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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5일 _ 김건태 루카 신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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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되어야 하는 민족 오늘은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입니다. 우리나라의 근본적 모순이라 할 수 있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라는 주제가 입에 오르기만 하면, 남북이 서로 적대 논리로 비난하는 일로부터 시작해서 각 공동체나 개인의 극단적인 갈등을 드러내기 일쑤입니다. 그러니 이는 단순한 남북의 대립과 갈등만의 문제가 아니라, 남과 남, 북과 북의 내부적 대립과 갈등을 포함하여, 국제 역학의 영향을 받는 복잡한 문제라 할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 신앙인에게 있어서 가장 강력한 무기는 무엇보다도 “마음을 모아” 기도하는 일일 것입니다. 예수님은 오늘 70년이 넘도록 분단의 아픔을 이어가고 있는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너희 가운데 두 사람이 이 땅에서 마음을 모아 무엇이든 청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이루어 주실 것이다.” 바로 이 땅이 우리가 이루어야 할 친교와 화해의 장소라는 말씀입니다. 먼 훗날이 아니라, 전대미문의 새 땅에서가 아니라, 바로 여기에서 지금, 서로 마음을 모으라는 호소입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이곳, 이 땅 한반도에서 우리는 우리 마음 안에 자리 잡고 있는 적대감과 대립, 편견과 몰이해를 몰아내고, 화해와 용서, 일치와 사랑을 추구해야 합니다. 우리 한국 천주교회는 한반도 평화를 간절히 염원하며, 지난 2015년 이래로 매일 밤 9시에 주모경을 바쳐 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에도 지난 17일부터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9일 기도를 해 오고 있습니다. 첫째 날 ‘남남갈등의 치유와 회복’을 위한 기도로 시작하여, ‘상호 존중’, ‘평화의 일꾼’, ‘이산가족과 북한 이탈주민’, ‘정치 지도자들’, ‘남북의 교류와 협력’, ‘군비경쟁 중단’, ‘전쟁의 희생자들’ 그리고 마지막 날인 오늘은 ‘평화를 지향하는 회심’을 두 손을 모읍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통일에 대한 정책 또한 희생제물이 되는 현실을 보며 신앙인으로서 좌절감과 무력감을 떨치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기도하는 마음까지 내려놓았다면, 다시 시작하려는 의지마저 놓쳐 버렸을 것입니다. 다행히 이번 정권이 적대감을 멈추고 남북의 화해와 평화 구축을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했으니, 다시금 용기를 내어 희망을 품고 시작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사도 바오로의 말씀대로, “서로 너그럽고 자비롭게 대하고,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용서하신 것처럼 서로 용서하는” 자세를 정치 지도자들은 물론 한민족 모든 이가 가슴에 담고 살아갈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오늘은 이 아름다운 금수강산이 동족상잔의 비극으로 피폐화한 지 75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한 핏줄, 동일한 말과 글, 같은 문화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우리 한민족은 당연히 하나의 민족으로 다시 뭉쳐야 합니다. 흔히 이데올로기가 걸림돌이라고 말들 하지만, 실은 우리 자신의 아집과 편견과 이해타산이 더 큰 문제입니다.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키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는 가능한 일임을 그 어느 때보다 오늘 믿어 고백하고자 합니다.
오늘 하루, 남북으로 갈라진 우리 한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기도로 염원하며, 더디더라도 조금씩 조금씩 평화통일을 향해 정진하는 한민족 공동체 형성을 기대하는 희망찬 하루 되기를 기도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