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3일 (수)
(백)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 학자 기념일 나는 기쁜 소식을 다른 고을에도 전해야 한다. 사실 나는 그 일을 하도록 파견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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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당신이 변해야 당신의 말도 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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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백봉 [gloria7] 쪽지 캡슐

2025-09-02 ㅣ No.184584

      

 

 

 

 

 

 

2025년 다해 연중 제22주간 화요일

 

 

 

<당신이 변해야 당신의 말도 변합니다>

 

 

 

복음: 루카 4,31-37

 






하느님의 아들이며 말씀이신 그리스도

(1540-1550), 모스크바 크레믈린 Cathedral of the Sleeper

 

 

 

 

 

    +찬미 예수님!

오늘 복음에서 사람들은 예수님의 가르침에 크게 놀랍니다. “그분의 말씀에 권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권위는 단순히 목소리가 크거나 논리가 정연해서 나온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분의 말씀에는 ‘힘(Dynamis)’이 있었습니다. 그 권위는 더러운 마귀의 영조차도 굴복시키는, 현실을 바꾸는 힘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조용히 하여라. 그 사람에게서 나가라.” 하고 명령하시자, 예수님께 말을 걸던 마귀는 즉시 떠나갔습니다.

 

 

    우리 모두는 다른 사람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권위 있는 말을 하고 싶어 합니다. 부모는 자녀에게, 상사는 부하에게, 그리고 저 역시 신자분들에게 제 말이 삶을 변화시키는 힘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이상한 경험을 합니다. 아무리 옳은 말을 하고 소리를 높여도, 내 말은 공허한 메아리가 되어 돌아올 뿐입니다. 왜 그럴까요? 왜 내 말에는 권위가 실리지 않을까요?

오늘 복음은 그 이유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다른 이에게 “조용히 하여라!” 하고 명령하기 전에, 먼저 내 안의 어두운 영의 목소리부터 잠재울 수 있는 권위를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 안에서 떠드는 목소리는 무엇입니까? 바로 ‘생각’입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만 가지 생각을 합니다. 걱정, 불안, 욕망, 판단… 이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 때 우리는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이 생각을 멈출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것은 내 영혼의 수준이, 창세기의 하와처럼 ‘뱀과 대화하는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하와는 뱀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저 열매를 먹어도 정말 죽지 않을까?”, “하느님처럼 될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이 바로 우리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생각의 메커니즘입니다. 내 안의 뱀(자아)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말을 걸고, 우리는 그 말에 일일이 대꾸하며 대화를 이어갑니다. 하와는 자기 안의 뱀의 목소리를 잠재울 힘이 없었기에, 결국 그녀 자신의 목소리마저 아담을 유혹하는 ‘뱀의 목소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처럼 내면의 목소리를 잠재우지 못해 자신의 권위를 모두 잃어버린 비극적인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실제 주인공이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천재 수학자, 존 내쉬(John Nash)입니다.

그는 20대에 현대 경제학의 근간이 되는 ‘내쉬 균형’ 이론을 정립한, 세상을 바꾼 천재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어느 순간부터 현실과 망상을 구분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대학 시절의 룸메이트, 어린 소녀, 그리고 정부 비밀요원이라는 환상의 인물들이 끊임없이 말을 걸어왔습니다. 그들은 그에게 비밀 임무를 부여하고, 그를 위협하며, 그의 삶 전체를 지배했습니다. 존 내쉬는 이 내면의 목소리가 거짓임을 이성적으로 알면서도 그들과의 대화를 멈출 수 없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천재적인 두뇌로 그 생각들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오히려 생각의 노예가 되어 정신병원에 갇히는 비참한 신세가 되고 맙니다. 그의 위대한 수학 이론을 설명하던 목소리는,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혼잣말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는 자신의 머릿속에서 울리는 소리에 재갈을 물리지 못했기에, 세상에 대해서도 말의 권위를 잃어버렸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뱀의 목소리를 잠재울 수 있을까요? 요즘 유행하는 명상이나 마인드풀니스가 도움이 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내 노력만으로 생각을 없애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가장 강력한 방법은 ‘정체성의 변화’입니다. “나는 너와 대화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선포하는 것입니다. 내 안의 시끄럽게 떠드는 자아를 ‘뱀’으로 인식하고, 나는 세례를 통해 더 이상 흙으로 빚어진 아담이 아니라,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음을 믿고 선언하는 것입니다. 이 믿음만이 내 안의 뱀을 침묵시킬 수 있는 유일한 권위입니다.

