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화)
(녹)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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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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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희 [corenelia] 쪽지 캡슐

2024-06-29 ㅣ No.173767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마태 16,13-19 “스승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

 

 

 

 

오늘 우리 교회는 베드로와 바오로 사도 축일을 함께 지냅니다. 여기서 한가지 의아한 점이 생깁니다. 보통 축일을 함께 기념하는 것은 그 성인들이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거나 혹은 그들의 삶에서 공통적인 덕행이 드러나는 경우인데, 베드로와 바오로 두 사도 모두 다른 성인들과의 연결고리가 더 커보이기 때문입니다. 베드로의 경우 주님과 함께하는 중요한 순간마다 야고보, 요한과 함께 있었으니 그들과 함께 축일을 지내는게 더 적당해보이고, 바오로 역시 함께 선교여행을 다닌 마르코나 바르나바와 함께 축일을 지내는게 더 의미있어 보이는 겁니다. 그럼에도 베드로와 바오로 사도의 축일을 함께 지내는 것은 그분들이 교회를 지탱하는 두 ‘기둥’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감사송에서 언급하는 것처럼 베드로는 유대인들에게 복음을 전하여 첫 교회를 세웠고, 바오로는 이민족들에게 복음을 전하여 교회라는 공동체를 보다 넓게 확장하는 역할을 하신 겁니다. 그런 두 분의 역할 덕분에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믿고 따르는 믿음의 공동체는 그 뿌리가 깊고 넓게 뻗어 튼튼하게 성장할 수 있었지요.

 

오늘 전례의 독서와 복음에서는 그런 두 성인의 특징적인 모습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먼저 베드로 사도는 ‘예수님께서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라는 굳은 믿음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 믿음 덕분에 인간적인 나약함과 부족함으로 여러 차례 흔들릴 지언정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주님을 배신하기도 했지만, 자기 잘못을 뉘우치고 회개하여 주님께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주님께서는 그런 그의 믿음을 보시고 그에게 ‘하늘나라의 열쇠’를 맡기십니다. 자신이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이고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리는, 엄청난 권한이면서 동시에 의무인 ‘용서’라는 소명을 맡기신 겁니다. 그 소명을 충실히 잘 실천한다면 나를 하느님 나라로 이끄는 ‘구원의 열쇠’가 될 것입니다. 그것이 베드로 사도의 축일을 기념하는 의미입니다. 주님께 대한 올바르고 굳건한 믿음을 지니고 용서와 사랑을 실천한다면, 세속의 유혹 앞에 흔들리더라도 넘어지지 않고 구원의 여정을 끝까지 잘 걸을 수 있으리라 희망하며 베드로 사도에게 전구를 청하는 것이지요.

 

한편 바오로 사도는 마음 속에 신앙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 열정이 유다교를 향하고 있을 때에는 그리스도교 신자들을 핍박하는 일에 앞장서기도 했지만, 부활하신 주님과의 만남을 통해 ‘회심’한 이후, 신앙적 열정이 예수 그리스도와 교회 공동체를 향하게 되었고 그 열정으로 ‘이방인 지역 선교’라는 어렵고 힘든 소임을 기꺼이 떠맡았지요. 그는 타협을 모르는 강직한 성품 덕분에 재물과 권력의 유혹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주님의 길을 걸을 수 있었고, 매 순간 후회를 남기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성실한 자세 덕분에 주님께서 그를 통해 놀라운 일들을 이루실 수 있었습니다. 바오로 사도 스스로가 그런 자기 삶을 돌아보며 “나는 훌륭히 싸웠고 달릴 길을 다 달렸으며 믿음을 지켰습니다. 이제는 의로움의 화관이 나를 위하여 마련되어 있습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정도이지요. 그것이 바오로 사도의 축일을 기념하는 의미입니다. 신앙생활을 하면서 적당히 대충 넘어갈 생각 말고, 매 순간 주님의 뜻을 따르는 일에 최선을 다함으로써 종말의 순간이 언제 찾아오든 당당하게 맞을 수 있기를 희망하며 바오로 사도에게 전구를 청하는 겁니다.

 

베드로와 바오로. 그들의 인간적 면모는 부족하고 약하지만, 주님의 은총이 함께할 때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또한 그들은 아픈 과거 덕분에 더 큰 사람이 되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하느님 뜻 안에 머무르고자, 어려움 중에도 희망을 간직하고자 노력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자신의 부족함과 약함 때문에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주님은 그럼에도불구하고 당신을 따르기 위해 노력하는 우리를 어여삐 여기실 뿐 아니라, 우리를 통해 당신의 놀라운 일을 이루시리라는 믿음을 지녀야겠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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