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
(백) 부활 제3주간 토요일(장애인의 날)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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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3주간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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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22-05-06 ㅣ No.154908

팬데믹 기간에 신부님들과 함께 자전거를 마련했습니다. 처음에는 시간도 많고, 같이 다닐 기회가 많아서 자주 자전거 모임을 가졌습니다. 일상으로 돌아오고, 모임을 주도하던 신부님이 임기를 마치고 한국으로 가면서 자전거 모임이 뜸해졌습니다. 자전거를 타려면 헬멧, 장갑, 물병과 같이 챙겨야 할 것도 있습니다. 자전거에 대한 흥미가 적기 때문에, 자전거 타는 맛을 아직 잘 모르기 때문에 자전거는 지하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제 부활과 함께 봄이 찾아왔으니 다시 자전거를 타보려고 합니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시작은 하였지만 끝을 보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른 것들에 시간을 빼앗기기도 하고, 흥미를 덜 느끼기 때문입니다.

 

이민사회에서 신앙생활 하는 분들을 봅니다. 대부분은 바쁜 가운데에서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청년들이 신앙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봅니다. 학생 때는 복사도하고, 한국학교에도 나오고, 신앙생활을 합니다. 대학에 가면서 언어에 따른 불편을 겪게 됩니다. 한국성당에 나오지 않고, 미국성당에도 나가지 않으면서 신앙생활과 멀어지는 경우를 보았습니다. 봉사와 직책을 맡으면서 열심히 다니지만 직책을 내려놓으면서 신앙생활과 멀어지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본당 신부님의 사목방침에 대한 갈등으로 신앙생활과 멀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멀리 이사를 가면서 자리를 잡지만 신앙생활과 멀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늘 말씀하셨던 것처럼 믿음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사람들이 예수님의 곁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사람들이 예수님 겉에 모인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물을 포도주로 만들고, 병자들을 고쳐주고, 배고픈 사람들이 풍족하게 먹을 수 있도록 표징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에서 새로운 권위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예수님에게서 희망을 보았습니다. 건강과 물질적인 풍요로움에 대한 희망입니다. 로마의 식민통치를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다른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희생과 봉사 그리고 겸손과 나눔을 이야기하셨습니다. 하느님의 아들은 사람들 손에 넘겨져 죽어야 한다고 이야기하셨습니다. 복음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은 행복하다고 하셨습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어야만 많은 열매를 맺는다고 하셨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에 실망한 사람들은 예수님의 곁을 떠났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도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도 떠나고 싶으냐?” 시몬 베드로가 예수님께 대답하였습니다. “주님,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스승님께서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라고 저희는 믿어 왔고 또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주님의 말씀을 충실히 따랐던 베드로는, 비록 주님을 배반하고 무서워 떨었지만, 다시금 주님의 사랑을 받았던 베드로 사도는 오늘 제1독서에서 예수님께서 하셨던 일을 훌륭하게 하고 있습니다. ‘환자들을 치유하고, 죽은 사람까지 살려냈습니다.’ 그리고 베드로 사도는 그 모든 영광을 예수님께 돌립니다.

 

동창 신부님 중에는 상설고해 사제를 신청한 친구가 있습니다. 상처 입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주고 싶다고 합니다. 본당 신부를 해 보았기 때문에 후배들을 위해서 자리를 양보하고 싶다고 합니다. 오랜 시간을 보좌신부로 있어야 하는 후배들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마음으로 내린 결정입니다. 이 또한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주님을 떠나지 않으려는 결정인 것 같아서 보기 좋았습니다. 20년 가까이 도시빈민 사목을 하는 동창들이 있습니다. 사제가 가야 할 곳이 어디인지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 중에 가장 가난한 이들에게 해 준 것이, 가장 아픈 이들에게 해 준 것이, 가장 헐벗은 이들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입니다.’ 때로 힘들고, 때로 외롭고, 때로 거친 삶을 살아가는 동창들 역시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주님을 떠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몸은 교계제도에 있지만 마음은 세상의 것들을 따르려 한다면 이미 주님을 떠나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어두운 곳에서 양분을 찾는 뿌리의 삶을 외면하고,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한 꽃의 삶을 추구한다면 역시 주님을 떠나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험난함이 내 삶의 거름이 되어, 알찬 열매를 맺을 수 있다면, 지금 당장 꽃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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