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7일 (일)
(녹) 연중 제14주일 예언자는 어디에서나 존경받지만 고향에서만은 존경받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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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832 고해성사..너무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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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희 [dellia] 쪽지 캡슐

2001-12-24 ㅣ No.27836

찬미 예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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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 쓰신 분 고해성사.. 너무한거 아닙니까? 27832번 읽으면서 갑자기 옛날 일이 생각나서 혼자 웃었습니다.

제가 아는 어떤 사람은 이른바 ’철새 신자’ 였습니다.  잊을만 하면 한번씩 성당 나가고 1년에 두번 부활절, 성탄절 고해성사 겨우하고.... 뭐, 그런 엉터리 신자임을 자타가 공인하는 그런 분이 한분 계시는데 지금은 아주 열심히 성당 잘 다니고 있지만요....

 

몇년전 그분과 함께 성탄절 고해성사를 보기 위하여, 성당 이곳 저곳에 마련된 신부님들과의 고해성사 줄을 길게 한참을 기다리다가 제가 먼저 하고 그 분이 저 뒤로 신부님께 대면 고해성사를 마치고 나왔습니다.  제가 궁금해서 잘 보셨어요?  했더니 그분이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이상하다는 듯이

 

거참, 신부님이 한숨을 푹 쉬시데.... 하더군요.

 

그래서, 뭐라고 하셨는데요? 물었더니.....

 

-고해성사 본지 한 7-8개월 됩니다. 기억하지 못한 죄를 용서 하십시요

 

-네. 죄를 고하십시요

 

-다른 죄는 없습니다

 

-잘 생각해 보십시요

 

-없는데요?

 

-잘 생각 해 보면 있을 겁니다.

 

-정말 없는데요...

 

-................휴우~(한숨 소리)......

 

그랬다는 겁니다.  7-8개월 동안 죄를 하나도 안 지었다는 게 아니라 기억나는 큰 죄는 없는 것 같으니 혹 너무 오래 되어 기억 안 나는 것이 있을 수 있어... 잘 됐다....      이 참에 모두 뭉뚱그려 한꺼번에 한마디로 요약해서 기억하지 못한 죄를 용서 하십시요라고 했다고 그러더군요.  나는 그 얘기를 듣고 얼마나 기가 차고, 웃음이 나는지 아주 눈물까지 찔끔 거렸습니다.

 

사실 고해성사 뿐만 아니라 우리의 모든 일상 생활에서 준비가 없으면 모든 일에 차질이 생기게 마련 입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일에 철저하기 위해서는, 아주 작은 일인 전화 하는 일 부터 시작하여, 브리핑을 할 때, 회의에 들어 갈 때, 상관에게 보고 할 때, 아니면 방문 스케줄을 짤 때도 오고 가는 시간 + 교통 혼잡 예정 시간까지 모두 미리 계산해서 스케줄을 짜지 않으면 다음 미팅에 생각지도 못한 교통 혼잡으로 혹은 다른 여러가지 문제로 인하여 차질이 생기고 마는 것 처럼 꼼꼼한 준비가 필요 합니다.  그와 같이 우리의 일상적인 생활에도 준비가 필요하고, 마음의 정리, 생각의 정리가 필요 한 법인데, 위에 언급된 철새 교우님 처럼 준비 없이 그냥 고해 성사 임했다가, 그냥 귀찮아서 한꺼번에 뭉그뜨려서 한마디로 요약해서 고해성사를 보면 피곤한 신부님이야 참 편하고 좋겠지만, 신부님 뒤에서 듣고 계시는 주님은 얼마나 황당 하시겠습니까?

 

긴긴 줄에 지칠대로 지친 신부님 편을 드느라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 대한 최소한의 예의로라도 고해 보실 내용 들을 미리 미리 준비 하시고 가셨더라면 더 좋았을걸..... 그런 생각이 드는 군요.  나 자신의 관점에서 신부님께 섭섭하다고 생각하시는 부분을 살짝 뒤 집어 주님의 입장에서 보신다면, 긴 줄을 서서 기다렸던 그 오랜 시간 동안 혹 나는 고해 성사 볼 일에 대하여 단단한 준비를 하고 있었나?  아니면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느라 주님을 만나는 시간에 대한 대비를 하지 못한 것이 아니었나..... 그렇게 생각 해 보실 수도 있지 않을까 싶네요.  

 

늘 깨어 있으라..... 실천하기 무척 어려운 말씀이긴 하지만, 그래도 주님과 가까이 다가 가는 그 시간 만은 온통 머리 속에 주님만을 생각하고 통회하는 마음으로 깨어 있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제 글 기분 나쁘셨으면 용서 하시구요..... 그냥.... 내가 바라보는 눈을 내 안에 만 머무르지 않고 밖으로 향하게 하소서라는 기도가 생각이 나서요....

 

좋은 성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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