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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예로니모 사제 학자 기념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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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신부님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제가 성소 국장으로 있을 때 만났던 신부님입니다. 신부님은 대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구했습니다. 일도 만족했고, 급여도 충분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직장생활인데 늘 마음은 허전했다고 합니다. 사제가 되고 싶은 열망이 좋은 직장을 그만두게 하였습니다. 다시 공부하여 신학교에 입학했고, 드디어 그토록 소망했던 사제가 되었습니다. 제가 만났던 신부님은 말이 없고, 차분했습니다. 그렇게 8년간 사제 생활을 하던 중 몸에 이상이 있어서 병원에 갔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당장 사목을 그만두고 쉬라고 했습니다. 1년을 넘기지 못할 수도 있다고 하였습니다. 신부님은 병원에서 나와 지하 주차장으로 갔습니다. 차 안에서 신부님은 3시간을 울었다고 합니다. 솔직히 하느님께 대한 원망도 있었다고 합니다. 좋은 직장도 그만두고 사제가 되었는데 하느님께서 큰 시련을 주셨기 때문입니다. 교구장님의 배려로 미사만 드릴 수 있는 곳에서 머물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쉬면서 병원에 다녔습니다. 음식을 먹으면 소화를 시키지 못해서 고생했습니다. 기억력이 나빠져서 사제관에도, 성당에도 적어서 붙여 놓았습니다. 다행히 신부님의 사정을 잘 아는 주방 자매님이 신부님을 위해서 식단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그렇게 2년 동안 치료받으면서 기적적으로 몸이 좋아졌다고 합니다. 지난번 인사이동으로 이제 새롭게 본당으로 가게 되었다고 합니다. 신부님은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처음 저는 하느님을 원망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련이 있었기에 2년 동안 열심히 기도할 수 있었습니다. 제게 기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면서 기쁘게 떠납니다.” 선한 눈망울의 신부님을 생각하며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사목할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늘나라에 가야 할 때를 알았다.’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예루살렘으로 갈 뜻을 굳히셨습니다. 겸손하신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기도하셨습니다. “아버지 이 잔을 제게서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십시오.” 겸손하신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서 이렇게 기도하셨습니다. “아버지 저 사람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 사람들은 자기들이 무슨 행동을 했는지 모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뽑으셨고, 제자들에게 3가지 권한을 주셨습니다. 복음을 선포하고, 마귀를 쫓아내고, 병자를 고쳐주는 권한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주셨고, 갇힌 이들을 풀어 주셨고, 억눌린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셨습니다. 우리가 구원받기를 원하셨습니다. 지치고 힘들고 어려운 이들은 모두 나에게 오라고 하셨습니다. 나의 멍에는 편하고 나의 짐은 가볍다고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늘나라에 가기 전에 십자가를 지셔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예루살렘으로 가셨습니다. 우리 신앙인은 예수님의 겸손을 따라야 합니다. 우리 신앙인은 ‘서로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계명을 따라야 합니다. 우리 신앙인은 이 세상에 태어난 목적을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참사람입니다. 예전에 읽었던 이형기 시인의 시 ‘낙화’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우리는 하느님 나라를 향해 가는 배를 저어가는 선원입니다. 직책이 다를 수 있고, 하는 일이 다를 수 있지만, 모두는 하느님 나라를 향해서 배가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권위와 교만’은 배를 앞으로 나가지 못하게 합니다. ‘욕심과 분노’는 배를 침몰시키기도 합니다. ‘시기와 질투’는 배가 방향을 잃게 만듭니다. 무엇이 하느님 나라를 향해서 순탄하게 노를 젓게 할까요? ‘겸손과 사랑’입니다. ‘친절과 온유’입니다. ‘용서와 화해’입니다. 바로 이와 같은 삶이 우리를 하느님 나라로 인도해 줄 것입니다. 오늘 기념하는 성 예로니모 사제는 “성경을 모르는 것은 그리스도를 모르는 것이다.”라는 말씀을 남겼습니다. 성경을 라틴어로 옮겨 더 많은 이들이 하느님 말씀을 접하게 한 분입니다. 우리도 성 예로니모처럼 말씀 안에서 생명의 샘을 찾고, 구원의 양식을 얻으면 좋겠습니다. 말씀 속에서 힘과 위로를 받고, 말씀 속에서 겸손과 사랑을 배우며, 하느님 나라를 향해 힘차게 노 저어 가는 신앙인이 되면 좋겠습니다. 우리들 역시, 주님께서 걸어가신 길을 충실하게 따라가야 하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