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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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30주간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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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희 [corenelia] 쪽지 캡슐

2024-10-31 ㅣ No.177221

[연중 제30주간 목요일] 루카 13,31-35 “오늘도 내일도 그다음 날도 내 길을 계속 가야 한다.“

 

 

 

 

오늘 복음을 보면 바리사이 몇 사람이 예수님을 찾아와 '헤로데가 선생님을 죽이려고 하니 어서 피하라'고 알려줍니다. 예수님으로부터 "그들은 말만 하고 실행하지는 않는다"며 '위선자'라고 비난받던 그들이, 그래서 예수님께 독한 앙심을 품고 복수의 기회만 엿보던 그들이 왜 갑자기 돌변하여 예수님의 안위를 챙기는지 그 이유가 궁금해지지요. 그들이 예수님께 그런 말을 전한 의도는 단순히 예수님을 아끼고 보호하려는 '호의'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보다는 예수님이 헤로데의 위협에 겁을 먹고 예루살렘에서 떠나주기를 바라는 마음, 그렇게하여 자신들의 종교적 기득권을 지키고자 하는 욕심에서 비롯된 행동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그런 그들과 헤로데 사이에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에 두 세력이 손을 잡았을 것입니다. 헤로데에게도 예수님의 전도활동이 골칫거리였습니다. 그는 예수님께서 군중들을 선동하여 로마에 저항하는 소요사태를 일으킬까봐 두려워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그 지역을 통치하는 자신이 책임을 져야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태가 더 악화되면 겨우 붙잡고 있는 '영주'자리 마저 빼앗기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그런 의도를 겉으로 드러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군중이 두려워 세례자 요한을 처형하지 못하고 감옥에 가두기만 했던 것처럼, 예수님을 함부로 건드렸다가는 군중들의 분노를 살까봐 두려웠던 겁니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방법이 바리사이들을 이용하여 자신이 예수님을 죽이려고 한다는 소문을 흘려 겁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백성들의 민심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예수님 일행을 예루살렘에서 쫓아내려는, '손 안대고 코 풀려는' 교활하고 비열한 책략이었지요. 예수님은 그런 헤로데의 간교한 의도를 알아채시고 그를 '여우'라고 비난하십니다. 그리고는 그 어떤 고통이나 시련, 협박이나 박해에도 굴하지 않고 사람들을 구원으로 이끄는 '십자가의 길'을 끝까지 걸으시겠다고 당당하게, 그리고 단호하게 선포하십니다.

 

그런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그리스도인이라면 그분처럼 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걸으신 올바른 길을 따라걸으며 '예' 할 것은 용기있게 '예'하며 따르고, '아니오' 할 것은 단호하게 '아니오'하며 물리칠 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 용기와 단호함이 우리를 죄와 악의 유혹에서 지켜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교회 안에서 그러지 못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됩니다. 주님의 뜻을 따르는 것이 귀찮고 싫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그분의 뜻을 어기는 '나쁜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아서 다른 사람이, 특히 사목자가 대신 결정해주기를 은근히 바라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선택과 결정을 남에게 떠넘기는 수동적인 모습으로는, 구원에 이르는 것보다 힘들고 괴로운 일을 피하는 데에 더 신경을 쓰는 세속적인 모습으로는 제대로 된 신앙생활을 할 수 없는 법입니다. 신앙생활은 ‘오늘도 내일도 그 다음 날도 주님의 뒤를 따라 내가 걸어야 할 용서의 길, 사랑의 길, 의로움의 길을 꾸준히 걷는 일’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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