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8일 (월)
(녹) 연중 제14주간 월요일 제 딸이 방금 죽었습니다. 그러나 가셔서 손을 얹으시면 살아날 것입니다.

따뜻한이야기 신앙생활과 영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좋은 글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본향을 향하여 ♬ ~ 23처 ( 수원교구 남한산성 순교성지 1차/2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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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남 [agnes536] 쪽지 캡슐

2022-12-23 ㅣ No.101836

 

2021.06.08.....첫번째 순례길


"야옹~ 야옹~" 사알살 검정고양이 한마리가 다가온다.

리노할배가 볼세라 요놈이 얼른 딴데로 가주기를 바랐지만서도...

"어? 고양이네~~ '나비야~~ 나비야~~' 이 산 꼭대기에

먹을게 없을텐데 어디서 왔지?"

 

주일새벽 7시 미사를 마치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와 꼭두새벽같이

일어나 싸둔 김밥이며 과일야채통을 챙겨 쌩~하니 떠나 오른

남한산성 성지 순례길이다.

 

많은 순교선조들께 인사드리고 묵상하며 오른 십사처의 길은 참으로

넉넉하고 평안하고 뿌듯하다.

온~ 산 하나를 다 돌도록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상처

깊이 새겨주소서~♪"를 노래하며 오늘도 무한한 은총속 작은행복으로

충만해진다.

 

다섯가지 등산로중에 3코스(2시간-3시간)를 오르기 시작하여 현절사~

벌봉~장경사~망월사~ 지수당~남한산성세계 유산센터 를 돌아오는 길을 택하여

칠순의 몸으로 오르기에는 무리일텐데도 그동안 쌓은 경력?만 믿고 강행해보는...

그래도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주님께 부탁드리며 오르는 숨찬길이다.

 

헉 헉~~ 학학~ 거려대며 간신히 올라 여유롭게 자리잡고 앉아

김밥과 함께 힐링의 시간속에 잠기려 하는데 요놈의 고양이가 나타난 것이다.

"내유동 골짜기서만 해도 징그러 죽겠는데.... 니까지 와 여기서 낑길라꼬 하노!"

 

'얘들아! 가난한 사람들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을것이지만 ... 저여자를 말리지마라.

나의 장례를 위해 그 비싼 나르드향유를 발라주는 저 가난한 여자의 마음을..'의 성서

구절이 그순간 떠올라 중얼거려대며,

 

"그래! 대한민국 온 구석구석에 배고프고 가난한 니네들이 없는데 없으니...

리노할배요. 내 김밥두개 던져주소. ... 삼백 데나리온 보다는 한참 모자라더라도.."

어라?...리노할매가 우짠일인가 싶어 얼른 받아 살코기풀어 헤쳐 건네주며 할배가

"나비야~ 나비야~ 오늘 생일맞았네."

 

머리위 까마귀떼들도 까옥 까옥 거려대며 오두방정들 떨어대는 소리에

내유동 골짜기 뻐꾸기 들 생각나

"야~ 저리 빨리 안갈거야?"....

 

4개문중에 동문앞을 내려오며

"아까 길가르쳐주던 경찰아저씨 말듣고 쉬운코스(1시간)로

갈껄.. "을 중얼거리며 억울해하는 리노할배를 토닥이며 ...

"그래도 심청이 아부지처럼 봉사는 아니라도 공양미 삼백석을

성모님께 봉양한 정성도 있고 ...

거게다 묵주알 바윗돌 어루만지며 20단을 온 산을 돌아돌아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부르며 고개숙여 버텨내던 저력도 있다 아이요?.."

 

2주전 다녀왔던 남양성지는 성모님의 소리없는

그윽함이 복수초 향기속에 아우라져

"그래 너희 왔구나~ "반갑게 맞아 주었지.

 

화장실을 다녀오고, 촛불 봉헌대 앞에서 한참을 기다려도 올라오지 않고

안내판앞에 서서 있던 리노할배가 거짓말 좀 보태 해질녘에 올라와서는

"이 성지에 대성당 짓는데 벽돌한장값이라도 봉헌을 해야 될것 같아"

이미 봉헌의 서약을 성모님께 드린 모양새로 할매의 의중을 물어와서,

 

"아니~~ 저어 산등성이 꼭대기에 어마어마하게 웅장하게 서있는 성전이

다 완성되어 서 있구만... 뭔 벽돌이라요?..."

"작고 가난한 성지들이 부지기수던데 그런데 봉헌하지..."하며 시큰둥하게

대꾸도 안했던 성지에서의 일인데...

 

몇날을 생각이 떠오르는 마음속엔..

"맨날 고마우신 성모님께 드리는 마음의 벽돌한장을 세상잣대속에 맞추어

부자성지엔 좀 그래... 망설였던 마음이 참으로 못나고 부족했다는 깨달음이 왔다.

 

남한산성 고갯길 앉아

"리노할배요. 저번에 말한 벽돌한장 봉헌금 봉헌해야제..

안 하믄 눈 못뜰낀 데... 우짜요.

