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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4주간 화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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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4주간 화요일] 요한 5,1-16 "일어나 네 들것을 들고 걸어가거라.”
오늘 제1독서에서 에제키엘 예언자는 환시를 통해 하느님의 집 오른편에서 흘러나오는 강물이 죽어가는 바다를 되살아나게 하고 그 물이 영향을 미치는 곳마다 수많은 생명들이 움터나온다는 설명을 듣습니다. 여기서 물은 단순한 액체가 아니라, 하느님의 집에서, 그분을 믿고 따르며 찬미하는 이들의 입을 통해 퍼져나가는 그분 말씀을 가리키지요. 그 말씀을 받아들이고 따르면 그것이 나에게 희망을 주고 살게하는 원동력이 된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그런 하느님 말씀을 전하는 예언자로써의 소명에 최선을 다하라는 겁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그런 예언자의 소명에로 불리움 받은 사람이 등장합니다. 바로 벳자타 연못 주변에서 38년이라는 긴 시간을 누워지낸 병자입니다. 요한 복음사가는 그가 정확히 어떻게, 얼마나 아픈지 그 병세를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오랜 시간 동안 질병으로 고통받아왔다고, 그래서 벳자타 연못가에 누운 채로 지내왔다고 언급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 이유는 벳자타 연못에 관한 전설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벳자타 연못은 가끔 그 안에서 용천수가 솟으며 물이 출렁거렸는데, 사람들은 천사가 내려와 연못물을 휘저어서 그렇게 되는 거라고, 천사의 손이 닿아 거룩해진 그 물에 가장 먼저 몸을 담그면 어떤 병이든 씻은 듯이 낫게된다고 생각했지요. 오늘 복음에 나오는 병자도 그 소문을 듣고 병에서 나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으로 연못 주변에 머무르며 때를 기다리고 있었던 겁니다.
그러나 그 기회를 붙잡기란 너무나 어려웠습니다. 물이 출렁거리는 순간 수많은 이들이 연못으로 몰려들다보니 거동이 불편했던 그는 이리 밀리고 저리 치이는 신세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정신을 차려보면 이미 물이 잔잔해진 뒤였지요. 그렇게 ‘언젠가는 나에게도 기회가 오겠지’라는 희망고문 속에 버틴 시간이 어느 덧 38년이나 되었습니다. 계속되는 실패와 절망으로 인해 이제 그의 마음에는 어떤 희망도 믿음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자포자기한 상태로 그런 자기 처지를 받아들이고는 연못을 찾아오는 이들에게 적선이나 받으며 근근이 살아가는 신세가 된 겁니다. 그래서인지 “건강해지고 싶으냐?”는 예수님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지 못하고 말을 빙빙 돌립니다. 물이 출렁거릴 때에 다들 그 물에 본인 먼저 들어갈 생각만 할 뿐 불쌍한 자신을 연못 속에 넣어주는 이는 아무도 없다고, 그러니 그런 가련한 처지에 있는 자신이 먹고 살 수 있게 적선이나 좀 해달라는 것이지요.
그런 그에게 예수님께서 단호한 어조로 말씀하십니다. “일어나 네 들것을 들고 걸어가거라.” 예수님은 그가 바라는 세속적인 도움을 주지 않으십니다. 불완전하고 일시적인 도움으로는 그를 변화시킬 수 없음을 아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의 몸이 건강해지게 만드십니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했으니, 그의 몸이 건강해지면 남에게 의존하려는 나약한 마음에서 벗어나 자기 삶을 보다 주도적으로 의미있게 살 거라 기대하셨던 겁니다. 즉 그가 홀로서기를 통해 새로운 삶을 살도록 일으켜 세우신 것이지요. 주님으로부터 그런 큰 은혜를 입었다면, 그는 ‘일어나 네 들것을 들고 걸어가라’는 그분 말씀을 마음 깊이 새기며 말과 행동으로 주님의 사랑과 자비를 증거하는 삶을 살았어야 했습니다. 그가 누워있던 ‘들것’이, 그에게는 슬픔과 절망 그 자체였던 물건이 그것을 보는 이들을 하느님께 대한 참된 믿음과 희망으로 이끄는 ‘표징’이 되게 만들어야만 했습니다. 예수님은 그러라고 그에게 은총의 강물을 흘려보내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는 예수님의 바람과 뜻을 저버리고는 그분을 반대자들에게 고자질하고 맙니다. 지금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습니까? 주님께 받은 은총의 힘으로 믿음을 증거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까? 세속이 주는 편안함과 안락함 속에 안주하며 회개하기를 거부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그러다가는 나중에 하느님 나라에서 주님을 뵐 면목이 없지 않을까요?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