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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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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한가위’입니다. 더 쉽게 다가오는 말은 ‘추석’입니다. 멀리 타향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리움’으로 다가오는 말이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에 어머니는 추석이면 ‘선물’을 준비해서 친척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심부름은 주로 제가 했습니다. 고모님 댁, 외 할머니 댁에 선물을 가져다드렸습니다. 이렇게 서로 나누는 것을 ‘정’이라고 불렀습니다. 사제가 되면서 추석이면 가족들이 모여 함께 가정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어머니에게 가정 미사는 큰 기쁨이었습니다. 조상들을 위해서 연도를 바치고, 준비한 음식을 나누면서 추석의 밤은 깊어 갔습니다. 이젠 부모님도 돌아가시고, 멀리 타향에 있으니, 가족들이 함께 모여서 추석을 지낼 수는 없지만 돌아가신 부모님을 위해서 연도를 바치려고 합니다. 추석 ‘둥근달’처럼 넉넉하고, 풍요로운 날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예전에 한가위나 설날에는 본당의 어르신에게 ‘덕담’을 청하곤 했습니다.
오늘은 가슴이 따뜻해지는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뇌경색으로 쓰러진 형제님이 있었습니다. 형제님은 51살에 늦둥이 딸을 낳았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일하던 중 어린 딸이 골프에 재능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아버지는 일을 멈추고 뉴질랜드로 갔습니다. 거기서 리디아 고를 가르치던 코치에게 딸의 골프 레슨을 부탁했습니다. 아버지는 9년 전에 딸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왔습니다. 베드로인 아버지는 딸이 신앙생활 할 수 있도록 성당을 찾았습니다. 딸은 성당에서 견진성사를 받았습니다. 딸은 주니어 골프대회를 우승하면서 골프 장학생으로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아버지는 경제적으로 딸을 도와 주기가 힘들었습니다. 힘든 시간을 보내던 중 지난 7월에 뇌경색이 있었고, 중환자실에 입원했습니다. 이제 대학을 졸업한 딸은 골프를 중단하고 아버지의 병실을 지키면서 간병하였습니다. 밤에는 아르바이트하였습니다. 숙소는 아르바이트하는 식당 주인의 배려로 식당 한쪽에서 지낼 수 있었습니다. 어찌 보면 힘들고 어려운 시간인데 딸은 씩씩하게 아르바이트하면서 아버지를 간병했습니다. 미국에서는 더 이상 어찌할 도리가 없어서 한국으로 가야 하는데 비용이 문제였습니다. 일반석을 탈 수는 없고, 간호사가 함께 가야 했습니다. 딸의 대모는 그런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Go fund me’를 개설했습니다. 아버지와 딸의 안타까운 이야기를 담아서 개설했습니다. 구역에서 조금씩 도움을 주었습니다. 생활 성가대회에서 우승한 팀은 기꺼이 상금을 나누었습니다. 세상의 곳간에 재물을 쌓는 것이 아니라, 천상의 곳간에 재물을 쌓는 분이 많았습니다. 그렇게 정성이 모여서 목표액을 훌쩍 넘었습니다. 병상에 있는 아버지의 눈에는 아직도 딸이 어리고, 약해 보였지만 이제 딸은 아버지를 간병할 수 있고, 스스로 앞길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젊은이가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그리운 고향으로 갈 수 있었고, 딸은 이제 원하는 운동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늘 제1 독서에서 주님께서는 “가을비와 봄비를 내려 주신다”라고 말씀하십니다. 모든 은혜는 주님께서 주시는 것입니다. 복음에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모든 탐욕을 경계하여라. 아무리 부유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은 재산에 달려 있지 않다.” 이 말씀을 잘 보여주는 예가 바로 경주의 ‘최부자집’입니다. 여섯 대에 걸쳐 부를 이어온 집안이었지만, 그 부의 비밀은 ‘나눔의 철학’에 있었습니다. “재산은 1만 석 이상 모으지 말라. 욕심은 화를 부른다. 나그네를 후하게 대접하라. 누구든지 와서 따뜻한 밥 한 끼 먹고 가게 하라. 흉년이 들면 곳간을 열어 굶주린 이웃을 살려라. 며느리가 시집오면 3년간 무명옷을 입혀라. 그래야 가난한 이들의 고통을 이해한다. 재물은 분뇨와 같아 한곳에 모아 두면 악취가 나지만, 흩어버리면 거름이 된다.” 최부자집은 단순히 부를 쌓은 집이 아니라, 하늘의 뜻에 따라 재물을 흩어 나누며 이웃을 살린 집이었습니다. 한가위의 달빛은 모두에게 차별 없이 비춥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재물과 업적으로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으로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일까요? 그것은 내가 행한 선행, 나눔, 희생, 사랑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오늘 밝게 비치는 둥근 달처럼 하느님의 사랑이 가득한 한가위 되시기를 바랍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