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6일 (토)
(녹) 연중 제13주간 토요일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에 슬퍼할 수야 없지 않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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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겐 낡은 구두가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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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희 [dellia] 쪽지 캡슐

2002-02-07 ㅣ No.29605

찬미 예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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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수사님 한분을 뵙고 왔습니다.

예수회 소속이신 수사님은 호주에서 공부를 하고 계시는데 방학이라 한국에 나오셨습니다.

서로 멜을 통해서만 알고 있던 터라 수사님은 제가 50-60대 수더분한 누나 뻘 되는 여자로 생각하고 계셨고, 저는 수사님이 30대 중반이나 후반 정도의 분으로 생각 하고 있었던 터라 서로 얼굴을 대하고 보니 생각과는 전혀 다른 엉뚱한 얼굴에 서로 웃었습니다.

수사님은 저 보다 한살 위신 40대 후반 분이셨습니다.  제가 힘들 때 짧고 명확한 글로 제가 마음을 올바르게 정할 수 있도록 도와 주시곤 하여 제겐 많은 힘이 되시는 분입니다.  저는, 혼자서 수사님을 제 친구처럼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이나 신분의 차이를 떠나 좋은 친구라는 말은 언제나 제 마음을 풍요롭게 하기 때문에 저는 많은 사람들을 친구라고 생각하고 살아 가고 있습니다.

내일이면 호주로 떠나시는 지라 잠시 뵙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 왔습니다.

 

날씨도 따뜻한 아주 좋은 날이었습니다.

 

수사님과의 만남을 끝내고 예수회 아루뻬 공동체 현관으로 나오다가 현관에 놓여진 구두 하나를 보았습니다.

구두 뒷 부분 가죽이 너무 낡아 은색 테이프로 이리 저리 붙여 놓은 아주 낡은 구두가 눈에 띄었습니다.  수사님이 눈치 못 채게 살짝 그 구두를 한참 쳐다 보았습니다.

그리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순간, 내가 구두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좋겠다 생각 했습니다.  멋진 구두를 하나 만들어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구두가 어느 수사님 구두인지 알지 못하지만, 수사님들의 생활이 눈에 보이는 듯 했습니다.  그것은 검소한 생활이 아니고 궁핍한 생활 입니다.

 

우리 중에 누가 낡은 구두 뒷 부분을 은색 테이프로 이리 저리 붙여서 신는 분 계신가요?

우리는 먹고 싶은 것 다 먹고 누리고 싶은 행복 다 누리며 삽니다.  옷도 기워서 입기 보다 왠만하면 새것으로 하나 삽니다.  구두도 반짝 반짝 닦아서 신고, 행여 구두가 너무 낡으면 세상 사람들 보기 창피하다고 어떻게 해서든 새 것으로 하나 구입합니다.  아무리 돈이 없어도 구두에 테이프 붙여 가면서 까지 아껴 신지 않습니다.  

 

우리의 삶이 이만하면 행복하지 않나요?

 

우리는 .....

좀더 큰 집 장만하는 꿈을 키우고

자식 잘 키워 든든한 집안의 기둥 세우는 희망 가지고

아내와 남편과 알콩 달콩 사는 재미에 웃고

욕하고 싶을 때 마음 껏 욕하고

싸우고 싶을 때 열렬히 싸우고

가끔 알면서도 모른 척 유혹들에 빠지기도 하고

고백성사 보면 되지... 스스로 위로도 하고

오직 성공을 위해서

명예를 위해서

안락한 삶을 위해서

잠시...

주님을 잊고 사는 일이 있어도...

아무도

우리를 욕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우리들의 삶의 모습이니까요....

 

우리의 삶이 그만하면 행복하지 않나요?

 

우리가 가지는 많은 기쁨과 행복들을 다 포기하고 사시는 분들....

신부님이....

조금 모자라고 조금 부족하다고....

많이 내 마음에 안 들고 어리더라도....

 

용서 정말 안 될까요?

 

우리의 삶이 그만하면 행복 하지 않나요?

 

우리에겐 낡은 구두가 없잖아요?

은색 테이프로 칭칭 바른 구두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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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자비로 용서하는 아름다움은 세상 그 어느 사랑보다 더 큰 사랑입니다. 그 큰 사랑으로 잘 못된 사제를 바로 세울수 있다면 주님 보시기에 참으로 좋으시지 않을까요?

상처 받으신분, 상처 주신분 모두를 위해 기도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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