공양미 삼백석 약속해놓고 인당수 푸른물에 하나뿐인 딸래미까지

던져가며 약속지키려 두려워하던 심봉사의 부처께 대한 믿음처럼

성모님께 드린 약속도 얼매나 큰데 .... 지금에사 깨쳐지네요"

 

인당수 청정해역에 한떨기 연꽃으로 피어오를 우리들의 삶을

한세상 알콩달콩 살다가 하느님 앞에 두손 잡고 가자꼬요.

니캉 내캉 둘이서...


 

 

2022.11.20.....두번째 순례길


"반석아부지~ 5분 안에 출발해야 되는기라요. 갈준비 안하고 뭐하고 있는교?"

"응... 이리와서 오늘 갈 남한산성 작년 순례기 한번 열어줘.. 어떤 사진을 찍었는지

확인하고 가게.."

"뭐라카요?.... 지금 5분 남기놓고 그라몬 운제 갈라꼬 그라요? ㅊㅊㅊ"

한고집 하는 할배의 성질을 알고 있지만서도... 시작서부터 시간맞춰 떠나지않으면

오늘 하루의 시간이 삐끗거릴것 같아 서로 한고집을 피우느라 새벽댓바람부터

티격태격.... 승자도패자도 없는 소리없는 전쟁을 끌어가며 차에 오른다. 


그리고.... 오늘의 아침기도를 하자고 하니까

"이런 마음으로 어떻게 기도할수있냐고.." 투덜대는 할배를 다독이며

"그래도 기도는 해야제요... 담부터는 내가 그전날 어디간다고 말해주께요.."

그렇게 꼬리내려 대서야 손잡고 할배의 자유기도가 날으기 시작한다.

 

주일새벽 5시 10분.. 출발한 남한산성 순교성지에로 길은 6시 30분 도착했다.

아직도 어둠이 채 가시지않은 산성둘레를 한바퀴 돌아가며 구석구석 즐비하게

늘어선 음식점들을 약간 비껴간 성지바로 근처 중앙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아직도

문이 열리지 않은 성지는 11시미사에나 당도할 요량으로 작년처럼 산길 올랐다 오려고

든든한 아침을 챙겨먹고 배낭속엔 산꼭대기 앉아 럭셔리한 분위기로 마실 커피보온병이며

과일 한통을 준비해 넣는다.

 

7시가 조금넘어가니 저만치 검정색 차 두대가 닿고 20대쯤 되어보이는 남자친구들

세명이 한껏 가벼운 차림으로 물한병 딸랑 손에들고 등산화를 갈아신고 우리앞서

출발해 가는 모습이 오늘의 우리 젊은이들의 또다른 건전함을 보여주는 것같아

흐뭇한 웃음 지어진다.

 

7시32분에야 드디어 산행을 떠나며 오늘도 우리에게 주어진 3시간 반의

여유를 감안해 3코스길을 택해 떠나간다.(현절사~ 벌봉~동문) 


현절사 입구를 향해 올라가는 길목에 차가 들어오지 말라고 묶어둔 쇠줄고리가

아주 낮으막하게 양쪽으로 걸려 있는게 보여 아무 생각없이 뒷짐진채 넘으려 하는 순간

갑자기 내 의지와는 상관없는 몸뚱아리가 발은 아직 쇠줄을 넘지않았는데도 사정없이

앞으로 무너지며 얼굴부터 콘크리트 바닥에 박히며 몸은 댓자로 뻗쳐 자빠져 버린다.

 

너무나 순간적 찰나에 벌어진 사건이라 일분동안을 그냥 땅바닥에 엎어져 꼼짝도 못하고 있는데

할배가 놀래서 소리질러대는데도 도대체 젊은날의 후닥닥의 동작은 꿈도 못꿀정도로

얼굴은 시멘트 바닥에 박혀있고 두 무르팍은 욱신거리고. .. 어찌된 상황인지 알다가도 모를

판국으로 한참을 엎어져있다 겨우 일어난 몰골을 본 할배가 "피.. 피가 나네... 어찌된 거야?"

 

입술은 피가나고 퉁퉁부어있으며, 교정으로 묶어둔 앞 이빨두개도 시큰시큰... 다섯번 압축하여

장만한 고가의 안경알도 기스가 가있고.... 출발부터 기분이 영 ~ 잡쳐버린 지경이다.

"오늘 그냥 순례하지말고 집으로 가자"는 할배의 말끝에

"내~가 오늘 새벽부터 지금까지 얼매나 참고있었는지 아느냐?~"고 한마디 뱉어내니

"그랬어~? 그러니까 자꾸 잔소리를 많이 하니까 그렇게 되었잖아?.... " 하며 슬그머니

할배의 꼬리가 뒤로 감겨든다.^^

 

올라가는 진입로에서 그런 낭패를 겪었어도 잊어버리고 올라가야지 좀 전의 것들을 놓아버리지못하고

연연하며 억지로 끌려올라가면 오늘 하루의 삶의시간이 힘든 산행이 되리라... 싶어 그냥 앞으로앞으로

길만 따라 무심으로 아무일 없었던 냥 그만하길 다행으로 여기고 올라간다. 한발 한발 차근차근....

