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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2주간 화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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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2주간 화요일] 루카 4,31-37 “조용히 하여라. 그 사람에게서 나가라.”
“당신께서 저희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저희를 멸망시키러 오셨습니까?”
회당에서 사람들을 가르치시던 예수님께 마귀의 영이 들린 사람이 큰 소리로 외칩니다. 사악한 영에 휘둘리는 사람이 안식일에 회당에서 공동체와 함께 종교예식에 참여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지요. 그러나 오히려 이게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 사탄의 목적은 하느님과 우리 사이를 갈라놓고 분열시키는 것이기에 그 일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바로 회당인 겁니다. 그러니 우리는 정신 바짝 차리고 하느님 뜻에, 주님 말씀에 깨어있어야 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성당 다니는 사람들은 죄를 지어서는 안된다는 완벽주의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사실 그런 생각은 완벽을 추구하는 모습이라기보다 교만에 가깝습니다. 내가 마음 먹고 노력하면 죄를 짓지 않을 수 있다고 여기기에 당연히 남들도 그래야 한다고 여기는 것이지요.
그런 이들이 보이는 특징이 하느님과의 관계에서도 교만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자기는 굳이 하느님의 도움과 보호 없이도 살 수 있다고 여기기에, 하느님과 친교 맺는 일 자체를 부담스러운 일로 여기는 겁니다. 자기가 알아서 충분히 잘 할 수 있는데, 자기 뜻과 계획대로 하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 같은데, 괜히 하느님의 계명과 주님의 가르침을 지키느라 그러지 못한다고 느끼기도 하지요. 그러다보면 하느님이라는 존재가 나에게 은총이 아니라 ‘족쇄’가 됩니다. 그분께서 베푸시는 은총이 나에게 혜택이 아니라 ‘걸림돌’이 됩니다. 하느님은 그들에게 가장 좋은 것들을 베풀어 주시는데, 오히려 하느님 때문에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한다고, 자신이 가진 걸 그분에게 빼앗긴다고 느끼는 겁니다. 그래서 ‘당신이 저희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테니 제발 간섭하지 말고 그냥 내버려두시라고 하느님을 저 멀리 밀어냅니다.
그런 이들을 그냥 내버려둔다면 많은 이들이 그런 잘못된 생각에 물들 것입니다. 하느님을 믿는 게 무의미하고 어리석은 일이라고, 주님 뜻을 따르면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여 멀어질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조용히 하라’며 마귀의 입을 막으시고, 그가 괴롭히던 사람에게서 더 나아가 공동체 전체에서 쫓아내십니다. 우리도 팍팍한 세상살이에 이리저리 치이다보면 돈과 권력이 최고라 여기는 세상의 가치관에 휩쓸려 마귀의 영에 사로잡힐 수 있습니다. 그 상태로 오래 머물러 있으면 하느님으로부터, 구원으로부터 멀어져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당장 그 영을 나에게서 끊어내면 안좋은 일이 생기거나 손해를 입게 될까봐 두려워 그러지 못하지요. 그러나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마귀의 영은 우리와 관련한 그 어떤 권한도 갖고 있지 않으니까요. 고통과 시련 한가운데에 우리를 내동댕이칠 수는 있어도, 우리의 구원과 참된 행복에 그 어떤 해도 끼치지 못하니까요. 우리의 구원과 참된 행복을 결정하실 권위는 오직 주님께만 있으니, 우리는 그저 주님 말씀을 귀기울여 듣고 그분 뜻을 따르면 됩니다.
* 함 승수 신부님 강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