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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9주간 수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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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9주간 수요일] 루카 12,39-48 "주인의 뜻을 알고도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았거나 주인의 뜻대로 하지 않은 그 종은 매를 많이 맞을 것이다."
‘주인의식’과 ‘주인행세’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주인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 하는가 아닌가의 차이입니다. 진정한 주인은 자신이 소유한 것을 함부로 다루지 않습니다. 그것을 얻기까지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마침내 그것을 얻게 되었을 때의 기쁨과 보람을 똑똑히 기억하기에 그것을 소중하게 여기며 잘 관리하는 겁니다. 또한 그것을 소유한 사람으로써 마땅히 해야 할 책임과 의무도 소홀히 하지 않습니다. 어떤 것을 온전히 소유한다는 것은 그것이 주는 기쁨과 이익만 골라 취하는 게 아니라, 그것의 진정한 주인으로써 감당해야 할 책임과 의무까지 다 끌어안는 것임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 속 비유에 나오는 불의한 집사는 ‘주인행세’를 하는 사람입니다. 그는 자신이 맡아 관리하는 재산의 주인이 아니었습니다. 남들보다 더 높은 지위에 있는 특별한 존재도 아니었습니다. 다른 이들과 똑같은 ‘종’의 신분임에도, 주인이 그에게 ‘다른 종들에게 제 때 양식을 내어주어야 할’ 중요한 소명을 맡겼기에, 그것을 실행할 뿐이었지요. 그러나 그 집사는 금새 자기 본분을 망각합니다. 자기 손에 쥔 재물을 자기 소유로 착각하고는, 그것을 세속적인 쾌락을 누리는 데에 흥청망청 써버렸습니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주인이 자신에게 맡긴 소명을 나몰라라하며, 주인이 자신에게 맡긴 재물을 권력처럼 휘둘러 동료들에게 피해와 상처를 입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주인이 갑자기 들이닥쳤고, 그는 집사로서의 소명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것에 대한 벌을 받게 되었지요.
인간이라는 존재는 부족하고 약하며 유한합니다. 그런 존재적 한계로 인해 우리는 어떤 것의 참된 주인이 될 수 없습니다. 우리는 하느님께서 선물로 주신 생명 덕분에 이 세상에 잠시 머무르다 가는 ‘나그네’일 뿐입니다. 이 세상의 주인은 오직 한 분 하느님 뿐이지요. 세상 모든 것이 다 그분의 것이고, 내가 지금 누리는 그 어떤 것도 그분으로부터 받지 않은 게 없습니다. 그러니 그분께서 잘 쓰라고 맡겨주신 것을 이 세상에 사는 동안 그분 뜻에 맞게 잘 쓰다가 다시 그분께 돌려드려야 합니다. 그런데 하느님께 받은 것을 그분께 돌려드리는 일은 삶이 끝나고 난 다음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사람의 아들은 생각지도 않은 때에 오시기 때문입니다. 내가 언제 어떻게 죽음을 맞게 될 지 전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기회될 때마다 사랑과 자비를 실천해야겠습니다. 내가 주고싶은 만큼이 아니라 형제들이 필요로 하는만큼, 내가 주고싶은 때가 아니라 형제들이 필요로 하는 그 때에 즉시 나누어야겠습니다. 내가 다른 이들에 비해 더 많은 은총을 받았다고 생각한다면, 아까워하지 말고 더 많이 베풀어야겠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강론 말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