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7일 (일)
(녹) 연중 제14주일 예언자는 어디에서나 존경받지만 고향에서만은 존경받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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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반장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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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윤 [fmcksj] 쪽지 캡슐

2000-09-17 ㅣ No.1223

<<< 반 장 선 거 >>>

 

갓 초등학교 3학년이 된 어느날 오후 종례시간...

 

선생님: 자~~!! 내일 우리반을 대표할 반장을 뽑겠어여. 1년동안 우리반을 대표할

 

        친구를 뽑을테니까 집에가서 누가 반장하면 좋을지 잘 생각해 오쎄~~여.

 

 

반장이라...

 

나는 어린 마음에  "반장"이라는 이름 하나로 모든 걸 다 휘두를 수 있다는 허황된

 

환상이 컸다. 반장을 하면 성적도 잘 받고 매일 차렷! 경례!를 우렁차게 외치면

 

진짜 폼 나 보일 것 같았다.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운동회나 어린이 날에 다른 애들에겐 한권씩 돌아가는 공책을

 

반장이라는 단 한가지 이유만으로 공책을 2권을 받을 것 같기도 했다.-_-;;

 

부반장도 싫었다. 오로지 반장이어야 했다.

 

예전에 삼성 광고 중에도 이런 광고가 있지 않았던가..

 

"아무도 2등은 기억하지 않는다..."

 

그러타~! 아무도 반장은 기억하지만 부반장은 기억하지 못한다...

 

오로지 난 반장으로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다 받아야 한다는 야심이 컸다.

 

집에서 나는 내일 반장 선거에 나가게 되면 어떤 유세를 할까하며 고심고심하여,

 

밤잠까지 설치며 연습을 해따.

 

 

다음날 아침... 까치 울음소리가 까악~까악~ 들리고.. (--> 까마귀 소리인가? ^^;;)

 

웬지 내가 꼭 반장이 될 것 같은 위대한 예감이 뇌리를 깔쳐 뜯는 것 같았다.  

 

교실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문 앞에서 대섭이라는 아이가 내게 무언가를 내민다.

 

소연: 이.. 이게 모야??

 

대섭: 아~~~`이거..??  머 별거 아냐... 초컬렛인데 너 먹어라구. ^___^

 

소연: 이걸 왜 줘?

 

대섭: 그.. 그냥 주고 싶어서.. ^^;;;

 

소연: (헉.. 이.. 이넘이 혹시 내게 흑심을?? -_-+++ 그래도 공짜니까 받아먹자!)

 

대섭: (머리 긁적긁적..) 근데.. 오늘 말야...

 

소연: 오늘 모??

 

대섭: 오늘 반장선거 하는 거... 잊지 말라고.. ^^;;

 

소연: (짜쉭~~ 뇌물?? -_-;;) 그.. 그래...

 

대섭이는 반장선거라고 아침에 선생님 몰래 우리반 애들 전부에게 초콜렛을 하나씩

 

돌려따. -_-;;;

 

소연: (대섭이 짜식... 니가 그래봤자다. 진정한 정의가 무엇인지 이 몸이 반장이

 

      되서 가르쳐 주지. 너같이 물품공세를 하는 넘은 사회악이얏 -_-+)

 

그.러.나!!! 정의고 뭐고 간에, 우리반애들이 대섭이의 초콜렛을 너무 맛있게

 

받아 먹으며, 평소 친하지도 않던 애들마저도 대섭이에게 친한척 하며 알랑방구를

 

뀌고 있어따. -_-;;

 

이대로 가다간 대섭이의 초콜렛 때문에 반장자리를 넘겨 주어야 할 것 같다는

 

불길한 생각이 들어따. 그러믄 안돼쥐.. 반장은 내손안에 있소이다~!!! (주먹불끈~!)

 

곰곰히 생각을 해 보니... 내가 반장이 되려면 누군가의 추천이 있어야 하는데

 

학기 초라 특별히 친한 친구도 없었기에 나를 반장선거에 추천해 줄 만한 애들이

 

없는 것이어따.

 

중이 지 머리 못 깎는다고 반장 선거를 하는데 진짜 철판깔고 "저를 추천합니다.

 

저에게 한표 좀.. ^^;;" 이라고 말할 수도 없지 않는가...--;;;

 

그래서 나는 짱구를 돌려 내짝 상현이를 이용해 먹기로 해따.

 

웬지 상현이의 눈빛도 반장선거에 나가고 싶어하는 거 같아따. ^^;;;

 

소연: 오느~~을 반장 선거에 누가 나올까?

 

상현: 나올만한 애덜이 나오게찌 모...

 

소연: 너두 한번 나가 봐. 너 나가면 웬지 당첨 될 거 같오. (-->맘에 없는 소리)

 

상현: 에이~~ 쪽팔려서 어케 나가냐??