한참을 더 가야될테다고 생각한 벌봉이 바로 눈앞에 나타남은 벼락맞고 난뒤의

주님 위로의 은사라도 되는지~~ 놀랍고 벙벙하다. 이렇게나 빨리도 도착하다니...??

작년에 이곳에 왔을 땐... 아무것도 보이지않고... 얄궂은 안내판만 덩그마니 "벌봉"

참 어이없다며 터덜터덜 도로 내려가며

"아니 무슨 순교성지인지 설명이라도 있어야지... 훈련만 시키네" 하며 불평스런

마음을 가지고 돌아내려온..... 멀고 허망한 길이었는데~~?

오늘 자세히 알고보니 순교지와는 상관없는 국가가 지정한 귀하고 뜻있는 바위

벌모양을 한 바위형상을 기념하고 있었던 장소이다.

그옛날 당태종이 쳐들어왔을때 남한산성의 이 벌바위의 기운이 구만리를 뻗쳐있어 도저히

함락할수 없어 벌의 허리를 부숴뜨리고서야 남한산성을 정복했다는 전설의 장소였던 것이다.

작년에 보지못해 불평으로 내려오던 그 산길의 오해를 풀고서 내려오는 산길 작은 성문앞

의자에 앉아 할배와 함께 아침시간의 조용한 전쟁의 안개는 걷혀가고 다시찾은 일상의 평화속

럭셔리한 한잔 커피의 향과 함께 동행의 기쁨과 행복을 찾아안는다.

2시간여의 등산을 마치고 하산한 시간이 9시 35분....열려진 성지를 들어가 촛불밝혀 올려드리고

간간이 오르는 몇몇의 단체객 레지오팀들의 무리를 뒤따르며 성전 뒤편 산위 십자가의 길을 걸어간다.

나이가 들어가니 금방 한 일도 잊어버리는 게 속상하고, 두려웁긴한데... 또 아침의

발발사건 같은 일도 금방 잊어버리고 새 기분으로 바꿀수 있다는 변덕?은 참으로

감사한 은총의 시간의 흐름이다....^^


열네군데의 십자가길을 오늘도 성모님 채근해가며 숨가쁘게 돌아내려온 언덕 평평한 곳에

사지가 묶이고 얼굴에 물을 뿌린 뒤 한지를 덮는 일을 반복하여 숨이 막혀 죽게 하는 백지사 형벌의

어느 순교자의 형상이 끔찍하고 처절한 모습으로 절규하며 하늘을 우러러 ......죽어가고 있다.



순간 .... 전날 다녀왔던 단내성가정 성지의 정은 바오로 선조의 형상이 떠오른다.  

단내땅에서 부터 끌려와 이곳 남한산성에 백지사형으로 죽어갔다더니만....

저렇게 죽어가서 시신은 시구문 밖에 던져져 갔을 순교자...

정은 바오로와 가족모두의 영혼들이여 주님의 품안에서 이제는 편히 안식을 누리소서~!!



신유해박해 때부터 교우들이 남한산성에 투옥되고 처형되었던 남한산성은....

신유박해 때에 최초로 순교자가 탄생하였고 기해박해와 병인박해를 거치는 동안

300여명의 순교자가 탄생한 거대한 순교터이다.

 

그 중 현재 이름과 행적이 알려진 순교자는 총 30여명인데

이름이 알려진 30여명의 순교자와 300여명의 무명순교자를 기리는 헌양비가 들어가는

입구에 하늘을 우러러 경건하게 돌비석으로 서있다.



또한 그 곁으로

순교복자 한덕운 토마스의 피에타상이 죽은 순교자의 시신을 가슴에 부둥켜안고

애태우는 모습이 구약의 토빗의 모습과 함께 클로즙되어 오며 동족의 주검을

묻어주기위해 관헌들의 눈을 피해 죽음을 무릅쓰고 강행하던 한국판 토빗이 여기 남한산성

순교지에도 살아서 신앙을 증거하다 결국은 체포되어 순교의 칼을 받았던 한덕운 토마스의

두려움없는 믿음의 증거앞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10시 30분에 성전에 들어와 주님앞 조배를 하며 오늘의 미사를 준비한다.

한옥양식의 2층으로 된 성당안 중앙에 순교자들의 칼을 쓴 예수님의 십자고상이

걸려계신걸 보는 순간... 십자가도 모자르셔서 칼까지 목에 차게 되셨다니 싶어 마음이 많이

아프고 미안스러워 졌다. "예수님! 참말로 죄송합니다,



한해의 끝... 절정의 시간에 그리스도왕 대축일의 미사가 경건하고 웅장하게

사제의 입장과 함께 시작되는데.....

우리의 왕 그리스도께선 아직도 목에는 길다란 칼을 찬채 안타까운 시선으로

아래의 우리를 내려다 보고 계신다.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어 하늘을 우러러 너의 죄를 속량하라고...."



   

 + 오늘도 본향을 향하여 가는 길, 

   감사드립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 아 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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