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16일 (월)
(녹) 연중 제11주간 월요일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악인에게 맞서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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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0주간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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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25-06-13 ㅣ No.182816

북미주 사제협의회 총회엘 다녀왔습니다. 저를 17대 사제협의회 회장으로 추대하려는 신부님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능력도 부족하고, 일에 대한 부담도 있어서 사양하였습니다. 말로만 해서는 안 될 것 같아서 맥주도 사드렸습니다. 신부님들은, 특히 제 사정을 아는 서울 대교구 신부님들은 암묵적으로 동의해 주었습니다. 막상 회장 선거에서 저를 추천한 신부님이 있었고, 저는 아쉽게도 1표 차이로 회장이 되었습니다. 노력은 하였지만, 이왕 이리되었으니 북미주 사제협의회의 심부름꾼이 되기로 했습니다. 사제협의회의 수익 사업은 매일 미사 판매와 달력 주문입니다. 사제협의회의 행사는 사제 총회와 교육이 있습니다. 이사회 모임도 있습니다. 워낙 넓으니 줌으로 할 것은 줌으로 하고, 사제 총회가 잘 될 수 있도록 준비하려고 합니다. 사목의 경험이 많은 사제와 영적 깊이가 있는 사제를 모시고 좋은 강의를 준비하려고 합니다. 열정과 헌신이 있기에 모이면 서로의 경험을 진지하게 나누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총회에 다녀온 다음 날 아침입니다. 성당과 사제관이 정전되었습니다. 제가 워낙 일찍 일어나기에 사무장이 성당 알람을 점검해 주길 부탁했습니다. 차로 가면 5분이면 갈 수 있어서 가려고 했는데 정전이 돼서 차고 문을 열 수 없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걸어서 성당엘 다녀왔습니다. 보안 알람은 껐지만, 화재 알람은 전기가 다시 들어와야만 끌 수 있다고 했습니다. 다행히 전기는 곧 들어왔고, 사제관으로 돌아왔습니다.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입니다. 총회에 다녀와서 피곤한데, 정전되었고, 제가 성당까지 가서 점검해야 한다니 짜증이 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성당의 책임자고, 워낙 일찍 일어나니까 저에게 좋은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면 기분 좋은 일입니다. 정전 되어서 사제관에 있어도 더운데 성당은 크니까 시원해서 좋았습니다. 사제의 권위와 자존심을 내세우면 짜증 나고 화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하지만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자기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는 주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면 감사하고 기쁜 일이 많습니다.

 

몽테뉴는 말했습니다. “삶은 우리가 겪는 사건이 아니라, 그 사건을 해석하는 방식이다.” 성당에 가는 길이 고단하고, 정전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음을 다르게 가지니, 그것은 제게 축복의 시간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말할 때 .’ 할 것은 .’하고, ‘아니요.’ 할 것은 아니요.’라고만 하여라.” 이 말씀은 단순히 언어의 정직함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선택에 책임지는 자세를 말하는 것입니다. ‘라고 말했으면 그 선택을 끌어안고 살아가야 합니다. ‘아니요라고 했다면 거기에 합당한 삶을 살아야 합니다. 저도 아니요라고 말했지만, ‘가 되었을 때, 그것을 부정하지 않고 기쁘게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그리스도인의 태도입니다.

 

오늘 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이야기합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다그칩니다.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그는 새로운 피조물입니다. 옛것은 지나갔습니다. 보십시오, 새것이 되었습니다.” 이 말씀은 우리의 삶이, 주님의 사랑 안에서 새롭게 해석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합니다. 외형은 같아도, 마음이 달라지면 모든 것이 새로워집니다. 우리는 때때로 사제직의 권위, 부모로서의 체면, 직장인으로서의 체감되는 부담 속에서 불편함을 겪습니다. 그러나 그 불편함을 십자가로 받아들일 때, 그것은 은총의 사다리가 됩니다. 그리스도의 사절로 살아가는 삶, 하느님과 화해하고, 세상과 화해하며 살아가는 그 길 위에서, 우리가 모두 새로운 피조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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