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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마티아 사도 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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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성 마티아 사도 축일입니다. 마티아 사도는 열두 사도 중 유다가 빠진 자리를 대신하여 사도로 뽑힌 인물입니다. 그는 예수님의 부활과 승천을 체험한 제자이며, 사도로서 복음을 전하는 사명을 받았습니다. 2025년 성삼일 전례에서 부주임 신부님께서 성목요일과 파스카 성야 미사를 주례하였고, 저는 성금요일 전례를 맡았습니다. 부주임 신부님은 전례의 핵심을 잘 설명해 주셨습니다. 성 목요일에는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시는 예수님의 사랑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냄새나는 발을 씻겨 주시는 예수님, 노예가 하는 일을 해 주시는 예수님의 사랑을 배우자고 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식사를 마치신 후에 다시금 겟세마니 동산으로 나가십니다. 그런 의미로 주님께서 안 계시니 감실을 비우고, 수난 감실로 옮긴다고 하였습니다.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당부하셨던 것처럼 우리도 깨어서 기도하자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파스카 성야에서는 빛의 예식, 부활 찬송, 말씀의 전례, 세례식, 성찬의 전례의 의미를 설명해 주었습니다. 핵심은 어둠이 점차 밝아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주님의 부활은 빛으로, 부활 찬송으로, 말씀의 전례로, 세례를 통해서 우리에게 다가온다고 하였습니다. 마치 바오로 사도가 ‘지금은 희미하게 보이지만 그날이 오면 모든 것이 확실하게 보일 것입니다.’라고 했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이러한 설명을 들으며 저는 오늘 성 마티아 사도 축일 복음을 다시 묵상하게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았다.” 이 말씀을 통해 우리가 하느님의 계획 안에 선택된 존재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게 됩니다. 마티아 사도는 사람들의 손에 의해 제비로 뽑힌 것처럼 보이지만, 그 선택안에는 하느님의 손길이 있었습니다. 철학자 파스칼은 인간을 “생각하는 갈대”라고 표현했습니다. 연약하지만 의미를 추구하는 존재, 바로 우리입니다. 우리는 때때로 내 삶이 왜 이 자리에 있는지, 이 만남은 우연인지 필연인지 묻게 됩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우리가 묻기 전에 이미 우리를 부르셨고, 길을 묻기 전에 우리 삶의 길이 되어 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더 이상 종이라 부르지 않고 친구라 부르셨습니다. 종은 주인의 뜻을 모르지만, 친구는 함께 머물고, 나누고, 걸어가는 존재입니다. 예전에 박도식 신부님께서 ‘무엇 하는 사람들인가?’라는 제목으로 교리서를 출판하였습니다. 영적으로 메마른 현대인에게 가뭄의 단비와 같은 책이었습니다. 신앙인들에게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지를 알려 주는 이정표와 같은 책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은 과거와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은 지금 이곳에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 주는 것입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고 하셨습니다. 옳은 일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은 하느님을 볼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자비를 베푸는 사람은 하느님의 자녀가 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온유한 사람은 하느님의 나라를 얻을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예수님 때문에 복음 때문에 박해를 받으면 행복하다고 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 함께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이 나의 계명이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 너희가 가서 열매를 맺어 너희의 그 열매가 언제나 남아 있게 하려는 것이다.” 성목요일 전례에서 발을 씻으신 예수님은 우리에게 친구로 다가오셨습니다. 그 사랑이야말로 참된 계명입니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마티아처럼 우리도 선택받았고, 파견되었습니다. “가서 열매를 맺어라. 너희의 열매는 길이 남으리라.” 이 말씀은 우리가 사랑의 열매를 맺는 사도적 삶을 살아가야 함을 일깨워줍니다. 빅터 프랭클은 말했습니다. “사람은 삶이 자기에게 무엇을 주었는가보다, 자기 삶이 세상에 무엇을 주었는가를 묻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하느님께 받은 선택의 은총을 세상에 열매로 드러내야 합니다. 오늘 우리는 다시금 확인합니다. 우리는 제비로 선택된 마티아처럼, 눈에 띄지 않아도 분명히 하느님의 뜻 안에 선택된 사람들입니다. 종이 아닌 친구로, 어둠이 아닌 빛으로, 내가 주인공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이끄시는 사도의 길을 함께 걸어가면 좋겠습니다. “이것이 나의 계명이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