 

소연: 왜 못나가?? 뭐가 쪽팔려?

 

상현: 별로 아는 애들 없는데 같이 나가려니까 쪽팔리잖오.

 

소연: (기회는 이때닷~!!) 그러~~~엄 나랑 같이 반장 선거 나갈래? 쪽두 같이

 

      팔믄.. 더 안 부끄럽자나~!! ^^;;

 

상현: (기다렸다는 듯..) 음.. 그럴까 그럼??

 

소연: (훗.. 짜식.. 너두 한자리 할라꼬?) 짝지끼리 사이 좋게 나가보자. 홍홍 *^^*

 

상현: 근데.. 너나 나나 한표도 못 얻으면 어떻하쥐?? 그럼 진짜 개쪽인디?

 

소연: 에그 바보~~~!!! 그러니 머리를 써야쥐~~!!!

 

      너랑 나랑 서로서로 찍어주면 되자나. ^^*

 

상현: 아하~~!! (돌튀는 소리.) 글케 좋은 방법이 있었꾸나.. 그러자. ^____^

 

소연: (후훗.. 상현이도 넘어 왔으니... 이제 결과는 뚜껑을 열어 봐야 겠군.)

 

 

드디어 반장선거 시간이 다가 왔다.

 

선생님: 자아~~지금부터 반장 선거를 하게써여~~!! 친구들을 추천해 보세요~!!!

 

누군가: 네. 저는 x대섭을 추천합니다.

 

소연: (흐이구.. 짜식...받아 먹은 건 있어가지고.. -_-;;)

 

선생님: 음...대섭이... 또?? 또 추천해 보세요.

 

누군가: 네. 저는 x지현을 추천합니다.

 

소연: (지.. 혀...니?? -_-+++++ )

 

여기서 잠깐 지현에 대해 짚고 넘어가보자.

 

소연쓰가 미쳐 경계하지 못한 인물로 3학년 여자애들 중 최고로 키 크고 이쁜

 

미소녀... 양부모 둘다 의사인 빵빵한 집안 딸네미이며 교내외 미술대회에 나가기

 

만 하면 상을 휩쓸다시피 하는 색채 감각이 남들보다 뛰어난 꼬마 화가...

 

이런저런 면모를 다 갖추었기 때문에 아이들 뿐 아니라 선생님 입에도 오르락

 

내리락하는 요주의 인물! 남자애덜한데도 캡빵 인기..

 

미모에선 당연지사 소연쓰가 밀리게 된다. -_-;;

 

다시 원 위치로 돌아와서...

 

선생님: (만족한 미소...) x지현?? 또??

 

서로 밀어주기로 약속했던 상현이는 나를 추천할 생각도 하지 않고 계속 책상에

 

낙서만 가득 하고 있다.

 

상현이가 먼저 일어나서 "김소연을 추천합니다"라고 말하길 바랬지만, 계속 기다리

 

다간 후보 추천이 끝나버릴 것 같다. 그러면... 내가 꿈에도 그리던 반장에 대한

 

야망이 물거품이 되는 것이다. -_-;;

 

참다못한 내가 상현이를 먼저 추천했다.

 

선생님: (의외라는 듯) 오~~~ 상현이?? 또???

 

상현이 짜식... 내가 이렇게 나오면 자기도 덩달아서 나를 추천해야 된다.

 

곰같은 녀석, 내가 추천해도 그냥 무덤덤하게 가만히 앉아만 있다.

 

소연: (저 둔한넘.. 우리의 계획을 잊었나? -_-++) 흠흠...

 

내가 그녀석을 팔꿈치로 툭툭 치고 헛기침을 몇번 한 뒤에야 그 녀석은 나의 의도

 

를 눈치까고 그제서야 나를 후보로 올려 준다. --;;

 

그 이후 한명이 더 후보에 올랐고, 반장 선거 후보는 5명이 되어따.

 

선생님: 자~~~ 일케 5명이 후보에 올랐어여. 후보에 오른 친구들은 반장이 되면

 

        어떻게 할 것인지 한마디씩 친구들에게 해 보도록 합시다.

 

후보로 오른 애들..

 

대섭: 반장이 되면 ~~~~ 어쩌구 저쩌구~~~~ ---> 초컬렛만 믿고 쓰잘데기 없는

 

      야그만 잔뜩 늘어 놓는다.

 

지현: 후훗.. 안녕하세~~여..~~~~  ^^*---> 미모로 밀어부쳐 남자 애들에게나

 

      표를 얻어 보자는 수작인지 눈웃음만 살살 치며 별 이야기 안한다. --;;;

 

나머지 애들은 거의 장난 식으로 한마디씩 한다.

 

 

운명의 투표시간...

