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 (금)
(백) 부활 제4주간 금요일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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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2주간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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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21-04-16 ㅣ No.146132

동료신부님들과 대화를 하면서 땜빵사목을 주제로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본당 사목은 톱니바퀴처럼 빈틈없이 진행됩니다. 그러나 사제는 가끔 피정도 가야하고, 휴가도 가야하고, 아프면 입원도 해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피로와 갈등 때문에 쉬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면 대신할 사제를 찾아야 합니다. 교구에서 그런 문제까지는 해결해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며칠은 문제가 없지만 한동안 자리를 비워야할 때면 어려움이 생깁니다. 사제를 구하기도 쉽지 않고, 걱정도 되기 때문입니다. 자동차에 있는 스페어타이어처럼 항상 준비가 되어있는 사제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랜 사목 경험이 있고, 고백성사를 성심껏 주고, 강론도 잘하는 사제입니다. 911에 전화를 하면 급한 문제를 해결해 주듯이 교구에 연락하면 땜빵사제를 보내 주는 것입니다.

 

거리사목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학생들이 많이 모이는 카페나 식당에 사제가 머물 장소를 마련합니다. 오랫동안 학생사목을 했던 사제면 좋습니다. 학생들을 사랑하는 열정이 있으면 더욱 좋습니다. 풍부한 경험과 열정으로 학생들이 오는 길목에서 기다리는 것입니다. 사제는 카페나 식당에서 책을 읽어도 좋고, 강의를 해도 좋습니다. 일주일에 한번 미사를 해도 좋습니다. 자연스럽게 학생들의 고민, 아픔, 희망을 들어줍니다. 고백성사를 원하면 즉석에서 성사를 줍니다. 책을 소개해 주기도 하고, 같이 여행을 갈 수도 있습니다. 본당에 청년이 없다고 합니다. 그곳에서 청년을 기다리기보다는 청년들이 많이 모이는 곳으로 찾아가는 것도 방법입니다. 낚시를 할 때도 그렇습니다. 몇 시간을 기다려도 고기를 잡지 못하면 장소를 옮기는 것도 지혜로운 방법입니다. ‘땜빵사목과 거리사목을 시도한다면 인사적체로 힘든 교구에 숨구멍이 생길 것 같습니다.

 

평화신문미주지사에 있으면서 본의 아니게 땜빵사목을 하고 있습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작년부터 시작되어 아직도 발목을 잡고 있는 코로나19의 영향입니다. 저의 주된 업무는 현장을 찾아가는 홍보입니다. 그런데 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주말에 사무실이 쉬기 때문입니다. 주변에 있는 한인 성당의 사제가 몸이 아파서 한국으로 돌아갔고, 후임자가 오지 않았습니다. 처음에 3개월만 도와주기로 했는데 어느덧 7개월이 넘었습니다. 비자문제 때문에 한국을 방문하는 본당의 주일 미사도 도와주었습니다. 병자성사, 장례미사, 혼인성사, 세례성사도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나누었던 땜빵사목을 여지없이 이곳 뉴욕에서 하고 있습니다. 부르클린과 롱아일랜드에서 주일미사를 집전하고, 오후에는 강의를 한 적도 있습니다. 점심은 차 안에서 샌드위치를 먹었습니다. 땜빵사목도 체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오늘 사도들은 땜빵사목을 할 수 있는 부제들을 선발했습니다. 교회 공동체가 커지면서 사도들이 해야 할 일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사도들에게는 예수님께서 맡겨주신 사명이 있었습니다. 복음을 선포하는 일, 마귀를 쫓아내는 일, 병자를 치유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공동체가 커지면서 사도들이 해야 할 일이 늘어났습니다. 조직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업무입니다. 음식을 나누고, 재산을 관리하고, 공동체를 돌보는 일입니다. 사도들은 그런 일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공동체는 조직의 관리와 운영도 필요합니다. 그래서 사도들은 협조자인 부제들을 선발하였습니다. 생각해보니 땜빵사목과 거리사목은 오랜 역사와 전통이 있었습니다. 교구가 공동체를 조직하고, 운영하는 사목의 주체라면 수도회는 교구에서 생각하지 못하는 교우들의 어려움을 들어주었습니다. 대부분의 수도회는 재속회를 두고 있습니다. 재속회는 수도회의 후원자들의 모임이기도 하지만, 영적으로 목말라하는 교우들의 모임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말씀을 제쳐 놓고 식탁 봉사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형제 여러분, 여러분 가운데에서 평판이 좋고 성령과 지혜가 충만한 사람 일곱을 찾아내십시오. 하느님의 말씀은 더욱 자라나, 예루살렘 제자들의 수가 크게 늘어나고 사제들의 큰 무리도 믿음을 받아들였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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