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6일 (토)
(녹) 연중 제13주간 토요일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에 슬퍼할 수야 없지 않으냐?

자유게시판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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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진신부 [yjinp] 쪽지 캡슐

2001-11-19 ㅣ No.26520

(연중 33주 월요일. 11,19)

 

 

"나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

"주님,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 오늘 복음(루가 18,41)에서

 

 

 

느린 음악이 흐를 때

나는 사람들 사이를 뚫고 가서

그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그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다가왔습니다.

그저 미소만을 나누는

타인으로서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내 손에 손을 맡기고

내 어깨에 머리를 얹고

내 몸에 몸을 바싹 기대어왔습니다.

음악이 계속 흐르는 동안

가슴 속의 짙은 외로움에

그가 몸을 떠는 것을

나는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한 마디 말도 없었습니다.

정말 아무 것도

말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노래가 끝나고

그는 그의 세계로 다시 돌아가고

나는 나의 세계로 돌아왔습니다.

여러 해가 지난 지금

나는 이따금 눈을 감고

우리가 함께 나누었던 그 몇 분을

다시 떠올리곤 합니다.

 

...........

 

누군가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또 머리를 기댈 푸근한 어깨가 필요하다면

거기에 내가 있겠습니다.

 

그리고

혼자만의 시간이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하다면

나는 조용히 물러나

당신에게 방을 드리겠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말로 마음을 주고 받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몸짓으로 마음을 주고 받습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침묵으로 마음을 주고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세상에는

아직도 마음을 주고받을 줄을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 예반

 

 

 

"나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

 

 

주님,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느린 음악이 흐르던 시간들...

그 음악 같은 삶 안에 담긴 소중한 기억들을.

지금도 나를 걷게 하는 생명이 되고 채찍이 되어

희망과 사랑이란 이름으로

부활처럼 다시 다가오는 그 소중한 기억들을.

 

주님,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언젠가 내가 그러했던 것처럼

오늘 나의 따뜻한 이야기를 기다리는

나를 소중히 여기는 이들을.

 

주님,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오늘 나의 빈 자리를 원하는

누군가가 있어

그 안에서 사색하고

쉬기를 원하는 이가 있음을.

 

주님,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주고받을 것이 참으로 많은 삶 안에

당신이 제게 보여주고픈

정작 필요한 삶의 나눔이 무엇인지를.

 

"나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

"주님,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삽입곡 '광야'

 

            김 수희 마리아

 

 

1. 거칠은 광야에 홀로 남겨져 그림자 숨기며 살았어도

  절망할 수 없었던 따뜻한 이유는 주님이 있기 때문이다.

  화려한 포장에 내 모습 가리워져 가난한 이름만 남았어도

  다시 일어서서 미소짓는 이유는 주님 사랑 때문이다.

 

2. 검푸른 사구를 혼자 헤치며 침묵의 용기로 날 지킨건

  동행할 수 있었던 뜨거운 가슴에 주님이 있기 때문이다.

  화려한 포장에 내 모습 가리워져 가난한 이름만 남았어도

  눈물 닦으면서 행복한 이유는 주님이 있기 때문이다.

 

3. 화려한 포장에 내 모습 가리워져 가난한 이름만 남았어도

  다시 일어나서 미소짓는 이유는 주님 사랑 때문이다.

  주님 사랑 때문이다.

 

 

 

 

 

 

 

첨부파일: 광야.asx(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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