들여 200냥짜리 오뎅하나와 따끈한 국물까지도요..

 

그 뿐인가요?

 

우리동네 붕어빵 아줌마의 인심좋은 덕담과 미소까지

덤으로 함께 살 수 있답니다.

 

늘 남는 100냥은 물론 저의 쬐꼬만 팁(?)이구요.

 

며칠에 한 번씩 저는 점심을 햄버거로 먹는데

 

붕어빵에 비하면 턱없이 비싼 세련되고 깔끔한 햄버거집의

 

햄버거보다도 저는 촌시런(?) 붕어빵 하나를 먹을 때가

더 행복하고 마음 편하답니다.

 

붕어빵 하나와 오뎅을"호...호" 거리고 먹으면서

 

저는 붕어빵 친구 아줌마와 짧고도 일상적인 요런 저런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곤 해요.

 

"춥지?"

"오뎅 국물 더 먹어.." 등등이요.

.

.

.

 

글쎄요...우리 동네 많은 붕어빵 제과점들중에서

제가 아줌마네의 일일 단골 붕어빵 고객이 되어버린 건

 

붕어빵 장사 아줌마 나름대로의 톡~ 튀는 개성미와

 

따스한 미소 그리고 붕어빵 장사 아줌마로서의

 

어떤 자신감이 아닐까해요.....

 

요즘엔 붕어빵도 브랜드가 있나봐요.

 

아주 작고 이쁘장한 포장마차에 기존의 붕어빵들 보다

 

팥이 더 듬뿍 들고 조금 앙증맞게 생긴 붕어빵과

빨간 벙거지 모자를 눌러쓴 아줌마..

 

거기에다 여유로워 보이는(?) 화장까지 하신

 

붕어빵장사 아줌마의 늘 반가운 미소와

 

넉넉함이 묻어나오는 붕어빵이

아줌마네 붕어빵의 조금 특별한 브랜드이죠.

 

그래서 내 친구 아줌마네 붕어빵이 우리 동네에서 인기가 있나봐요.

 

단돈 200냥짜리 붕어빵 하나씩을

 

하루종일 요렇게 조렇게 구워내셔서

 

짤랑이는 푼돈 200냥을 내밀고 집어가는

붕어빵 하나씩을 파시는 내 친구 붕어빵 아줌마!

 

아줌마는 아줌마 나름대로

 

생활의 노고에 대한 어려움이나 속사정이 있으시겠지만,

 

비록 200냥짜리 붕어빵을 제조해 파시면서도

 

200냥짜리 손님들에게 미소를 지어주실 수 있는

 

그 여유로움과 넉넉함,

그리고 자신감이 저는 너무 좋아요.

 

어쩜 단지 그건 고객 서비스일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제 갓 오십을 넘기신 듯한 아주머니 얼굴에서 나오는

 

은은한 그리고 붕어빵처럼 노릇노릇 따끈 따끈한 미소들은

원래 그 아주머니만의 고유한 브랜드가 아닐까해요.

 

반나절을 서서 하나에 200냥짜리 붕어빵을 구워내면서도,

 

그리고 당신은 200냥짜리 붕어빵 제과점 사장님이지만

 

오고가는 많은 동네 이웃들에게

 

꾸미지 않은 소탈한 미소를 지을 수 있고,

 

내 비록 거리의 붕어빵 장사 아줌마이지만

 

그 아줌마에겐 자신의 직업과 일에 대한 당당한 자신감과

여유로움이 있어 참 좋아요.

.

.

.

 

’... 어찌하여.. 과연 난 그녀처럼 붕어빵 장사를 할 수 있을까?

 

매일 여자로서 화장할 수 있는 여유로움도 좀 지니고

 

그녀처럼 빨간 벙거지 모자를 눌러쓰고

반나절을 서서 200냥짜리 붕어빵 하나씩을 정성스럽게

 

구워낼 수 있을까?

 

그리고 짤랑이는 푼돈을 들고 찿아오는 이들에게

 

자주는 아니더라도 한번씩 고개를 들고

 

반가워할 수 있는 여유로움과 자신감을 지닐 수 있을까?’

