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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9주간 월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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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9주간 월요일] 루카 12,13-21 "너희는 주의하여라. 모든 탐욕을 경계하여라."
오늘 복음에서 어떤 사람이 예수님께 이렇게 청합니다. “스승님, 제 형더러 저에게 유산을 나누어 주라고 일러주십시오.” 그가 왜 예수님께 그런 청을 했는지 그 구체적인 상황이나 이유가 나와있지는 않습니다. 아마도 그의 형이 장남이라 율법에 따라 다른 형제들보다 더 많은 몫의 유산을 차지했을 것이고, 그런 처사가 공정치 못하다고 생각했기에 평소 율법의 부족함을 채워 완성하러 오셨다고 하셨던, 당신이 안식일법을 포함한 율법의 주인이라고 하셨던 예수님의 권위에 기대고자 했겠지요. 그런데 그가 예수님께 그런 세속적인 시비의 판단이나 중재를 청했다는 점에서 그가 그분을 어떤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지가 분명히 드러납니다. 그는 예수님을 특별한 권위를 가지고 사람들을 가르치는 스승, 즉 ‘랍비’ 정도로 생각했던 겁니다. 사회적으로 대단한 권위를 지닌 사람이 하는 말이라면 자기 형도 무시하지 못할 거라고 기대한 것이지요. 즉 그는 예수님을 따라다니며 그분 말씀을 듣고는 있지만 그분의 ‘제자’가 되지는 못했습니다. 예수님을 이용하여 ‘지금보다 더 많은 재산을 갖고 싶다’는 자기 탐욕을 채우려고 했을 뿐입니다. 그랬기에 예수님으로부터 ‘너는 나를 재판관이나 중재인 정도로 여기느냐’는 핀잔을 듣게 되지요.
참으로 예수님을 주님으로 믿고 따르는 그분 제자라면 그분의 능력을 이용하여 제 욕망을 채우려고 들 게 아니라, 그분의 권위에 기대어 제 뜻을 이루려고 들 게 아니라, 그분의 뜻이 자신을 통해 이루어지도록 전적으로 자신을 주님께 의탁해야 했습니다. 주님 말씀과 가르침을 귀 기울여 들으며 자신이 그것을 제대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그분께 물어야 했습니다. 자신이 주님의 가르침에 따라 참된 용서와 자비,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진지하게 고민하며 하나씩 실천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러지 못한 것은 그의 마음 속에 큰 탐욕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탐욕에 마음이 휘둘려 자기 삶의 주인이 되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스스로는 자신이 주인이라고, 모든 것을 제 뜻대로 한다고 착각했지만, 실상은 탐욕에게 또한 그릇된 자아에게 지배당하고 있는 것도 모르는 채로 말이지요.
그래서 예수님은 모든 탐욕을 경계하라고 하십니다. 탐욕을 채우려고 들면 그것에 지배당해 점점 더 깊은 욕망과 집착의 구렁 속에 빠져들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탐욕에 지배당하지 말고 하느님께 의탁하라고 하십니다.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그분을 내 삶의 주인으로 모시면 나는 하느님의 소유가 됩니다. 그런데 하느님은 세상 만물을 주관하시는 주인이시므로 내가 철저한 의탁과 순명을 통해 그분 뜻과 온전히 일치하면 나는 하느님을 통해 세상 모든 것을 소유하지 않고도 맘껏 누릴 수 있게 되지요. 그것이 피조물인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행복입니다. 세상 그 무엇도 온전히 내 것은 없습니다. 모두가 하느님의 것이며 그분께서 이 세상에 사는 동안 잘 쓰라고 잠시 맡겨 주셨을 뿐입니다. 그러니 하느님께서 내 손에 맡겨 주신 재물을 그분 뜻에 맞게 잘 써야 합니다. 오늘 복음 속 부자처럼 남는 재물을 보관하기 위해 더 큰 창고를 짓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말고, 필요한 이들에게 필요한 만큼 나누고 베풀어야 합니다. 그것이 하느님 앞에서 참으로 부유한 사람이 되는 방법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강론 말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