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눈에 보이는 대로
부산은 대한민국에서 대표적인 항구도시이다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역사를 같이 하며 큰 도시이기도 하다
나는 그 부산에 어렸을 적, 아홉살 때 쯤에 내려가서 살게 되었다
기나 긴 서울발 부산행 완행열차, 굽이굽이, 거의 지나는 모든 역에 정차하며 가다 서다를 반복해 그 끝에 바다를 등진 부산에 도착했다
부산진구 당감동, 개금 옆에 위치한 폭포수라 불리는 골짜기 밑에 오로지 살기 위해 지어댄 쓸레트 지붕을 얹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동네였다
가정사를 일일이 까발리듯 밝힐 수는 없지만 당시 부친은 나의 친모와 헤어져 계모(새 엄마)와 살고 있었고 나를 그 집에서 키우려 데려간 것이었다
대강 그런 가정형편이었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 5평도 안되는 비좁은 단칸방에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한 아줌마와 애들 둘이 앉아 있었다
앞으로 함께 살 새 식구들이었다
당시 쌍팔년도 당감동은 고무공장(신발공장)들이 많았다
나는 부업을 많이 했던 계모를 도와 어릴 때, 고무 슬리퍼를 다듬는 노동도 해 봤다
부업이라는 게 다들 그렇지만 그 살림살이 형편에 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일들이었다
세상은 우리의 삶을 그렇게 몰아간다
무엇이 보이는가
한 사람의 삶이 좀 보이는가
나의 부친이 보이는가
계모가 보이는가
부산이 보이는가
당감동이 보이는가
한 가족이 사는 모습과 그 동네가 보이는가
복음서를 보면 예수님이 눈을 빌어 무언가를 표현한 내용들이 자주 보인다
대표적으로 눈을 통한 내적 상태를 한 번 거론하고 눈 먼 것들의 파국에 대해 또 한 번 거론한다
그리고 기적의 대상 가운데에는 눈 먼 이들이 많다
눈으로 볼 수 없는 세상을 산다는 것, 암흑천지라는 말로 다 대변이 될까
눈이 제 기능을 잃으면 몸은 세상의 거의 모든 것을 더듬는다
그리고 기듯이 기어가는 모양새,
눈을 대체할 다른 감각이란 몸에는 없다
앉으면 끝나는 자리
이 세상에서 사람을 앉히는 모든 자리는 대체로 일을 하라고 만든 자리이다
그 자리에서 퍼지거나 눌러 앉거나 차지하기만 하면 내 자리다 하고 지 마음대로 다하도록 놔두는 자리란 없다
국가와 연관된 자리는 감사원에다 공수처에다 그 감시와 사정의 눈길을 피할 데라고는 없는 자리들이다
단, 그 권력기관들이 다 한 통속일 때, 지들끼리 눈 가리고 아웅하며 해 쳐 먹을 건 다 해쳐 먹을 때, 지들끼리 끌어주고 밀어주고 연줄에 연줄로 감아 놓을 때만 빼고는 원래부터 제 역할과 제 기능이 특정된 자리들이다
마치 몸의 눈과 귀, 심장과 허파, 간과 콩팥, 팔과 다리처럼 말이다
제 역할과 제 기능을 반드시 다해야만 몸은 살도록 만들어졌다
별 탈 없이, 별 무리 없이, 별 문제 없이 말이다
자신의 눈에는 뭐가 그리 보이는가
부모의 눈에 자식이 들어오지 않으면 그 부모들이 자식들을 위한 삶을 부모로서 산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오죽하면 눈에 밟힌다라는 말이 있을까
그래서 지나치지 못하고, 언제나 그 관심을 놓지 못하는
박정희는 그리 위대한 위인은 아니다
허물과 잘못이 많았던 사람이다
그렁에도 박정희는 한 국가의 지도자로서 그리 나쁜 평가만을 받는 위인도 아니다
그런 데에는 아마도 이런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다
박정희는 1960년대 쿠데타로 정권을 잡았다
그 당시 민간인 정치인들, 문민정권은 혼란 속에 휩싸여 있었다
동족상잔의 전쟁까지 치른 북한과의 냉전은 언제나 위험한 대치국면에 있었고, 남한의 정치적 상황은 여러 난제들에 놓여 있으면서 그 어떤 바람직한 정립도, 확립도, 구현도, 실현도 보이지 않는 난감한 상황들에 계속 직면해 있었다
특히나 민주주의의 초보자들이 그 위대한 역사를 이 땅에, 대한민국에 이루기에는 한참이나 부족했고 그 갈 길이 멀었다
그때 박정희가 칼을 들고 나선 것이다
