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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철 프란치스코신부님진리의 성령 “성령은 교회의 살아 있는 기억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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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5.28.부활 제6주간 수요일
사도17,15.22-18,1 요한16,12-15
진리의 성령 “성령은 교회의 살아 있는 기억이자 사랑의 멘토이다”
"의인에게는 빛이 솟아 오르고, 마음 바른 이에게는 기쁨이 솟나이다."(시편97,11)
어제에 이어 오늘도 강조하고 싶은 성령입니다. 우리의 희망이자 미래인 성령입니다. 참으로 성령에 따라 성령의 사람으로 살아야 함을 배웁니다. 옛 현자의 충고도 좋은 깨우침이 됩니다. 침묵보다 더 힘든 것이 말 잘하는 것입니다.
“지나치게 많은 말은 그것이 아무리 좋은 뜻이라도 사람들 사이를 해친다. 허물을 지적하는 말은 나의 잘못을 고백하듯 조심스럽게 해야 겨우 상대에게 닿는다.”<다산> “임금에게 자주 간언하면 치욕을 당하고, 친구에게 자주 충고하면 사이가 멀어진다.”<논어> 이런 말 잘하는 분별의 지혜도 성령의 은총임을 깨닫습니다. 성령께 귀기울이는 삶이 참 절실합니다.
레오14세 교황의 인품도 대하면 대할수록 매력적입니다. 경청과 겸손, 기도와 성령의 사람이 레오 교황입니다. 지난 5월23일 유럽주교단을 접견했을 때 어느 주교의 감탄과 더불어 교황님 말씀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레오 교황과의 접견은 실로 놀라운 선물이자 영감이었다. 교황은 말하기 보다 듣기를 즐겨하셨다.” 교황님이 대화에 앞서 이들에게 주신 말씀입니다. “나는 많은 대답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나는 당신들의 말을 듣고 싶습니다.” 그리고 교황은 한분 한분의 말에 주의를 다하여 경청했습니다.
성모성월 5월, 성가 244장도 아름답지만 245장도 아름답습니다. 어제 미사후 퇴장성가중 245장 1절이 참 감미로웠습니다.
“맑은 하늘 오월은 성모님의 달, 촛불들고 모여와서 찬미드리세. 마리아 우리 어머니 이 맑고 푸른 계절에, 하늘같은 주의 사랑 우리에게 주소서.”
성령의 사람, 마리아 성모님입니다. 힘들고 어려운 시절일수록 성모신심을 깊이해야 하겠습니다. 지난 5월25일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이 묻힌 성모경당 지하묘소를 찾았던 레오 교황의 “마리아에 대한 우리의 신심을 새로이 합시다.”라는 강론중 프란치스코 교황의 무덤 앞에서 그분께 감사하는 고백도 참 아름다웠습니다.
“여기 계신 당신께 감사드립니다! 오늘 오후 이 경당에 올 수 있음에 당신께 감사드립니다. 오늘 저녁 우리 로마 교구 신자들과 함께 우리는 새 주교의 현존을 축하했습니다. 여기 있는 모두와 함께 저는 참으로 행복합니다. ‘마음 깊이에서’(from the bottom of my heart) 당신께 감사드립니다.”
오늘 예수님의 복음 말씀도 당대의 제자들은 물론 오늘의 우리를 두고 하시는 말씀처럼 들립니다. 새삼 성령에 귀기울이며 성령의 사람으로 살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너희에게 할 말이 많지만 너희가 지금은 그것을 감당하지 못한다. 그러나 진리의 영께서 오시면 너희를 모든 진리 안으로 이끌어 주실 것이다. 그분께서는 스스로 이야기 하시지 않으시고 들으시는 것만 이야기 하시며, 또 앞으로 올 일들을 너희에게 알려 주실 것이다.”
모든 것은 다 때가 있습니다. 모든 것은 점진적인 과정을 거칩니다. 무리하지 않고 하루하루 날마다 성령에 따라 겸손히 경청하며 순종하는 삶이 절실하다 생각됩니다. 진리의 영, 성령께서 깨우쳐 주실 때 점차 무지에서 해방되어 비로소 지혜로워지고 자유로워질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 삶은 성령의 은총에 의한 ‘깨달음의 여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살아있는 그날까지 성령의 인도 따라 계속될 진리탐구의 여정, 깨달음의 여정입니다. 이어지는 주님의 말씀도 성령의 역할이 얼마나 결정적인지 깨닫습니다.
