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묵상ㅣ체험 우리들의 묵상 ㅣ 신앙체험 ㅣ 묵주기도 통합게시판 입니다.
교회의 어머니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 |
---|
북미주 사제 회의에 다녀왔습니다. 한인 사제들의 모임입니다. 사제 모임의 목적은 ‘친교, 나눔, 기도’입니다. 한국에서 파견된 사제와 수도자들을 위한 피정이 있습니다. 지구별로 대표가 있어서 함께 연대합니다. 성령 기도회, 꾸르실료, ME, 레지오와 같은 신심 단체들의 모임과 교육을 함께 합니다. 사제들이 모여서 기도하고, 친교 합니다. 이렇게 공동체 안에 있으면 외롭지 않고, 사목에 도움을 받으며,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각자의 교구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북미주 사제 협의회는 북미주 한인 공동체와 사제들에게 중요하고, 필요합니다. 문제는 누가 대표를 맡느냐입니다. 신부님들은 저를 추대하였습니다. 제가 미국에서 6년 있었고 앞으로도 4년은 더 있기 때문입니다. 능력도 없는데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이라서 걱정입니다. 처음 뉴욕에 왔을 때는 ME 지도 신부를 맡았습니다. 코로나 시기였지만 ME 대표 부부들의 도움으로 3년간 피정, 교육, 야외 행사를 통해서 ME와 함께했습니다. 작년에 달라스에 오니, 꾸르실료 지도 신부를 맡아야 한다고 해서 하고 있습니다. 봉사자들이 함께 하니 기쁘게 하고 있습니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는 낯선 땅에서 외로움이 컸지만, 신심 단체들과 사제들의 모임 덕분에 사목자로서 다시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공동체를 보듬고, 기도로 품어주는 존재가 누구일까?” 바로 오늘 기념하는 ‘교회의 어머니, 복되신 동정 마리아’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어머니를 떠올렸습니다. 경제적으로 힘든 시절, 아버지를 대신해 밥장사, 구멍가게, 파출부 일을 하시며 저희를 키우신 어머니. 반장과 레지오 단원으로 일하며, 저를 주일학교에 보내고, 신앙의 뿌리를 심어주신 어머니의 기도와 헌신이 있었기에 저는 사제가 되었고, 제 동생은 수도자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말 없는 헌신과 깊은 기도는 우리 가족의 영적 자양분이었습니다. 키에르케고르는 말했습니다. “삶은 뒤를 돌아볼 때 이해된다.” 지금에 와서야 어머니가 기도 속에서 우리를 어떻게 키우셨는지 이해가 됩니다. 세상의 시선으로 보면 미미한 존재였지만, 하느님의 눈으로 보면 하늘의 가장 큰 별이었습니다. 마리아께서도 그렇습니다. 갈릴래아 나자렛의 보잘것없는 처녀였지만, 하느님은 그분을 선택하셨고, 교회의 어머니로 세우셨습니다. 사도행전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그들은 모두, 여러 여자와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와 그분의 형제들과 함께 한마음으로 기도에 전념하였다.” 부활 이후의 제자들은 혼란과 두려움 속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중심에 마리아가 있었습니다. 제자들과 함께 기도하고, 기다리며, 교회의 시작을 지켜보았습니다. 교회는 마리아의 기도 속에서 태어났고, 자라났습니다. 어머니는 태어남의 은총만이 아니라, 자라남의 수고까지 감당하는 존재입니다. 앙드레 모루아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머니란, 자신은 어둠 속에 있어도 자녀를 빛으로 이끄는 사람이다.” 마리아는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실 때도 그 자리에 계셨고, 그 순간 제자 요한을 받아들이며 모든 인류의 어머니가 되셨습니다. 교회의 시작과 고통의 현장 모두에 계셨습니다. 사랑이란 곁에 있는 것, 그것이 마리아의 방식이었습니다.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마리아는 단지 예수님의 어머니일 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어머니이며, 교회의 어머니입니다. 교회를 낳으시고, 기도로 키우시며, 지금도 우리를 지켜보시는 어머니입니다. 우리가 마리아의 기도와 사랑 안에서 자라날 수 있다면, 우리 또한 세상의 어둠 속에 작은 빛이 될 수 있습니다. 어머니의 마음으로, 교회를 돌보고, 세상을 돌보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마리아께서는 십자가 곁에서 아드님의 유언에 따라 모든 사람을 당신 자녀로 받아들이셨으며 그리스도의 죽음으로 그들은 천상 생명을 받아 새로 태어났나이다. 사도들이 주님께서 약속하신 성령을 기다리고 있을 때 당신의 간구를 제자들의 기도에 결합해 기도하는 교회의 본보기가 되셨나이다. 나그넷길을 걷는 교회를 어머니의 사랑으로 보살피시어 천상 고향으로 들어가도록 자비로이 지켜 주시나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