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달 27일 폴란드 크라쿠프 대성당에서 폴란드 주교단과 만나고 있다.【크라푸크(폴란드)=C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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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관공서 같은 본당의 딱딱한 분위기와 성스러운 교회를 결혼 예식업소로 전락시키는 본당 종사자들을 강한 어조로 질타한 발언이 공개됐다.
세계청년대회(WYD) 참석차 폴란드를 방문한 교황이 7월 27일 폴란드 주교단과 비공개로 만난 데 대해 추측이 난무하자, 교황청 공보실은 “특별히 비밀스러운 얘기가 있어서 비공개로 한 것이 아니다”라며 대화 내용을 뒤늦게 공개했다.
「바티칸 인사이더」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크라쿠프 대성당에서 주교단을 만나 “본당은 매우 가치 있는 구조지만 총제적 점검이 필요하다”며 본당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가장 먼저 본당 직원들의 불친절한 태도를 지적했다.
환대의 정신 잃고 사무적인 태도로
“본당 종사자 중에 ‘사탄의 제자들(disciples of Satan)’ 같은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겁을 줍니다. 문을 열어 놓은 성당도 있지만 닫아 놓은 성당도 많습니다. 누군가 무엇을 요청하러 찾아가면 그들은 ‘예? 앉으시죠. 뭐가 문제죠?”라고 말합니다.”
이는 환대의 정신을 잃어가고, 어떤 경우 관공서 민원창구 직원과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사무적인 교회기관 종사자들 태도를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교황은 오늘날 본당 신부로 살아가는 것은 매우 힘들다면서도 “그러나 주님은 우리가 좀 지치더라도 쉬지 말고 봉사하라고 요청하신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성당에서 목격한 장면을 언급했다.
“젊은 커플이 찾아와 ‘여기서 혼인성사를 올리고 싶은데…’라고 말하자, 직원이 ‘예, 가격표 여기 있어요’라고 응대하더군요. 이런 대응과 사고방식은 본당에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교황의 이 지적은 거룩한 혼인성사가 거행되는 성당에서 성사 준비나 축복에 앞서 결혼식 비용 얘기부터 꺼내는 현실을 비판한 것이다. 일부 사례라 하더라도, 예비부부를 많이 상대하는 혼인성사 명소 성당에서는 주의 깊게 들어야 할 대목이다.
교황은 이날 대화에서 성(性) 정체성 혼란을 조장하는 공교육도 비판했다. 교황은 “오늘날 어린이들은 교실에서 자신의 성을 선택할 수 있다는 말을 듣는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발행되는 교과서가 아이들에게 그렇게 가르친다. 이건 영향력 큰 국가들(성 개방 풍조가 만연한 서방국가)에 의한 이데올로기의 식민지화”라고 말했다.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이 언젠가 ‘이 시대는 창조주를 거스르는 죄악의 시대’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 말씀은 백번 옳다”며 “하느님은 남자와 여자를 창조했으나 우리는 정반대로 행동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또한 교황은 예수 그리스도를 배제한 주관적 영성, 이른바 영지주의(靈知主義)도 세속주의만큼이나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노시스’(gnosis)라고 일컬어지는 영지주의는 믿음보다는 자신에 대한 참된 인식이 구원을 가져온다는 사상이다. 그리스 철학에서 발원해 동방교회의 이원론을 흡수한 이 사상은 결과적으로 그리스도의 강생 신비를 부인해 초기 교회에서 이단으로 단죄됐다.
‘영적 세속화’ 우려
“우리는 영지주의적 영성이라는 또 다른 위험에 직면해 있습니다. 요한 사도도 이 영적 세속화를 꾸짖으셨습니다. 세속주의와 관련해 가장 심각한 문제는 비그리스도화입니다. 하느님의 외아들 그리스도를 배제한 채 ‘기도하고, 느낀다’고 말합니다. 그걸로 끝입니다.”
교황은 “이런 영적 세속성은 교회를 ‘고아’로 만들어 버린다”고 했다. 여기에는 ‘하느님 없는 영성’을 부추기는 신흥 종교운동에 대한 경계 의미도 담겨 있다고 봐야 한다.
영성의 세속화에 대한 교황 우려는 처음이 아니다. 첫 권고 「복음의 기쁨」(2013)에서도 “(영지주의의 매력은) 특정한 경험이나 사상이나 정보에만 관심을 두고 이로써 위로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여기지만, 결국 자신의 생각과 감정에 갇혀 버리고 말게 한다”(94항)고 말한 바 있다. 김원철 기자 wcki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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