 

요즘처럼 어려운 시절엔

 

누구에게나 조금씩은 어려운 속사정들이 있어

 

어느날 작은 포장 마차를 끌고 거리에 나서야 되는 경우도 있을텐데

참~~ 나라고 예외일 수는 없지 않은가?..호호

 

과연 나는 내친구 붕어빵 아줌마같은 붕어빵 장사가 될 수 있을까?

 

그녀 역시 어쩜 많은 자존심과 상처를 가슴속에 꼭~꼭 챙겨야하는

 

그녀만의 속사정이 있을터이지만.....

 

자신의 현실을 수긍하고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삶에 대한 애착과 사랑이 있어....

 

그녀는 단돈 200냥짜리 붕어빵을 반나절씩 구워내야만하는

 

다리가 아프고 허리가 저려오는 피곤감속에서도

 

늘 보는 나에게.. 단 한번의 그냥 스쳐가는

여린 미소를 지어줄 수 있지 않을까?

 

그녀의 조금은 피곤해 보인 듯한 얼굴에 지어지는 여린 미소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 여린 미소는 바로 그녀 자신의 인생,

 

아니 붕어빵 장사 아줌마로서 열심히 열심히 하루를 살아내고 있는

 

바로 자기 자신에게 보내어지는 미소가 아닐까?

 

바로 자기 인생에,

 

당장은 힘들고 피곤하지만

자신의 인생을 긍정하는 아름다운 그녀의 미소!

 

그래, 아줌마 정도 나이가 되면

 

어느정도 힘겨운 자신의 삶을 수긍할 수 있으리라.

 

그래서 비록 힘들지만

 

남에게 은은한 미소도 띄울 수 있으리라.

 

그리고 비록 붕어빵 장사 아줌마이지만

 

당당하고도 여유롭게 열심히 붕어빵도 구워낼 수 있는

자기 자신에 대한 넉넉함도 지닐 수 있으리라.

 

제 가까이 비록 오늘의 삶이 힘들고 버겁지만

 

열심히 열심히 200냥짜리 붕어빵을 구워내시며

 

사시는 분이 있다는게

 

참 마음 훈훈하고 힘이 되는 거 같아요.

 

전 내친구 붕어빵 아줌마가 구워주시는 붕어빵 하나와

 

꼬치 오뎅하나를 먹고 나면

괜스리 혼자서 신이나 룰룰룰....랄라 콧노래를 부르며

집에 들어서곤 해요.

 

가끔씩 풀빵 시대를 살아오신

 

저희 어머니를 위해 붕어빵 한봉지씩도 들구서요.

 

저희 어머닌 "또, 풀빵이냐?"

 

하시면서도 과히 싫어하시진 않으시죠.

매일 저녁무렵 저의 저녁식사 에피타이저이자

 

제 하루의 노고를 풀어주는 것은

 

내 친구 붕어빵 아줌마네의

 

붕어빵하나와 꼬치오뎅 하나를 곁들인

조촐한 붕어빵 데이트예요.

 

단돈 400냥어치의 붕어빵 하나와 오뎅이지만

 

하루의 노고와 긴장감이 따끈한 오뎅국물속에서 녹아버리고

 

우리 서민들이 살아가는 아주 작은 모습들이 담겨 있어

 

겨울을 기다리는 제 마음을 벌써부터 따스하게 감싸 주네요.

올 겨울은 그리 춥진 않을거예요.

 

내 친구 붕어빵 아줌마네의 붕어빵 하나와

 

꼬치 오뎅 하나가 있으니까요.

 

그리고

 

어느새 제 마음속엔

 

아줌마네의 붕어빵들이 하나 둘씩 모여

이쁘은 금붕어들이 되어버렸어요.

 

지금

 

제 마음속엔

 

그 예쁜 금붕어들이 예쁘게~~예쁘게 헤엄치고 있답니다.

 

.....제 마음속엔요....

 

붕어빵 하나의 사랑과 꼬치 오뎅 하나의 사랑이 있어요.

 

그리고

아주 예쁜 붕어빵 금붕어 수족관도 있구요...

 

올 겨울은 정말 따스하게 보낼거예요.

 

가끔씩 붕어빵 하나도 드셔보세요.

겨울이 따스하게 다가올거예요.....!

 

안녕히 계세요.

 

 

사랑의 루미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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