“그분께서 나를 영광스럽게 하실 것이다. 나에게서 받아 너희에게 알려 주실 것이기 때문이다. 아버지께서 가지고 계신 것은 모두 나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령께서 나에게서 받아 너희에게 알려 주실 것이라고 내가 말하였다.”
날로 진리자체이신 주님을 깊이 깨달아 가면서 알아 갈 수 있음도 성령의 은총이요, 성부 성자 성령의 삼위일체 하느님과의 날로 깊어가는 일치도 다리 역할을 하는 성령의 은총임을 깨닫습니다. 그러니 성령의 사람은 경청과 겸손, 기도와 순종의 사람이요 그 빛나는 모범이 성모님이요 오늘 사도행전의 사도 바오로이고 신임 레오 교황도 많이 닮았다 싶습니다.
오늘 사도행전에서 그리스의 아테네에서 분투의 노력을 다하는 사도 바오로의 모습이 감동적입니다. 여기 머무는 이들의 특징은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이야기하고 듣는 일로만 세월을 보내는 사람들입니다. 행함은 없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만 찾는 것은 바로 무지의 소치입니다. 살아 계신 주님을 만남이 없이 영적 목마름이나 굶주림을 해소할 길은 요원합니다. 바오로의 심금을 울리는 성령충만한 강론은 오늘 우리에게도 그대로 마음에 와 닿습니다. 그 일부만 인용합니다.
“사실 하느님께서는 우리 각자에게서 멀리 떨어져 계시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분 안에서 살고 움직이며 존재합니다. 이처럼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이므로, 인간의 예술과 상상으로 빚어 만든 금상이나 은상이나 석상을 신과 같다고 여겨서는 안됩니다. 하느님께서 무지의 시대에는 그냥 보아 넘겨 주셨지만, 이제는 어디에 있든 모두 회개해야 한다고 명령하십니다.”
우리가 살아 존재한다는 자체가 하느님 증명입니다. 참으로 회개를 통해 이런 하느님을 알아가는 것이 무지에 대한 첩경의 지름길이요 회개의 깨달음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이 성령입니다. 성령의 회개가 없이는 죽으시고 부활하신 주님의 파스카 신비는 물론 무지의 완고함에서 벗어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싶습니다. 바로 아테네 시민이 그러했습니다.
비단 종교뿐만이 아닙니다. 요즘 국내 상황을 보면 좌우의 대립이 정말 극단적이요 심리적 내전상태를 방불케 합니다. 너무나 굳어있고 적대적이고 완고합니다. 종교인들까지 예외가 아닙니다. 좌우의 대립이기 보다는 상식과 비상식, 정의와 불의, 진리와 거짓, 공정과 불공정, 빛과 어둠의 대립으로 보고 싶습니다. 성령에 따라 좌파도 우파도 아닌 예수님파로 상식과 정의, 진리와 빛의 편이 되어 살아야 하겠습니다.
레오 교황은 신자들에게 믿음과 기도는 소금과 같아 삶의 맛을 낸다 했습니다. 참으로 성령에 따른 믿음과 기도의 삶이 절실하다 싶습니다. 결국 아테네에서의 선교는 실패로 끝났고 바오로는 코린토에 갑니다. 이 또한 성령의 탓이기 보다는 하느님 섭리요, 아테네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고린토요, 코린토에서는 바오로의 선교활동도 참 왕성했습니다. 바로 코린토서간에서 바오로의 다음 고백은 그의 체험을 반영합니다.
“유다인들은 표징을 요구하고 그리스인들은 지혜를 찾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십자가에 못박히신 그리스도를 선포합니다. 그리스도는 유다인들에게는 걸림돌이 되고 다른 민족에게는 어리석음입니다. 그렇지만 유다인이든 그리스인이든 부르심을 받은 이들에게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힘이시며 하느님의 지혜입니다. 하느님의 어리석음이 사람보다 더 지혜롭고 하느님의 약함이 사람보다 더 강하기 때문입니다.”(1코린1,22-25)
깨달음의 절정에, 진리의 절정에 있는 성령 충만한 성령의 사도, 바오로의 고백이 참 고맙고 반갑고 귀합니다. 성령의 은총으로 하느님의 진리, 하느님의 힘, 하느님의 지혜이신 그리스도를 깨달아 가면서 비로소 무지에서 해방되어 자유로운 섬김의 삶에 전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바로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성령에 따른 진리탐구의 여정, 깨달음의 여정에 결정적 도움을 주십니다.
"의인들아, 주 안에서 기뻐들 하라. 거룩하신 그 이름을 찬양들 하라."(시편9712). 아멘.
성 베네딕도회 요셉수도원 이수철 프란치스코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