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19일 (일)
(녹) 연중 제29주일, 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미사(전교 주일)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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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루카 복음사가 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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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25-10-17 ㅣ No.185647

살면서 타이밍(timing)’이라는 말을 종종 듣곤 합니다. ‘시의적절(時宜適切)’하다고도 합니다. 목이 몹시 마를 때 누군가 물 한 모금 주는 것은 감사할 일입니다. 배가 고플 때 누군가 먹을 것을 주는 것은 고마운 일입니다. 살면서 그런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돌아보면 모두가 하느님의 자비와 은총이었습니다. 2007년 시흥 5동 성당에 부임했을 때입니다. 처음이라 어색하고, 낯설었습니다. 그런데 길에서 우연히 형제님을 만났습니다. 그 형제님은 1988년 제가 군을 제대하고 봉사했던 돈 보스코 청소년 직업 훈련원의 교사였습니다. 20년 전에 저는 신학생이었는데 사제가 되었고, 직업 훈련원의 교사였던 형제님은 우진 가스라는 사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형제님과 반갑게 만났고, 형제님은 청소년 분과장으로, 자매님은 구역장으로 봉사해 주었습니다. 토론토에 살 때도, 뉴욕에 살 때도 그리고 지금 달라스에 살면서도 하느님의 자비와 은총을 체험합니다. 토론토에서는 가끔 반찬을 가져다주는 부부가 있었습니다. 뉴욕에서는 신문 발송을 도와주시는 봉사자가 있었습니다. 이곳 달라스에서는 전임 신부님들이 동창 신부님입니다.

 

지난 4월에 병자성사를 다녀왔습니다. 형제님은 기력은 쇠하였지만 아직은 식사도 하고, 가족들과 웃곤 하였습니다. 5개월이 지났고 다시 한번 병자성사를 갔습니다. 침대에 누워계신 형제님은 가는 숨을 몰아쉬고 있었습니다. 형제님을 위해서 기도하는데 자매님이 성체를 조금 영해 줄 수 있는지 청했습니다. 형제님은 말을 못 하였고, 성체를 영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자매님의 부탁을 받아들였고, 성체를 아주 작게 쪼개어 영해 드렸습니다. 성당에 돌아와서 형제님을 위한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미사를 마치고 나오니 형제님이 하느님의 품으로 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정확한 타이밍의 병자성사였고, 시의적절한 영성체였습니다. 십자가에서 주님께 자비를 청했던 죄인이 주님과 함께 낙원으로 들어갔던 것처럼, 삶의 마지막 순간에 병자성사를 받고, 성체를 모실 수 있었던 형제님도 주님과 함께 낙원으로 들어가셨음을 믿습니다. 한국어를 잘 못하는 아들들이 장례미사를 원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장례미사는 고인의 가족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고인을 위한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고인께서 성당에서 장례미사를 원할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많은 교우가 기도하는 중에 장례미사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루카 복음사가를 기억하는 축일입니다. 루카 복음은 다른 복음서와 조금 다른 예수님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특히 루카는 성모님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성모님의 순명, 성모님의 신앙, 성모님의 삶을 루카 복음은 전해주고 있습니다. 성모님은 예수님의 어머니이지만, 성모님은 하느님께 대한 굳은 신앙을 가지셨고, 성모님은 자신의 사명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걸 마리아의 노래에서 알 수 있습니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며, 나를 구하신 하느님께 기뻐 뛰노나이다. 주님께서는 권세 있는 자를 자리에서 내치시고, 미천한 이를 끌어 올리셨나이다. 굶주린 이들을 좋은 것으로 먹이시고 부유한 자들을 빈손으로 내치셨습니다.” 성모님의 삶은 예수님의 삶과 닮았습니다. 착한 사마리아 사람의 이야기, 돌아온 아들의 이야기, 자캐오의 이야기, 엠마오로 가는 제자와 예수님의 이야기는 루카가 전하는 감동적인 이야기입니다.

 

다른 이야기도 다 좋지만, 오늘은 엠마오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매년 부활이 지나면 본당에서 엠마오여행을 가곤 했습니다. 두 가지 의미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사순과 부활을 준비하면서 힘들었을 본당 식구를 위한 휴식의 시간입니다. 다른 하나는 엠마오로 가는 길에서 예수님을 만났던 제자들처럼 예수님을 만나기 위한 시간입니다. 엠마오는 어느 시간과 장소가 아닙니다. 엠마오는 주님께서 원하시는 곳으로 가는 겁니다. 엠마오는 주님과 함께하는 시간입니다. 주님과 함께한다면, 주님께서 원하시는 곳에 있다면, 착한 사마리아 사람이 된다면 그곳이 바로 엠마오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때가 되어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으니, 너희는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 그리고 회당에서 이사야 예언서를 이렇게 읽으셨습니다.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어 주시니 주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며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 그리고 회당에 있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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