 

 

    여기, 바로 이 정체성의 변화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세상에 엄청난 영향을 준 한 인물이 있습니다. 그는 나치 강제 수용소에서 가족과 모든 것을 잃고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정신과 의사, 빅터 프랭클입니다.

그의 머릿속에도 절망과 죽음, 복수심이라는 ‘뱀의 목소리’가 매일같이 속삭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어느 날, 영하 20도의 추위 속에서 강제 노동을 하러 가던 길에, 자신의 정체성을 바꾸는 거룩한 체험을 합니다. 

 

 

    그는 그의 저서 『죽음의 수용소에서』에 그 순간을 이렇게 기록했습니다.

    “나는 내 아내를 생각했다… 내 앞에 아내의 모습이 너무나 선명하게 떠올랐다… 바로 그 순간 진리가 나를 관통했다. 사랑이야말로 인간이 추구해야 할 궁극적이고 가장 높은 목표라는 것을. 나는 깨달았다… 사랑 안에서, 그리고 사랑을 통해 구원받는다는 인간 존재의 가장 큰 비밀을.”

 

 

    바로 그 순간, 그는 더 이상 ‘모든 것을 잃은 수감번호 119,104’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사랑하는 아내의 남편’이자, ‘이 지옥 속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아내 가르쳐야 할 사명을 받은 의사’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얻었습니다. 이 정체성의 변화는 그의 내면에서 울리던 절망의 목소리를 잠재웠고, 그에게서 그 어떤 고문으로도 빼앗을 수 없는 내적 자유를 주었습니다. 그는 수용소에서 풀려난 후, 이 체험을 바탕으로 ‘로고테라피(의미치료)’를 창시하여 수많은 사람들을 절망에서 구원했습니다. 그의 말에는 권위가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먼저 자신의 내면을 침묵시키는 권위를 가졌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권위의 본질입니다. 성체를 영할 때, 우리는 사람에서 하느님을 모신 ‘성전’으로 변화합니다. 하느님께서 뱀과 대화하시는 것은 상상할 수조차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한 마디로 내 생각의 주인이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13세기, 위대한 설교가이자 도미니코회의 창설자인 성 도미니코는 이단이 들끓던 프랑스 남부로 파견되었습니다. 그는 밤낮으로 기도하고 연구하며, 이단자들을 회개시키기 위해 열정적으로 설교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의 마음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밤, 지쳐 성당에서 기도하던 그에게 성모님께서 나타나시어 묵주를 건네주시며 말씀하셨다고 전해집니다. “네 말이 아니라, 이 기도가 그들의 마음을 움직일 것이다.”

 

 

    도미니코 성인은 깨달았습니다.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것은 유창한 말이나 논리가 아니라, 먼저 자신의 말을 멈추고 하느님의 말씀이 일하시도록 자리를 내어드리는 기도와 그를 통해 얻는 믿음에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묵주기도를 마음을 모아 할 때 대화의 상대로 자아가 절대 끼어들 수 없습니다. 그 이후로 그의 설교는 그때부터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권위는 우리 시대의 마더 데레사 성녀에게서도 발견됩니다. 한번은 한 기자가, 캘커타에 병원을 짓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성녀에게 비꼬는 투로 물었습니다. “수녀님, 당신이 가진 것이라고는 고작 2페니뿐인데, 어떻게 이 큰 병원을 짓겠다는 겁니까?” 그 기자는 마치 뱀의 목소리처럼 마더 데레사의 마음을 흔들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마더 데레사는 조용히, 그러나 세상의 모든 소음을 잠재우는 권위로 대답했습니다. 

    “제가 가진 것은 2페니가 맞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가난하지 않으십니다.”

 

 

    기자는, 아니 뱀과 같은 자아는 마더 데레사의 대화 상대가 되지 않았습니다. 마더 데레사는 이미 하느님과 함께였기 때문입니다. 마음에서 일어는 생각은 모조리 ‘하느님이 되어라!‘입니다. 그러면 여러분은 “조용히 하여라! 내가 이미 하느님과 함께 있고 하느님과 하나가 되었다.”라고 말하면 됩니다. 하느님이 되려는 내면의 목소리는, 우리가 성체를 통해 하느님이 되었다고 믿을 때 비로소 멈추게 할 수 있고, 그때 사람들에게 하는 말은 그들의 뱀들도 입을 틀어막게 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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