박정희의 눈에 보였을 국가, 대한민국, 그리고 국민들, 대한민국 사람들, 거기서부터 아마도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역사가 시작되었지 않나 싶다
여러 모로 불리한 전제와 조건 속에서, 때론 울며 겨자 먹기 식의, 아직도 역사적 분쟁 아닌 분쟁으로 남겨둔, 일본과의 청구권 협상과 타결?, 그 속에서 어떻든 경제발전만이라도 일구어 내야 했을 박정희의 경제발전에 대한 의지는 그렇게 박정희가 본 국가와 국민들에 대한 의지와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게 아마도 지구상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과 비슷한 처지를 겪었던 거의 대부분의 제 3세계 국가들과는 차원이 다른 현재의 대한민국이 있도록 한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싶다
아직도 호불호가 많이 갈리지만 언제나 평가는 그 사실성을 기초로 두고 해야 하지 않을까
거의 모든 게 전무한 상태와 상황 속에서 한강의 기적이라 불린, 독일의 라인강의 기적에 필적할 만한 경제발전의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것이다
서강대 서강학파, 포항제철, 경부고속도로, 부산항, 계속 추진한 경제발전 5개년 계획들, 새마을 운동 등, 그리고, 삼성과 현대 등 굴지의 대기업들이 세계 초일류 대기업들로 성장하는데 그 밑거름을 놓았던 것이다
이 지구상, 어디에서, 어떤 제 3세계 국가가 그 많은 일들을 해 내어 그 위대한 역사를 일구어 냈을까
전두환, 노태우 12. 12. 평화의 땜 사기사건,
부정축재, 선거부정, 군부독재 1987, 직선제
김영삼 금융실명제, IMF
김대중 노벨평화상
노무현 논두렁 시계 사건, 투신자살
이명박 BBK사기사건, 4대강 파괴사업,
해외자원개발사기 프로젝트
박근혜 비선 일탈, 패륜, 탄핵당함
문재인 온갖 인사문제, 대북정책 실패, 부동산
파국, 전염병 창궐
윤석열 비상계엄 미수, 실형?, 탄핵?, 퇴진?
위에 열거한 인물들은 대한민국 최고의 지도자 자리에 앉아서 박정희만큼의 역사를 쓰지도 못했고 그 역사적 과업이나 성과가 거의 전무한 인간들이다
이들의 눈에는 과연 뭐가 보였을까
대한민국이라는국가가 보였을까
아니 대한민국을 보려고 노력하고, 대한민국의 희망과 바람직한 전망이 무엇인지 보려고 했을까
대한민국의 그 많은 실상과 처한 현실, 세계 속에 자리한 대한민국의 실체적 모습들을 보려고 했을까,
보였을까
대한민국 국민들이 보였을까
그 고단하고 힘든 삶들이, 그 삶에 산적한 숱한 삶의 문제들이, 그렇게 많이들 자살하고, 그렇게 많이들 삶의 현장, 일터에서 죽어나가는 국민들이 보였을까
보려고 했을까
빈부격차 속에서, 온갖 입시비리와 사학비리, 아직도 로드맵이 보이지 않는, 백년대계라는 교육정책의 근본적인 문제들, 고액의 사교육비로 허리가 휠대로 휜, 가정파탄까지 몰고오는 사교육들의 심각한 문제들, 대치동의 그 명암이 아닌 암흑천지의 거리들이, 과연 국민들을 어디로 끌고 가고, 대한민국에서 어디로 몰고 가는지 그게 다 보였을까
사람은 눈이 멀 때, 이미 그 삶은 끝장나고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너의 눈이 어두우면 그 속은 얼마나 어둡겠는가
눈 먼 이들이 눈 먼 이들을 이끌면 둘 다 구덩이에 빠진다
예수님의 눈에는 실제로 자신의 양들이 보였다고 한다
세상에 시달리고 허덕이며 세상에서 무거운 짐을 지고 수고하며, 고생하는, 그러면서도 어디가서 쉴 곳도 없고, 안식을 누리지도 못하는, 그렇게 가련하고 가엾은, 안타깝고 안스러운, 그렇게 가슴을 아프게 하고, 눈물이 고이게 하는, 자신의 양들이 말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자신이 져야 할 십자가를 포기할 수 없었고, 그 고통스런 십자가의 죽음까지도 자신의 양들에 대한 깊고 참된 사랑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좋은 사람이라면 그 의로움만이라도 제 자리, 제 삶, 제 일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 몫이 크든 작든, 그 사명이 크든 작든 말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