 

소연: 혹시 너 깜빡 까묵었을까 그라는데 서로 기브 앤 테이크? 오케바리?? ^.^

 

상현: 응. 알떠. 알떠. 걱정마라~~ ^___^

 

투표 용지가 돌려지고... 이름을 써야하는데...

 

그냥 상현이 이름을 써야 하는데 망설여진다. 상현이 저녀석.. 내 이름을 쓰긴

 

썼을까나.. 못미덥기도 하지만.. 약속은 약속이다.. 상현의 이름을 과감하게 써따.

 

투표함에 상현이 이름을 쓴 종이를 내는데 후회가 된다.

 

소연: (오늘의 칭구가 내일의 웬수라더만.걍 웬수 되더라도 내 이름 써 낼껄.--;;)

 

개표를 한다. 바짝 긴장이 된다.

 

내가 반장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것이냐 말것이냐가 결정되는 순간이다.

 

선생님: x대섭. x대섭. x대섭. x지현. x지현. x대섭. xxx. x지현.x지현.xxx

 

소연: (내.. 내 표가.. 흘.. 있따가 역전승이 될꼬야. 기다려 보자. --;;)

 

선생님: x지현. x지현. x대섭. x상현.~~~~~

 

상현이 이름이 나오자 상현의 얼굴에 살며시 미소가 그려진다..

 

선생님: x대섭. x대섭. x지현. xxx. x상현.

 

소연: (쩝. 나 말고 어떤 골빈 넘이 상현쓰를 찍었남? --;;;)

 

선생님: ~~~~~~~~ xxx. x지현. x대섭.

 

소연: (이..이거.. 왜... 왜 안나오는 고야...-_-;;)

 

선생님: 자아~~~~ 끝났어여. 대섭이가 xx표, 지현이가 xx표, xx가 x표, 상현이가

 

        2표, 소연이는.. 음... 이렇게 하여 올 3학년 8반 반장은

 

        x대섭, 부반장은 x지현으로 결정되었어여. 모두 추카해 줍시다. ^^*

 

나... 아찔해따...

 

금방 선생님이 했던 말이 귓 속에 웅얼웅얼 메아리 쳤다.

 

소연: (상현이는 2표.. 소연이는.. 음..  소연이는 음.. 내 표는?? -_-+)

 

이런 일이.. 아침에 까치소리도 들었는데... 그게.. 까치를 가장한 까마귀였단

 

말인가? 그런것이었나? -_-;;

 

나는 온몸에 있는 털들이 쭈삣쭈삣 전기에 감전된 듯이 빠짝 섬을 느껴따.

 

눈이 까 뒤집히고.. 손톱도 어느샌가 간이라도 파 먹을 듯 자라 이따..

 

이건 인간의 모습이 아니다.. 백년은 굶은 한 마리의 구미호다.

 

내가 반장이 안 되었다는 엄청난 비극보다.. 내 표가 하나도 안 나와서 개쪽 판

 

것 보다... 믿었던 상현에 대한 배신감 때문이어따. -_-;;;

 

철썩같이 서로 기브엔 테이크 해 주기로 했건만..

 

이게 뭔가?? 나 혼자 바보 된 꼴이다. -_-

 

소연: 야~~~!!! 너... 너.. (입에 개거품을 물어 말이 안나온다. -_-;;)

 

      똑바로 말해~~!!! -_-+++++ (---> 이미 인간의 모습이 아니다. -_-;;)

 

상현: (내 변화된 외모에 몸서리 치며..) 대..대섭이.. ㅠ.ㅠ;;

 

소연: (한대 쌔릴 기색으로) 똑바로 말 못해?? 구라치지 말고 똑 바로 불어~~~!!!

 

상현: (벌벌 떨며..) 사...사실은... 내 이름.. 썼떠. T.T

 

      니.. 니가.. 내.. 이름.. 안 써 줄 줄 알아떠.. 용서해조~~~ㅠ.ㅠ

 

소연: -_-+++++++++++

 

      너~~~!!! 가만 안둬~~!!!!

 

 

그 이후... 우리 책상엔 38선이라고 빨간 선이 그어져따.

 

당삼 내 자리가 훨씬 컸다. 그 녀석의 물건이 내 자리로 넘어오면 무조건 내 것이

 

되었다. 상현이 녀석.. 찍소리도 못해따. 한마디로 짤라 야그하믄.. 나한테 잡혀

 

살아따.

 

반항하다간 내 외모는 또 개거품을 문 한마리의 구미호로 돌변해따. ^.^

 

그러면 순진빠꿈한 상현은 내 앞에서 꼬리를 내리고 살살 기어따. ^^;;

 

비록 반장선거 이후 난 반장은 못 되었지만, 반장도 거느리지 못한 확실한 쫄따구가

 

생겼다. 내가 하라믄.. 시키는 대로 다 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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